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물방울'에서 '가성비'로…주머니 사정이 와인 트렌드도 바꿨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생활 속 와인 이야기
(5) 경제위기가 바꾼 세계 와인업계 지형
2008년 '리먼 사태' 뒤 세계 와인산업 변화
최고급 제품 대신 가격 대비 품질 높여
美 캘리포니아산 '롱반'
국내서 가성비 와인으로 인기
(5) 경제위기가 바꾼 세계 와인업계 지형
2008년 '리먼 사태' 뒤 세계 와인산업 변화
최고급 제품 대신 가격 대비 품질 높여
美 캘리포니아산 '롱반'
국내서 가성비 와인으로 인기
가격 대비 품질을 뜻하는 ‘가성비’가 소비문화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하지만 와인을 포함한 식음산업에서는 가성비만 따져선 곤란하다. 맛은 객관적이지 않고, 개인에 따라 각자 다르게 느끼기 때문이다. 특히 와인은 다른 주종보다 오감을 고루 만족시키면서 향기로 즐기는 술이기 때문에 가성비란 단어가 어울리지 않았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가성비 좋은 와인을 찾기 시작했고, 와인 관련 종사자들도 ‘가성비 와인’을 찾아 나서고 있다. 지금은 대다수 소비자들이 와인을 선택하는 기준으로 가성비를 꼽고 있을 정도다.
이 같은 상황은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다. 가성비의 판단 기준은 그 상품을 소비하는 대중의 음용 경험이며, 이는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빠르게 퍼진다. 와인 생산자는 소비자 욕구를 파악하고, 종래에 추구하던 것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가성비를 목표로 둔다.
이 같은 세계 와인산업의 변화는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에서 시작됐다. 확고한 입지와 명성을 구축한 소수의 최고급 와인은 비교적 단기간 고전을 겪은 뒤 정상궤도로 돌아왔지만, 대다수 와인은 판매가 급감하는 위기를 겪었다. 단기적으로는 ‘위기 대응형 와인’도 등장했다. 미국에서는 한 병에 10달러짜리 와인만큼 품질이 좋은데도 단돈 2달러에 판매된 ‘투벅척(Two buck chuck)’ 와인이 나왔다. 주요 미디어로부터 극찬을 받았음에도 판로가 막혀 고전하는 여러 와인의 원액을 제3자가 사들여 블렌딩한 ‘90+’란 상표의 와인도 이때 나왔다.
이들 와인은 경제위기 직후 와인 업체들이 현금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크게 기여했다. 그러나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지속적인 생산이 불가능하다는 한계도 노출했다. 이런 탓에 시장 중심에서 멀어졌다. 그리고 기존 와인 생산자의 기획형 신제품이 속속 등장했다. 이런 신제품은 크게 두 가지 접근법으로 생산된다.
첫째는 유명 원산지 이름을 유지하면서 가격을 최대한 내리는 것이다. 미국을 대표하는 와인 산지 나파밸리에서도 경제위기 이후 30% 이상 낮은 가격에 새로운 와인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기존 와인을 싸게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원산지를 유지하면서 최대한 낮은 가격에 신제품을 내놓는 방식이다. 1976년 ‘파리의 심판’에서 프랑스 특급 와인들을 누르고 레드 와인 부문 우승을 거머쥔 스택스 립 와인셀라의 ‘핸즈 오브 타임(Hands of Time)’이 좋은 예다.
둘째는 일반적 원산지에서 생산하면서도 가격대에 비해 훨씬 높은 품질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미국은 물론 국내에서도 이른바 ‘미친 가성비’ 와인으로 빠르게 저변을 넓혀 가고 있는 캘리포니아산 롱반(Long Barn·사진) 와인이 대표적이다.
이 두 가지 접근법 모두 가성비의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 원료 조달, 원가 절감 등에서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롱반은 이탈리아 북부 출신으로 30년 넘게 이탈리아와 미국에서 와인을 생산해온 세 명의 베테랑이 탄생시킨 와인이다. 롱반 와인은 주로 상급 포도가 재배되는 이탈리아 북부 해안가에서 포도를 조달한다. 또 풍미가 강한 와인이 더 상급으로 인식되는 분위기에 휘둘리지 않고 여러 종의 강한 포도 품종을 섞는 대신 단일 품종만을 고집해 빚는다. 숙성 과정은 고급 와인에 적합한 프랑스 오크통을 사용하지만, ‘과유불급’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롱반의 양조 철학이다.
롱반 소유주 3인은 가격 대비 품질이 매우 좋은 원료와 부재료를 사용한다. 대신 과도한 사용은 피한다. 오랜 경험을 통해 체득한 양조 노하우를 살려 균형과 음식 친화성이 좋은 제품을 생산한다. 철저하게 생산 계획을 짜고 원료 조달 네트워크도 잘 구축해 생산 원가를 낮췄다. 그 혜택을 최종적으로 소비자들에게 전해줌으로써 ‘캘리포니아 최고의 가성비 와인’이란 수식어가 붙었다. 국내에서도 롱반 멀롯(Long Barn Merlot)과 롱반 샤도네이(Long Barn Chardonnay) 두 개 품목이 지난해 주류 관련 상을 받은 바 있다.
