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기임원보다 많이 받는 미등기…여러 계열사 상근도 문제"

대기업 총수 일가가 여러 계열사 임원을 겸직하면서 거액 보수를 챙기거나 미등기 임원이면서도 등기임원보다 많은 보상을 받는 등 문제점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관련 공시를 한층 더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경제개혁연대는 4일 공시대상 기업집단(대기업집단) 소속 260개 상장사의 반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올해 상반기에 2개 이상 회사에서 5억원 이상씩을 받은 임원 15명 중 14명은 총수 일가(동일인과 그 가족)였다고 밝혔다.
재벌 총수 일가 보수 '눈살'…경제개혁연대 "비합리적"
분석 결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국내 상장·비상장 계열사 중 모두 8개사에서 등기 및 미등기 임원을 맡았고 해외 계열사 2곳의 등기임원으로도 재직했다.

그러면서 대한항공과 한국공항, 한진칼, 한진 등 4개 상장사에서 총 58억원의 보수를 받았다.

이웅렬 코오롱그룹 회장은 모두 6개사의 임원을 겸하고 있는데 올해 상반기 코오롱인더와 코오롱생명과학, 코오롱글로벌 등 3곳에서 총 19억원을 수령한 것으로 공시됐다.

또 3개사 임원을 겸하는 허창수 GS그룹 회장은 2개사에서 53억원을, 국내사 3곳과 해외법인 2곳의 임원을 맡은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2개사에서 50억원을 각각 받았다.

분석 대상자 15명 중 카카오 최고전략책임자와 카카오M 대표를 겸하다 퇴직한 박성훈 넷마블 대표 1명을 제외하면 모두 재벌 총수 일가 출신이다.

이은정 경제개혁연대 정책위원은 "이들 총수 중 상당수가 여러 회사에 '상근직'으로 있는 점이 문제"라며 "일정 시간 근무를 전제로 하는 상근의 통상적 개념과 판례 등을 고려할 때 다수 회사에서 임원을 맡고 있으면서 상근 임원에 준하는 급여를 받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미등기 임원을 맡은 총수 일가가 기업 최종 의사결정권을 가진 등기임원보다 더 많은 보수를 받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총수 일가가 미등기 임원으로 있으면서 올해 상반기에 급여 등(보수에서 퇴직금과 스톡옵션 제외)으로 5억원 이상을 받은 경우는 모두 19명(15개사)이었다.

이중 5억원 이상을 받은 일반 임직원이 있는 5개사를 놓고 비교하면 총수 일가 미등기 임원이 받은 급여 등은 일반 임직원 최고액 수령자의 평균 1.36배에 달했다.

예를 들어 신세계그룹의 경우 미등기 임원인 정용진 부회장이 이마트에서 급여 등으로 받은 돈은 17억3천700만원에 달했으나 등기임원인 이갑수 이마트 대표이사 사장은 7억6천200만원을 받았다.

또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CJ,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은 효성에서 각각 미등기 임원으로 있으면서 급여 등으로 각각 12억원가량을 받았다.

해당 회사에서 5억원 이상을 수령한 일반 임직원은 없는 상황이다.

이은정 정책위원은 "상법은 등기임원과 미등기 임원의 책임과 권한에 분명한 차이를 둔다"며 "아무리 미등기 임원의 직위가 높아도 최종 의사결정을 하는 이사회 구성원인 등기임원보다 낮은 수준의 책임을 지는 점을 고려하면 등기임원에 대한 보상이 미등기 임원보다 많아야 한다"고 말했다.
재벌 총수 일가 보수 '눈살'…경제개혁연대 "비합리적"
경제개혁연대는 '물벼락 갑질'로 물의를 일으킨 조현민 전 진에어 부사장과 경영비리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신영자 전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등 회사에 손해를 입힌 총수 일가 임원이 5억∼13억원의 퇴직금을 챙긴 것도 비판했다.

이 위원은 "보수 공시는 보수가 성과와 연동해 적절한 보상이 이뤄졌는지 확인하고 총수가 입원보수 결정에 자의적으로 개입하는 문제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므로 공시내용이 대폭 확대돼야 한다"며 "주총 공고 시 임원 보수 승인 내용과 사업보고서상의 공시내용을 강화하고 임원 퇴직금 지급규정도 공시돼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