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표 소매업체인 월마트도 이에 자극을 받아 무인화에 나섰다. 50개 점포에 매장 관리용 인공지능 로봇을 배치하고, 120개 매장은 전자동 무인점포로 바꿨다. 이 같은 쇼핑과 정보기술(IT)의 융·복합을 전문가들은 ‘리테일테크(retailtech)’라고 부른다. 소매(retail)와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다.
중국의 ‘리테일테크’는 미국보다 한발 앞섰다. 기술도 한 수 위다. 2016년 문을 연 알리바바의 신선식품매장 허마셴성(盒馬鮮生)에서는 계산대뿐 아니라 카트나 장바구니도 필요 없다. 물건을 직접 담지 않고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스캔한 뒤 그냥 나오면 된다. 3㎞ 이내 거주자는 30분 안에 집에서 물건을 받을 수 있다.
허마셴성 매장은 4500㎡(약 1361평)에 이른다. 그런데도 단위면적당 매출이 일반 슈퍼마켓의 3배나 된다. 제품을 전시하고 판매하는 기능과 물류창고, 배달센터까지 연계한 시스템 덕분이다. 이 회사의 무인편의점 체인인 ‘타오 카페’ ‘T몰 미래점’도 전국으로 퍼지고 있다.
알리바바와 경쟁 관계인 징둥닷컴도 신선식품매장 ‘세븐프레시’와 자동결제 방식의 실험매장 ‘X무인슈퍼’를 잇달아 열었다. 유통 스타트업 빙고박스는 상하이를 중심으로 24시간 무인편의점 100개를 운영하고 있다. 올해 말까지 5000개로 늘릴 계획이라고 한다.
흥미로운 것은 이들 업체가 온라인 유통기업이자 첨단 IT기업이라는 점이다. 온라인 기반의 전자상거래 기업들이 오프라인으로 진출했다는 것도 닮았다. 아마존과 알리바바 등의 오프라인 확장 전략은 마트의 퇴조 현상과 대조적이다. 지난해 미국에서는 백화점과 마트 9000여 곳이 문을 닫았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단순히 온·오프라인을 연결하는’ O2O(Online to Offline)를 넘어 ‘오프라인을 위해 온라인과 연결하는’ O4O(Online for Offline)로 유통산업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고 분석한다.
우리나라에도 대규모 무인매장과 드론 배송이 곧 선보일 전망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이 아마존과 손잡고 ‘미래형 백화점 매장’을 2020년 여의도에 열기로 했다. 5층 실내 정원에 앉아 모바일로 6~8층 디저트 매장의 음료를 주문하면 드론이 배송해 주는 시스템도 갖춘다고 한다. 마윈 알리바바 회장이 2년 전에 말한 ‘온·오프라인 소매가 서로 결합하는 신유통 시대’가 열리고 있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