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기관회의서 '차관급' 결론에도 보고 없이 몰래 北인사 만나
통일부, 조평통에 "연락소장 급 맞춰달라" 요구…추후 바로 잡아
통일부, 독단적 北접촉 논란… 국장급 남북연락사무소장 요구
통일부가 곧 출범 예정인 남북공동연락사무소장 자리를 자기부처 인사로 채우기 위해 독단적으로 북한과 접촉, 북측의 소장을 국장급으로 내정해 달라고 요청한 정황이 포착됐다.

통일부의 이런 행위는 개성연락사무소장을 차관급으로 격상하려는 청와대의 의중에 반하는 것으로, 남북문제 자체보다 조직 이기주의를 앞세운 것이라는 점에서 국기문란에 다름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청와대와 통일부, 국가정보원 등은 공동연락사무소의 구성과 운영방안에 대해 수차례 회의를 거쳐 지난달 중순께 소장의 직급을 차관급이나 수석급으로 하고 청와대 직속으로 두는 쪽으로 결론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회의에서는 공동연락사무소는 남북 간 교류협력뿐 아니라 보다 판문점선언 이행 과정에서 폭넓은 의사 교환이 가능해야 하는 만큼 고위직을 앉혀 비중 있게 운영하겠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현재 판문점 연락사무소장이나 남북교류협력협의사무소장을 맡는 과장 또는 국장급의 실무 책임자로는 북측과 정무적 논의나 깊이 있는 협의가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초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공동연락사무소 구성 및 운영을 통일부에만 맡기지 말고 '판문점선언 이행추진위원회' 논의를 통해 조속히 가동할 수 있도록 지시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통일부는 정부의 이런 방침이 정해진 직후 상부에 보고도 하지 않은 채 공동연락사무소 개설을 위한 개보수 공사를 위해 개성공단에 파견된 통일부 당국자를 통해 북한에서 파견할 소장의 직급을 '통일부 국장급 인사'와 맞춰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계부처 회의 과정에서도 통일부는 연락사무소장을 고위공무원단의 가급(1급) 또는 나급(2급)으로 하고 통일부가 직접 운영하는 방안을 고집한 것으로 전해졌다.

통일부 당국자는 개성에서 황충성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부장과 따로 만나 이런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통일부의 이런 행보는 이내 관계 당국에 포착되면서 청와대에 큰 충격을 안긴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청와대 참모와 관련 기관 관계자들은 이미 결정된 정부의 결정을 무시하고 북측과 접촉한 데 대해 조명균 장관을 포함한 통일부 전체를 강하게 비판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정부 소식통은 "통일부는 새로 생기는 자리를 자신들이 챙기고 싶은 생각이 있었을 것이고 그런 연장선에서 이런 일을 한 것 같다"며 "하지만 이미 결정된 사안을 뒤집기 위해 상부의 뜻을 무시하고, 더군다나 상부 보고 없이 북측과 접촉해 자신들의 생각을 관철하기 위해 벌인 일이어서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일단 정부는 별도의 채널을 통해 통일부가 전달한 국장급 연락사무소장은 공식 입장이 아니라는 뜻을 북측에 전달하고, 차관급으로 정하는 방향으로 북측과 조율했다.

또 정부는 공동연락사무소의 개소식을 이달 17일 개성공단 현지에서 열기로 방침을 정하고 북측과 협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통일부는 보도해명자료를 내고 "통일부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소 준비 및 개소후 운영방안 등 관련된 모든 사안을 판문점선언 이행추진위원회 또는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회 등 범정부적 협의체에서 유관부처 간 긴밀한 협의를 통해 진행해 왔다"면서 "(해당) 보도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통일부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세부 구성 및 운영문제는 현재 북측과 협의 중에 있는 사안으로 아직 아무것도 결정된 바 없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