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판 '복면가왕'
'더 마스크트 싱어'란 제목으로
내년 1월에 폭스TV서 방영
美 제작자 "문화장벽 없어 인기"
일본판 '굿닥터'
지난달부터 후지TV서 방영
야마자키·우에노 등 스타 출연
첫 회 10%대 높은 시청률 기록
국내 예능, 드라마의 기획 콘셉트와 구성, 제작 방식 등을 묶은 ‘K포맷’이 미국 일본 등 콘텐츠 강국에서 뿌리내릴 조짐이다. 중국, 동남아시아에 수출되는 정도에서 이젠 미국, 일본 등에 잇따라 판매되며 화제에 화제를 낳고 있다. 5일 아시아 최대 규모의 방송마켓 ‘BCWW(Broadcast Worldwide) 2018’(9월4~7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 참가한 미국판 ‘복면가왕’ 제작자 크레이그 플레스티스 스마트독 대표는 “한국 포맷은 다른 나라 포맷을 따라한 파생작 수준에 그치지 않고 신선하고 독특하다”며 “K팝, 음식 등 전체적인 한국 문화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지금이 K포맷 수출의 적기”라고 말했다.
◆“다양한 세대 즐길 수 있어 매력”
2010년 101만달러에 불과하던 K포맷 수출액은 2016년 5000만달러를 넘어섰다. 2017년엔 6000만달러에 달한 것으로 추산된다. 2015년 8개국이던 K포맷 수출지역도 15여 개국으로 늘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BCWW 및 연계 행사엔 플레스티스 대표뿐만 아니라 일본판 ‘굿닥터’ 제작자인 구보타 사토시 후지TV 드라마 PD 등 3000여 명에 달하는 국내외 포맷 제작자가 참여했다.
K포맷의 또 다른 매력으로 플레스티스 대표는 ‘가족 친화적’인 요소를 꼽았다. “복면가왕을 보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가족 친화적인 면이 있습니다. 다양한 세대가 즐길 수 있어야 큰 규모의 쇼가 나오는데 대부분 타깃층이 좁아서 어려워요. 하지만 복면가왕은 8세부터 80세까지 즐길 수 있어 규모가 훨씬 커질 수 있었습니다.”
이 덕분에 미국판 복면가왕은 무대 규모, 의상 등 여러 면에서 한국판보다 더 화려해졌다. 그는 “에미상 수상자부터 명예의 전당에 오른 사람까지 혀를 내두를 정도의 거물급 인사들이 무대에 오른다”고 소개했다.
◆한국 각본 수준도 ‘탁월’ 평가
일본에서도 K포맷이 한류 열풍을 다시 지피고 있다. 드라마 ‘굿닥터’는 미국뿐만 아니라 일본에서도 지난달부터 후지TV에서 방영되고 있다. 이 작품은 첫 회부터 10%대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목요일 밤 10시대의 후지TV 드라마가 첫 회 두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한 것은 2년 만이다. 야마자키 겐토, 우에노 쥬리 등 유명 배우들도 출연하고 있다. 구보타 PD는 앞서 ‘미생’ ‘시그널’도 리메이크했다. 그는 “드라마는 곧 각본이라고 생각하는데 한국 각본은 수준이 높다”며 “문화적 차이가 있어도 미국 등에 비해선 적어 리메이크하기 좋다”고 설명했다. 또 “시즌 1이 끝난 뒤 시즌 2를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과 일본은 콘텐츠 강국이다 보니 한번 포맷을 수출하면 다른 나라의 제작사들로 연쇄적으로 수출할 수 있는 가능성도 높다. 플레스티스는 “미국 등에서 전 세계적으로 콘텐츠가 공유되면 한국의 포맷산업 규모가 더욱 커질 것”이라며 “미국 시장에서 보고 배운 것을 한국 콘텐츠에 다시 접목해 업그레이드하는 기회로도 작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