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1일부터 근로시간 단축법, 주 52시간 근로제가 시행되고 있다. 저녁이 있는 일상이 생기고 취미활동이나 가정생활에 충실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와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다는 부정적인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퇴근 시간 압박으로 회사가 아닌 곳에서 업무를 연장해야 한다는 부담과 초과근무로 인한 수당 혜택도 없어 무료 봉사 느낌이라는 지적까지 있다.

다른 나라에 비해 한국의 노동시간이 더 긴 것은 사실이다. 과중한 업무량으로 인해 근로자들은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기가 어려워지고 정신적 고통도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무조건적으로 업무시간만 줄인다고 직장인의 행복이 커지고 만족감이 질적으로 향상되는 것인지는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원하지 않게 강제적으로 이뤄지는 타의적 초과근무는 확실히 스트레스를 가져온다. 개인의 심리적 행복을 감소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나아가 신체 질병까지도 가져온다. 그러나 타의적인 초과근무가 아니라 자의적인 초과근무의 경우는 다르다.

인간은 주어진 과제를 완성하지 못했을 때 이에 대해 계속 생각하는 반추현상을 보인다. 그래서 이후 그 과제에 대한 기억을 잘 해낼 수도 있다. 그러나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에서도 업무와 관련된 문제들이 끊임없이 떠오르는 반추현상은 개인의 긴장 수준을 높이고 스트레스를 부여한다. 때로는 본인이 자각하지 못한 채 이런 반추현상은 수면까지 방해하면서 아무리 자도 피곤함을 느끼게 하기도 한다. 미완성에서 비롯되는 기억과정인 ‘자이가르니크 효과’ 때문이다. 러시아 심리학자 자이가르니크 박사가 우연히 한 식당에서 주문을 받는 웨이터들의 행동을 관찰하다가 발견한 개념이다. 손님의 주문을 받고 테이블에 음식을 가져다줄 때까지는 종업원들이 그 많은 주문내용을 다 기억하지만, 완성하고 나면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

목표에 다다를 때까지 완성시켜가는 과정에서 우리는 계속 그 과제를 기억하고 반추하게 된다. 그래서 충분한 휴식을 취하기 어렵기도 하다. 작업을 중단하고 쉬라고 해도 이런 반추 작용에 의해 아무리 쉬어도 피로감만 지속되기 때문이다. 강제적인 업무시간 초과만큼이나 강제적 업무시간 단축 또한 역효과가 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자의적인 초과근무는 도리어 개인 또는 조직을 위해 유익할 수 있다. 스스로 원해서 근무시간을 연장하는 것은 허용해야 한다. 오늘까지의 일, 이번 주까지의 일을 완성하고자 하는 욕구를 인정해주는 것이다. 물론 이때 보상까지 주어진다면 그 효과는 극대화될 수 있다.

그러나 일에 투자하는 노력과 시간만큼이나 여기서 해방되는 것 또한 필요하다. 목표 달성을 위해 집중하고 완성한 후에는 충분한 휴식이 있어야 한다. 최근 한 연구에 의하면 초과 근무와 과다한 업무량 그리고 조직 내 상부 압력 그 자체가 고용인들의 만족감이나 행복감을 떨어뜨리는 직접적인 원인이 아니었다. 아무리 업무가 과하더라도 그 업무에서 회복될 수 있는 시간, 그 업무와 자신을 분리시킬 수 있는 ‘심리적 분리(psychological detachment)’가 충분하다면 전혀 갈등이 일어나지 않는다.

업무를 끝냈을 때, 업무로부터 자신을 완전히 분리시킴으로써 심리적 자원을 다시 회복할 수 있게 된다. 업무에 대한 신경을 꺼버리고 직장과 멀리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고갈된 정신적 에너지를 다시 채워나가는 회복 경험이 중요하다. 1주일이든, 한 달이든 과제내용에 따라 다르겠지만 업무에 집중한 만큼 거기서 벗어나는 분리가 필요하다. 직장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갈 때 이런 심리적 분리가 철저히 일어날 수 있다면 그다음날 바로 업무에 투입될 수 있다. 그러나 하루 이틀 만에 완료할 수 없는 작업이면 그걸 완성하기 위한 충분한 업무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목표를 완성한 이후엔 충분한 회복을 위한 심리적 분리 시간 또한 필요하다.

직종 및 직무 내용에 따라 개별화된 맞춤형 근무시간과 심리적 분리 시간을 마련해야 한다. 무조건적인 주 52시간제가 아니라 융통성 있는 근무 시간제가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 기업과 구성원 모두 더 많은 성과를 얻을 뿐 아니라 만족감과 행복감 또한 커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