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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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 산업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한 축인 가상화폐(암호화폐) 거래소들의 상황이 좋지 않다. 신생 거래소들이 가두리 펌핑, 과도한 홍보 등으로 눈총을 받는 가운데 대형 거래소들마저 시장의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

세계적인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는 돈을 받고 암호화폐를 상장시켜주는 이른바 ‘상장피’ 논란을 겪고 있다. 국내 스타트업 싸이클린은 최근 서울남부지방법원에 바이낸스에 대한 고소장을 제출했다. 바이낸스에 10억원이 넘는 비용(114비트코인)을 상장피로 지불했지만 거래소에 상장되지 않았다는 이유다.

바이낸스의 상장피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블록체인 익스펜스 창립자인 크리스토퍼 프랑코는 지난달 바이낸스로부터 상장에 400비트코인이 필요하다는 견적서를 받았다면서 관련 이메일을 공개한 바 있다.

바이낸스는 두 사례 모두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했다. 창펑자오 바이낸스 최고경영자(CEO)는 “상장피로 얼마를 준다 해도 부실한 암호화폐는 상장시키지 않는다. 이더리움 네오 리플 이오스 모네로 라이트코인은 상장피 없이 상장했다”고 반박했다. 이에 싸이클린은 바이낸스와 체결한 상장 계약서를, 프랑코는 바이낸스가 보낸 이메일을 공개하며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대형 거래소가 거액의 상장피를 받는다는 의혹은 꾸준히 제기됐다. 고우균 메디블록 공동대표는 최근 한국경제TV에 출연해 가두리 펌핑을 대가로 상장피를 요구하는 상장 브로커가 있다고 언급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상당수 대형 거래소들이 상장피를 받아왔다. 이 과정을 중개하는 전문 브로커도 성업 중”이라며 “올해 초 기준 50억~100억원, 시세가 하락한 하반기에는 10억~50억원 수준”이라고 귀띔했다.
[오세성의 블로소득] '트릴레마 불신' 쌓여가는 대형 가상화폐 거래소
뉴욕에서는 사법 당국이 대형 거래소들의 불법행위를 적발했다. 지난 19일(현지시간) 바바라 언더우드 뉴욕주 검찰총장은 성명서를 내고 바이낸스와 크라켄, 게이트아이오가 디지털 화폐 관련 주법을 위반한 혐의를 포착해 뉴욕금융서비스국(NYDFS)에 내용을 송부했다고 밝혔다.

언더우드 총장은 “많은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공정성과 무결성(진실성), 보안 등을 위해 반드시 갖춰야 할 정책이나 절차를 무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거래 알고리즘을 통해 자동으로 거래가 이뤄지는 방식으로 가격 조작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보고서에는 비트파이넥스 비트플라이어 코인베이스 폴로닉스 등에서 이런 행위가 이뤄진다고 명시됐다.

블록체인의 트릴레마(세 가지 딜레마)는 탈중앙성, 투명성, 보안성이다. 세 가지 요소를 치우침 없이 모두 확보해야 한다는 의미다. 블럭체인은 특정 주체가 부당하게 개입할 수 없고 모든 거래는 투명하게 공개되는 점 때문에 기존 네트워크와 차별화된 가치를 갖는다.

상장피, 가격 조작, 부실한 보안 등 대형 거래소들의 문제점은 결국 이 세 가지 핵심의 결여로 귀결된다. 블록체인 기반 암호화폐들의 거래가 이뤄지는 거래소는 이 트릴레마에 과연 얼마나 부합하게 운영되고 있을까. 블록체인 본연의 가치를 구현하려는 대형 거래소들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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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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