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의료 빅데이터를 둘러싼 논의가 활발하지만 정작 환자 복지에는 관심이 덜합니다. 환자에게 유용한 서비스를 제공해 자연스럽게 데이터가 쌓이는 선순환 구조를 조성해야 합니다.”

"환자에게 유용한 의료 빅데이터 서비스 제공해야"
송승재 라이프시맨틱스 대표(사진)는 2000년대 중반까지 큰 인기를 끌었던 싸이월드를 예로 들었다. 송 대표는 “싸이월드는 데이터 축적보다 추억을 기록하고 공유할 수 있는 사용자 경험을 중시해 호평받았다”며 “의료 데이터 논의에서 고객은 없고 데이터만 있어 아쉽다”고 했다. 그는 서울대 치대에서 의료정보학 박사 과정을 수료하고 한국헬스데이터그룹을 창립하는 등 줄곧 의료 데이터 분야에 몸담아왔다. 지난해 말 출범한 한국디지털헬스산업협회 초대 회장을 맡고 있다.

2012년 설립된 라이프시맨틱스는 의료 데이터를 토대로 암 환자 자가관리 앱(응용프로그램) ‘에필케어’를 서비스하고 있다. 그는 “많은 암 환자가 수술이나 항암 치료를 받은 뒤에는 거의 방치되다시피 한다”며 “집에서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예후 차이가 크다”고 했다.

에필케어는 질환별 증상 기록 및 자가관리 지원 기능이 있다. 오심, 통증, 발열 등 암 환자가 집에서 생활하면서 겪는 다양한 증상을 앱에 입력한다. 혈압계, 체중계, 혈당계 같은 측정 기기와 연동돼 기본적인 건강 상태를 기록한다. 증상을 완화하는 데 유용한 콘텐츠도 제공한다. 이렇게 모인 데이터는 앱에 간명히 정리돼 의료진에 전달된다. 송 대표는 “환자가 항암 치료를 받기 전 주치의와 대면 상담하는 시간은 3분 정도밖에 안 된다”며 “의료진이 환자 상태를 정확하고 신속하게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에필케어는 환자 건강을 증진하는 것은 물론 데이터를 확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병원은 환자가 집에서 어떤 증상을 보이는지 세세하게 파악하기 어렵다. 그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환자 건강도 챙기고 병원이 확보하기 어려운 일상 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고 했다.

라이프시맨틱스는 에필케어에 질병 예측 알고리즘을 적용할 계획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의료기관 등이 보유한 700만 건 이상의 의료 데이터를 활용해 심뇌혈관 질환, 폐렴, 유방암 등을 예측할 수 있는 7종의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정확도는 90%를 넘는다. 6개 병원에서 환자 7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 환자의 95%, 의료진의 85%가 만족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송 대표는 “병원이 환자에게 의약품처럼 헬스케어 앱을 처방하는 ‘디지털 신약’ 시장에서 선도 기업이 되겠다”고 말했다.

임유 기자 free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