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사로운 가을 햇살이 내리쬐는 21일 서울 신천동 롯데월드타워 앞 잔디밭. “국내 최정상 바리스타의 라이브 커피 배틀이 이어집니다”란 안내 방송이 롯데몰 앞에 울려퍼졌다. 커피 페스티벌을 즐기던 시민 80여명이 각자 손에 커피 한 잔씩을 쥐고 무대 앞으로 모여들었다. 한국 팀바리스타 챔피언십(KTBC) 우승팀과 신예 바리스타들의 경연을 지켜보기 위해서였다.

이날 롯데월드타워 잔디광장에선 2016년 KTBC 우승팀인 ‘버닝’과 커피 메이킹을 전공하는 대학생들이 모인 ‘JMT’ 팀의 대결이 펼쳐졌다. 각각 세 명으로 이뤄진 두 팀이 라테, 레이어드, 시그니처 등 세 가지 메뉴를 데미타스, 카푸치노, 테이크아웃 등 총 8개의 카테고리에 맞춰 각자의 레시피를 선보이는 방식이다. 5분의 제한시간 내에 각 카테고리에 해당하는 음료를 만들면, 일반 관객들이 각 팀의 음료를 시음하고 평가를 내렸다.

대결은 첫 무대 ‘데미타스’에서부터 긴박했다. 각 팀의 팀원들은 주어진 시간 안에 각자 맡은 대로 스팀밀크를 뽑고, 에스프레소를 추출하고, 라떼아트를 그려내야 했기 때문이다. ‘작은 커피잔’이란 뜻의 데미타스는 에스프레소 같이 풍미가 매우 강한 커피를 가리키는 말로, 데미타스의 향미를 살리기 위해선 빠른 시간 안에 커피를 내리는 게 관건이다. 이날 사회를 진행하던 김건우 한국바리스타 챔피언십(KBC) 팀장은 “데미타스 경연에서만 샷의 양, 라떼아트의 유무 등에 따라 세 가지 다른 커피를 만들어 보여야 한다”며 “섬세한 라떼아트 역시 중요한 평가 항목”이라고 강조했다. 하트부터 튤립까지 각양각색의 라떼아트가 커피의 흰 거품 위에 피어났다.

대회가 무르익을 즈음 시작된 테이크아웃 경연은 관객들에게서 가장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현장에서 대회를 구경하던 시민들이 ‘손’만 들면 심사위원으로 뽑혀 커피맛을 평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숙련 바리스타들의 작품을 맛볼 수 있을까 시민들은 기대에 가득찬 모습이었다. 전농동에 거주하는 오민지 씨는 “가족들 뿐 아니라 친구의 가족들과 함께 나들이 겸 이곳을 찾았다”며 “KTBC 심사 무대에 일반인 심사위원으로 아이와 함께 올랐는데, 잊지 못할 즐거운 추억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우승의 영광은 버닝이 차지했다. 버닝의 팀장이자 로스터리 카페를 운영하는 한준석(37) 씨는 “직업활동과 병행하며 대회를 준비해왔다”며 “정식 대회에 나서는 것보다 더 떨리는 무대였다”고 소감을 밝혔다. 버닝 팀원인 전유정(27)씨는 “축제 분위기에서 관객들의 호응을 받으며 퍼포먼스를 보일 수 있어 즐거웠다”고 말했다. JMT 팀 역시 아쉬운 소회를 밝히며 다음 기회를 기약했다. JMT의 김석중(25)씨는 “역대 KTBC 우승팀과 경쟁을 펼칠 수 있어 영광이었다”며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한 번 대결에 도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커피부스 등 커피 시음 행사와 커피를 활용한 문화 활동 등과 연계해 시민들의 호응도 높았다. 이날 경연을 지켜보던 심혜진(29세)씨는 “커피 시음을 즐길 수 있어 만족스러운 행사였다”고 말했다. 송파구에서 온 김한별(26)씨는 “경연을 지켜본 뒤 커피 비누 만들기 체험을 해볼 계획”이라며 “가을 날씨 속에서 여유를 즐길 수 있어 내년에도 찾아올 것”이라고 언급했다.

안효주/구민기/전범진 기자 j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