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 "자택 담 넘으려는 1인시위자 때문…회사 차원에서 경호·경비"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자신의 집에서 근무하는 경비원들의 용역 대금을 회삿돈으로 지급하는 등 회사에 총 16억 원대 손해를 끼친 혐의로 검찰에 넘겨졌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조 회장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불구속 수사한 끝에 기소 의견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고 5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조 회장은 자택 경비를 맡은 용역업체 유니에스에 지급할 비용 16억1천만 원과 자택 시설 유지·보수공사 비용 4천여만원을 한진그룹 계열사인 정석기업이 지급하게 한 혐의를 받는다.
조 회장은 2003년께부터 서울 종로구 구기동 자택 경비원들의 용역 대금을 정석기업이 지급하게 했고, 2013년 1월 종로구 평창동에 신축한 자택으로 이사한 뒤로도 계속 정석기업이 대금을 내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정석기업은 조 회장과 원 모 씨가 공동으로 대표를 맡고 있고, 조 회장의 아내 이명희 씨와 자녀들이 사내이사로 올라 있는 회사다.
정석기업은 조 회장 자택 경비원 용역 대금을 지급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자사 소유 건물의 경비 용역비 또는 주차 용역비로 쓴 것처럼 허위 회계처리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 회장은 또 2011년부터 올해까지 14차례 자택을 유지·보수한 비용을 정석기업이 내게 하고, 손자들을 위한 평창동 자택 모래놀이터와 정원 마사토 공사, 폐쇄회로(CC)TV 설치, 보일러 수리 등에 정석기업 직원들을 동원한 것으로 조사됐다.
자택 경비원들은 경비 업무 외에도 강아지를 산책시키거나 배변을 정리하고 나무에 물을 주고 쓰레기를 분리수거·배출하는 등 조 회장 일가의 잡무를 했다.
조 회장은 경찰에서 "정석기업 대표가 알아서 했을 뿐 용역 대금을 대신 냈다는 사실을 몰랐고, 내가 소유한 돈이 지출된 줄로 알았다"며 혐의를 부인하면서도 배임액수 전액을 3차례에 걸쳐 정석기업에 변제했다.
반면 경찰은 정석기업과 유니에스 관계자들이 통화 또는 이메일로 '경비원을 뽑은 것은 회장 사모님(이명희씨)의 지시'라는 취지로 언급한 점 등에 비춰볼 때 조 회장이 자금 집행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보고 있다.
다만 경찰은 조 회장이 배임액수를 모두 변제한 점, 출석 요구에 응해 성실하게 피의자 조사를 받은 점 등에 비춰볼 때 구속이 필요하지는 않다고 보고 불구속 수사로 사건을 마무리했다.
경찰은 또 정석기업 공동대표 원씨와 이 회사 총무팀장도 불구속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자금 집행의 최종 책임이 조 회장에게 있는 점을 고려해 이명희 씨는 입건하지 않고 1차례 참고인 조사만 하고 수사를 마무리했다.
대한항공 측은 "수년 전부터 한 퇴직자가 자택 앞에서 1인시위를 하고 있고, 조 회장에게 위해를 가하려 하거나 자택 담을 넘는 등 문제가 이어져 회사 차원의 경호·경비 강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회사가 비용을 부담했다"고 해명했다.
아울러 "이 같은 비용 부담이 법률상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수사가 시작되기 전인 5월 초 조 회장이 경비 비용을 회사에 반납했고, 이후 수사 과정에서 확인된 (배임) 액수도 추가로 반납했다"며 "현재는 조 회장 돈으로 비용을 지불한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