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책임론도 부각될 듯

BMW가 잇따른 차량 엔진 화재로 리콜을 시행 중인 가운데, 2016년부터 유럽에서 비슷한 사례가 발생한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늑장 리콜' 논란이 일 전망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6일 BMW 화재 사태와 관련한 브리핑에서 "BMW 측이 2016년부터 유럽에서 비슷한 엔진 화재 사고가 있었고, 이에 따라 최근까지 원인 규명을 위한 실험을 해왔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화재 사고가 났는지, 몇 건이 발생했는지 등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국토부는 이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을 제출하라고 요청했다.

BMW의 이 같은 설명은 국토부에 차량 엔진 화재와 관련한 기술분석 자료를 제출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BMW가 2016년부터 엔진 화재 사고를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우리나라에서 30대 가까운 차량이 불에 타도록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BMW는 최근까지 '배기가스 재순환장치(EGR)' 모듈의 결함 가능성을 따지기 위해 사례 수집과 함께 실험을 해 왔는데, 마침 최근 실험의 결론이 났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차량이 연달아 불타 사회 문제로 대두하는 상황이 되자 공교롭게도 BMW의 원인 규명 실험이 끝났다는 설명은 석연치 않다.

BMW가 더욱 적극적으로 자발적 리콜 등에 임할 수 있었는데, 시간을 끌어온 것이 아니냐는 비난이 제기되고 있다.

가뜩이나 BMW는 올해 1월 주행 중인 차량에서 3건의 화재가 발생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달까지 총 27건의 화재가 발생했지만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고 '모르쇠'로 일관했다는 비난을 받는다.

BMW는 지난달 26일에야 국토부로부터 리콜 요청을 받고 42개 차종, 10만6천대에 대한 자발적 리콜 시행 방침을 발표했다.

국토부는 사실관계에 대한 조사를 벌여 BMW가 늑장 리콜을 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과징금 등 처벌을 할 방침이다.

현행 자동차관리법 시행령은 차량 문제가 생겼을 때 지체 없이 시정조치를 하지 않으면 매출액의 1%를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에 대해 BMW 코리아는 "2016년에 유럽에서 유사 사례가 있었지만 한국에서처럼 단기간에 빈번하게 발생한 것은 아니었다"며 "전세계 방대한 데이터를 다 취합해 분석하느라 시간이 오래 걸린 것이지, 늑장 대처는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BMW가 EGR 계통의 불량을 스스로 인정하는 데다 유럽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고 밝힘에 따라 유럽에서도 조만간 리콜에 착수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대해 BMW 측은 유럽에서는 리콜은 아니고 캠페인 형식으로 우리나라와 같은 방식의 무상 수리를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국토부도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국토부도 차량이 수십대가 불타는 와중에 먼저 나서서 일찍 강제적 리콜 등 필요한 조치를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그동안 자동차가 완전히 전소해 화재원인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리콜이 늦어졌다고 해명했지만 피해를 본 소비자들의 공감을 얻지는 못하고 있다.

오히려 완전 전소 등 운전자에게 위험한 상황이 초래되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면 더욱 적극적으로 발화 원인 조사에 들어갔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4월 BMW가 EGR 부품에 문제가 있다고 인정하고 환경부의 승인을 받아 5만5천대를 리콜했음에도 국토부에는 관련 정보가 공유되지 않았다.

환경부는 환경 문제를 맡고 국토부는 자동차 안전을 담당한다는 부처간 '칸막이 문화'로 제대로 된 부처 협조가 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당시에는 차량들이 모두 전소돼 EGR이든 어디에서 불이 났는지 아무런 정보가 없는 상황이어서 환경부 리콜을 연결지어 생각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환경부의 4월 리콜 사례를 유의하고 있으며, 그와 관련한 자료를 확보해 분석하고 환경부와 공조해야 할 사안이 있으면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차제에 리콜과 관련해 해당 자동차 사업자가 원인 규명을 하게 하는 등 사업자 위주로 운영되는 리콜 제도 자체를 손봐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