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 주교황청대사 관저에서 열린 만찬에서 파롤린 교황청 국무원장(추기경)과 환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 주교황청대사 관저에서 열린 만찬에서 파롤린 교황청 국무원장(추기경)과 환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각) 피에트로 파롤린 교황청 국무원장과 만찬 회담을 하고 한반도 평화 정착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문 대통령은 파롤린 국무원장이 세계 주교 대의원회의 일정으로 바쁜 와중에 이날 성베드로대성당에서 한반도 평화를 위한 미사를 직접 집전해 준 데 대해 감사의 뜻을 전했다.

문 대통령은 미사 직후 한 특별연설에서 “오늘 올린 한반도 평화를 위한 기도는 남북한 국민과 평화를 염원하는 세계인 모두의 가슴에 희망의 메아리로 울려 퍼질 것”이라며 “우리는 기필코 평화를 이루고 분단을 극복해낼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한국 속담에 ‘지성이면 감천’이란 말이 있는데 성의를 다하면 하늘도 움직인다는 뜻”이라며 “오늘 미사에서 평화에 대한 갈구와 간절함이 한데 모였다는 생각과 함께 한반도에 평화가 이뤄질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국무원장님의 강론에도 한반도 평화를 간절히 희구하는 뜻이 담겨있어 좋았다”며 “강력한 적대 관계 속에서 평화를 만들어내는 일은 용기가 있어야 하는데 오늘 미사가 우리에게 큰 용기를 줬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또 “평양 공동선언을 통해 판문점에서 군인과 무기를 철수하고 지뢰를 제거하고 있다”며 “이제 판문점은 한반도 평화의 상징이 될 것”이라고 했다.

파롤린 국무원장은 “대통령 말씀대로 이제 판문점이 한반도 평화의 상징이 될 것”이라면서 “주님께서 우리의 기도에 응답하셔야 할 것 같다. 우리의 기도가 정말 강렬했고 주님께서 우리 기도를 꼭 들어주시리라 믿는다”고 답했다. 이어 “그동안 대통령께서 북한 지도자를 만나 큰 걸음을 떼셨는데 앞으로도 계속 잘될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의 교황청 방문으로 전 세계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북한을 방문할 것인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번 방문을 계기로 ‘교황을 북한으로 초청하겠다’고 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뜻을 전달했다. 김정은은 지난 9월 평양에서 열린 남북한 정상회담 당시 문 대통령에게 이 같은 뜻을 교황에게 전달해달라고 요청했다.

한반도 평화와 남북 화해에 지지를 표명해 온 교황의 방북이 성사된다면 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체제 구상에 더욱 힘이 실릴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2000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당시 교황이었던 요한 바오로 2세를 평양에 초청했지만 결국 실현되지 않았다.

로마=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