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자국 입장 선전무대 활용…올해는 남북·북미대화 지지 분위기
ARF 싱가포르서 오늘 개막… 6자회담국, '우군 만들기' 외교전
비핵화·평화체제 논의를 위한 북미간 협상이 진행되는 가운데 북한이 참석하는 유일한 아태지역 다자안보협의체인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가 4일 싱가포르 엑스포 컨벤션센터에서 개막한다.

강경화 외교장관과 리용호 북한 외무상을 포함, 남북한과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북핵 6자회담 당사국과 아세안 10개국 등 총 27개국이 참가하는 올해 ARF에서는 한반도 정세 등이 주요 의제로 다뤄진다.

지난해 북한은 핵·미사일 도발로 ARF 행사장에서 외면을 받았지만, 올해는 그보다는 대다수 참가국이 한목소리로 남북·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지지·환영의 메시지를 낼 것으로 보인다.

회원국들은 아울러 북한의 비핵화 약속 이행과 당사국들의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노력 등을 촉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ARF의 목적은 아·태 지역의 정치·안보 문제에 대한 역내 국가간 대화를 통해 상호신뢰와 이해를 제고하는 것으로, 의제로는 지역 및 국제 정세와 관련한 현안들이 논의된다.

하지만 근래에는 ARF 행사장이 북미, 미중 간 세력 대결과 북핵 문제를 둘러싼 6자 회담 당사국들의 외교전의 장이 되면서 아태지역 안보 현안을 다루는 대표적인 협의체로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아세안 10개국의 단결된 행보에 동남아 지역에서 영향력을 유지 또는 확대하려는 강대국들의 구애가 결합하면서 ARF가 다자안보 메커니즘이 없는 동아시아에서 특별한 위상을 구축한 셈이다.

이런 맥락에서 ARF는 그동안 북한이 자국의 주장을 국제사회에 선전하는 무대로 활용하기도 했으며, 특히 ARF 외교전의 성과가 집약되는 의장성명에 들어가는 북핵 및 한반도 정세 관련 문구를 놓고 남북간 물밑 외교전의 전장이 되기도 했다.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3일까지 잇따라 입성한 6자회담 당사국 장관들도 ARF 회의에 앞서 각자 수차례의 양자·다자 회담을 열고 '우군'을 만드는 데 주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ARF 모태는 1994년 역내 정치·안보 문제를 논의할 목적으로 열린 아세안 확대외무장관회의(PMC)다.

한국은 ARF 창설회원국으로 제1차 회의(1994년)부터 참여해 왔으며, 북한은 제7차(2000년·방콕) 회의부터 참여했다.

아세안 회원국들이 매년 돌아가며 의장국을 맡으며, 올해는 싱가포르 비비안 발라크리쉬난 외무장관이 회의를 주재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