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공화당 지원유세를 위해 텍사스로 출발하기 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중산층에 10%의 세금을 감면하는 내용의 법안을 앞으로 1~2주 안에 내놓겠다”고 말했다. 이틀 전 네바다주 유세에서 “우리는 중산층을 위한 큰 세금 감면을 고려하고 있다”며 감세 방안을 꺼낸 데 이어, 세금 인하 폭과 법률안 제출 시점을 구체화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간선거에서 패배하더라도 현재 공화당의 상·하원 다수당 지위를 이용해 감세안을 처리하겠다”며 “중간선거 이후 해당 법안을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내년 1월 말 차기 의회 출범 전까지 소집되는 마지막 회기, 이른바 ‘레임덕 세션’에 감세안을 통과시키겠다는 의미다.
트럼프 대통령이 승부수를 던진 것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공화당 지지율이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 14~17일 실시된 월스트리트저널과 NBC방송의 공동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 개인 지지율은 취임 후 최고인 47%까지 올랐지만, 투표 의향이 있는 ‘적극 투표층’ 가운데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에 표를 던지겠다는 비율은 41%에 그쳤다. 반면 민주당에 투표하겠다는 응답은 50%에 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감세는 부자와 기업이 아니라 중산층을 위한 것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지난해 12월 의회를 통과한 감세법안이 부자와 기업을 위한 감세라는 야당과 언론의 비판을 의식한 것이다. 트럼프 정부는 작년 말 법인세율을 35%에서 21%로 인하하는 등 1986년 이후 31년만에 최대 폭의 감세를 단행했다.
공화당 내부에서는 추가 감세에 대한 부정적인 기류가 예상된다고 미 언론들은 평가했다. 2018 회계연도 미 연방정부 재정적자가 6년 만에 최대 규모인 7790억 달러를 기록하는 등 감세에 따른 부작용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WP는 “공화당 폴 라이언 하원의장과 케빈 브래디 하원 세입위원장은 대통령의 발언을 듣고 당황해 백악관에 문의해야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브래디와 상의했다’고 했지만 브래디 위원장은 전에 한 번도 이 같은 감세안을 언급한 적 없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