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가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가 자국 총영사관에서 피살됐다는 사실을 인정한 데 대해 "좋은 첫 조치"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애리조나에서 기자들과 만나 카슈끄지 사건에 대한 사우디 검찰의 초동수사 결과 발표와 관련한 질문에 "좋은 첫 조치, 큰 걸음"이라고 말했다.

그는 "카슈끄지에게 벌어진 일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면서도 "그의 죽음에 대한 사우디의 설명은 신뢰할 만하다"고 말했다.

또 사우디 지도부가 자신에게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이와 관련해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와 얘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에 대한 균형추로서 우리는 사우디가 필요하다"며 여전히 신뢰를 보냈다.

그는 향후 대응은 의회와 협력할 것이라면서도, 무기판매 취소보다는 다른 방식의 제재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이어 무기 취소는 미국인 수십만 명의 일자리를 잃게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사우디 왕실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카슈끄지 사건 발생 이후에도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며 사우디 정부를 두둔하는 발언을 해 논란을 불렀다.

백악관은 공식 성명에서 "미국은 (사우디 당국의) 발표를 인지하고 있다"며 "카슈끄지 사망 확인 소식에 슬픔을 느낀다"고 애도를 표명했다.

백악관은 "이 비극적인 사건에 대한 국제 조사 결과를 계속해서 지켜보고, 적절하고 투명하고 절차에 따른 정의를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미 의회에서는 여전히 불신의 시선이 남아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이지만 카슈끄지 사건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주장해왔던 린지 그레이엄(사우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은 트위터에 "사우디의 발표에 회의적인 입장"이라며 "이번 '설명'이 믿을 만하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썼다.

민주당 소속 애덤 쉬프(캘리포니아) 하원의원 역시 "카슈끄지가 자신을 잡으러 혹은 살해하러 온 자들과 싸웠다면, 그건 목숨을 건 일이었다"며 "사우디 왕실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 트럼프 정부가 하지 않는다면, 의회가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심히 걱정스럽다"고 표명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카슈끄지 사건과 관련해 '즉각적이고 철저하며 투명한' 조사와 함께 관련자들에게 철저하게 책임을 물을 것을 촉구했다고 유엔 대변인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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