높은 가성비 와인을 만드는 두 가지 접근법은 ‘용의 꼬리냐 뱀의 머리냐’의 관점으로 볼 수 있다. 와인 역시 적자생존과 경제학 원칙이 적용되는 냉혹한 현장이므로 생산자들은 더 뛰어난 가성비 와인을 생산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것은 그들의 숙제며, 현명한 소비자들은 편하게 더 가벼운 주머니로 이 와인들을 즐기면 될 일이다.
신성호 < 나라셀라 홍보교육이사 >
이 같은 상황은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다. 가성비의 판단 기준은 그 상품을 소비하는 대중의 음용 경험이며, 이는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빠르게 퍼진다. 와인 생산자는 소비자 욕구를 파악하고, 종래에 추구하던 것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가성비를 목표로 둔다.
이 같은 세계 와인산업의 변화는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에서 시작됐다. 확고한 입지와 명성을 구축한 소수의 최고급 와인은 비교적 단기간 고전을 겪은 뒤 정상궤도로 돌아왔지만, 대다수 와인은 판매가 급감하는 위기를 겪었다. 단기적으로는 ‘위기 대응형 와인’도 등장했다. 미국에서는 한 병에 10달러짜리 와인만큼 품질이 좋은데도 단돈 2달러에 판매된 ‘투벅척(Two buck chuck)’ 와인이 나왔다. 주요 미디어로부터 극찬을 받았음에도 판로가 막혀 고전하는 여러 와인의 원액을 제3자가 사들여 블렌딩한 ‘90+’란 상표의 와인도 이때 나왔다.
이들 와인은 경제위기 직후 와인 업체들이 현금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크게 기여했다. 그러나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지속적인 생산이 불가능하다는 한계도 노출했다. 이런 탓에 시장 중심에서 멀어졌다. 그리고 기존 와인 생산자의 기획형 신제품이 속속 등장했다. 이런 신제품은 크게 두 가지 접근법으로 생산된다.
첫째는 유명 원산지 이름을 유지하면서 가격을 최대한 내리는 것이다. 미국을 대표하는 와인 산지 나파밸리에서도 경제위기 이후 30% 이상 낮은 가격에 새로운 와인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기존 와인을 싸게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원산지를 유지하면서 최대한 낮은 가격에 신제품을 내놓는 방식이다. 1976년 ‘파리의 심판’에서 프랑스 특급 와인들을 누르고 레드 와인 부문 우승을 거머쥔 스택스 립 와인셀라의 ‘핸즈 오브 타임(Hands of Time)’이 좋은 예다.
둘째는 일반적 원산지에서 생산하면서도 가격대에 비해 훨씬 높은 품질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미국은 물론 국내에서도 이른바 ‘미친 가성비’ 와인으로 빠르게 저변을 넓혀 가고 있는 캘리포니아산 롱반(Long Barn·사진) 와인이 대표적이다.
이 두 가지 접근법 모두 가성비의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 원료 조달, 원가 절감 등에서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롱반은 이탈리아 북부 출신으로 30년 넘게 이탈리아와 미국에서 와인을 생산해온 세 명의 베테랑이 탄생시킨 와인이다. 롱반 와인은 주로 상급 포도가 재배되는 이탈리아 북부 해안가에서 포도를 조달한다. 또 풍미가 강한 와인이 더 상급으로 인식되는 분위기에 휘둘리지 않고 여러 종의 강한 포도 품종을 섞는 대신 단일 품종만을 고집해 빚는다. 숙성 과정은 고급 와인에 적합한 프랑스 오크통을 사용하지만, ‘과유불급’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롱반의 양조 철학이다.
롱반 소유주 3인은 가격 대비 품질이 매우 좋은 원료와 부재료를 사용한다. 대신 과도한 사용은 피한다. 오랜 경험을 통해 체득한 양조 노하우를 살려 균형과 음식 친화성이 좋은 제품을 생산한다. 철저하게 생산 계획을 짜고 원료 조달 네트워크도 잘 구축해 생산 원가를 낮췄다. 그 혜택을 최종적으로 소비자들에게 전해줌으로써 ‘캘리포니아 최고의 가성비 와인’이란 수식어가 붙었다. 국내에서도 롱반 멀롯(Long Barn Merlot)과 롱반 샤도네이(Long Barn Chardonnay) 두 개 품목이 지난해 주류 관련 상을 받은 바 있다.
높은 가성비 와인을 만드는 두 가지 접근법은 ‘용의 꼬리냐 뱀의 머리냐’의 관점으로 볼 수 있다. 와인 역시 적자생존과 경제학 원칙이 적용되는 냉혹한 현장이므로 생산자들은 더 뛰어난 가성비 와인을 생산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것은 그들의 숙제며, 현명한 소비자들은 편하게 더 가벼운 주머니로 이 와인들을 즐기면 될 일이다.
신성호 < 나라셀라 홍보교육이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