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후 다른 길 걸었지만, 자카르타서 최고의 활약 합작 손흥민(토트넘)과 황의조(감바 오사카)는 만 17세이던 지난 2009년 잠시 한솥밥을 먹었다.
당시 故이광종 감독이 이끌던 17세 이하 축구대표팀에 발탁돼 나란히 태극마크를 달았다.
두 선수가 대표팀 유니폼을 입은 건 이때가 처음이다.
두 선수는 일본 센다이에서 열린 2009 센다이컵 국제청소년축구대회에 함께 출전해 많은 추억을 쌓았다.
모든 것이 처음이라 생소했지만, 서로에게 의지하며 힘을 불어넣었다.
두 선수는 항상 웃음을 잃지 않으려 노력했다고 한다.
하루는 숙소에서 지드래곤의 '하트 브레이커'를 크게 틀어놓고 함께 춤을 추며 스트레스를 풀기도 했다.
선수는 그렇게 웃고 떠들며 팀 분위기를 띄웠다. 그로부터 9년 뒤. 손흥민과 황의조는 다시 대표팀 유니폼을 함께 입었다.
이번엔 위치가 달랐다.
두 선수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 와일드카드로 선발됐다.
두 선수는 무거운 짐을 안고 이번 대회에 출전했다.
황의조는 '인맥 축구' 논란에 휘말리며 많은 비난을 받았다.
엄청난 부담을 안고 대표팀에 합류했다.
손흥민도 부담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는 주장완장을 차고 김학범 호의 리더로 인도네시아 땅을 밟았다.
팀의 맏형 격인 두 선수는 정신적인 고통을 이겨내고 U-23 대표팀을 일으켜 세웠다.
대표팀은 조별리그 말레이시아와 경기에서 1-2로 패하는 등 경기력 논란에 휩싸이며 많은 비난을 받았다.
그러나 황의조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조별리그에서 소나기 골을 기록하며 팀을 16강 진출로 이끌었다.
손흥민도 16강 이란과 경기에서 경기 막판 체력이 떨어진 후배들을 대신해 수비를 보겠다고 말하는 등 팀에 헌신했다.
두 선수의 투지와 정신력은 이번 대회 금메달 획득의 분수령으로 꼽히는 우즈베키스탄전과 8강전에서 더욱 빛났다.
'동갑내기' 손흥민과 황의조는 27일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브카시의 패트리엇 스타디움에서 열린 우즈베키스탄과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8강전 120분 연장 혈투를 4-3 승리로 이끌었다.
황의조는 해트트릭에 이어 연장전서 페널티킥을 유도해 결승 골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손흥민도 황의조의 첫 골과 세 번째 골을 어시스트하며 그를 도왔다.
9년 전 음악에 맞춰 함께 춤을 췄던 두 소년은 어엿한 U-23 대표팀의 리더로 성장해 짜릿한 승리와 기쁨을 안겼다.
두 선수는 경기 후 서로를 얼싸안으며 격려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