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의 워킹홀리데이(워홀) 프로그램에 참여하던 한국인 여대생을 아무런 이유 없이 잔혹하게 살해한 현지 청년에게 사건 발생 거의 5년 만에 종신형이 선고됐다.

호주 퀸즐랜드주 최고법원은 23일(현지시간) 한국인 여대생 반은지(당시 22세) 씨를 살해한 알렉스 루벤 맥이완(25)에게 살인죄를 적용, 종신형을 선고했다고 ABC 방송 등 호주 언론이 보도했다.

법원은 그러나 맥이완이 최소 20년을 복역하면 가석방이 가능하도록 했다. 따라서 그동안 수감 기간을 포함하면 그는 이르면 2033년 말 풀려날 수 있다.

로슬린 앳킨슨 판사는 판결문에서 맥이완이 가학적이고 폭력적인 공상의 세계에 빠져있었다며 살해 후 정신질환으로 진전됐다고 의심할 수는 있지만, 그것이 범행의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앳킨슨 판사는 또 피고인이 "누군가를 죽이기로 하고 밖으로 나갔고 힘없는 젊은 여성을 잔혹하고 경멸적으로 대했다"며 "그녀는 외국에서 온 방문객이었고 아주 평범한 일을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앳킨슨 판사는 피해자 가족을 향해서는 "밝고 똑똑한 젊은 여성이 가족에게 깊은 슬픔을 남기고 떠났다"며 위로의 말을 전했다.

이날 판결에 앞서 배심원단은 맥이완의 살인 혐의에 대해 만장일치로 유죄 평결을 내렸다.

배심원단의 평결이 나오자 맥이완은 감정의 특별한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반면 반씨 부모는 눈물을 쏟으며 서로 껴안고 위로했다.

반씨 아버지인 반형규 씨는 재판이 끝난 뒤 가해자가 반성하는 태도가 아니라며 아직은 용서할 수 없다는 뜻을 밝혔다고 호주 AAP 통신이 전했다.

반형규 씨는 "그를 용서하려고 법정에 왔고, 기꺼이 용서하려 했다"며 "하지만 법정에서 우리가 목격한 것은 그가 변명으로 일관한다는 느낌이었고, 진정한 후회나 죄책감을 보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맥이완은 2013년 11월 24일 새벽 4시께 일 하러 가던 반 씨를 아무 이유 없이 얼굴 등에 무차별적인 폭행을 해 살해했다. 반씨가 워홀 비자를 받아 호주에 온 지 단지 6주가 지난 때였다.

맥이완은 재판에서 반씨를 죽음에 이르게 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살해(murder) 의도보다는 조현병을 앓고 있어 악령에 씌워 이런 일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은 가해자가 살인 의도가 분명했다며 과실치사(manslaughter) 주장을 반박했다.

이번 재판은 범죄의 잔혹성 때문에 호주에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지만, 환청을 호소하는 가해자의 심리상태가 재판을 받기에는 부적합하다는 이유로 그동안 계속 미뤄졌다.
이영호기자 hoya@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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