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워크 랩스를 이끄는 사무엘 황 한국총괄(왼쪽 두 번째부터 시계 방향)과 데이비드 쿵, 남주철, 이재연, 문경록 매니저. 다섯 사람 모두 국내외에서 창업 경험을 갖고 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
위워크 랩스를 이끄는 사무엘 황 한국총괄(왼쪽 두 번째부터 시계 방향)과 데이비드 쿵, 남주철, 이재연, 문경록 매니저. 다섯 사람 모두 국내외에서 창업 경험을 갖고 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
‘맨땅에 헤딩’하듯 창업에 도전해 단맛 쓴맛 다 본 다섯 명이 후배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의 경영 멘토로 나섰다. 공유오피스 위워크가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 ‘위워크 랩스’를 출범시키며 영입한 사무엘 황 한국총괄과 데이비드 쿵, 문경록, 남주철, 이재연 매니저다.

이들은 “창업 지원은 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초기 스타트업은 경영의 기본에서부터 막막함을 느낀다”고 입을 모았다. 벤처캐피털(VC)에서 문전박대를 당하기도, 빽빽한 계약서를 해독하느라 진땀을 빼기도, 고민을 털어놓을 곳이 없어 막막하기도 했던 자신들의 과거 경험을 자산 삼아 스타트업의 ‘친구 같은 멘토’가 되겠다고 했다.

◆사무실 임대 넘어 경영 지원까지

위워크가 아시아 최초로 한국에 선보인 위워크 랩스는 사무공간 임대는 물론 스타트업의 직원 채용부터 교육, 사업전략 수립, 마케팅, 회계, 법률 자문까지 경영 전반을 지원하는 서비스다. 입주사 직원 한 명당 월 40만원을 받는다.

통상 액셀러레이터들은 초기 스타트업에 2500만~3000만원과 멘토링을 제공하고 5% 안팎의 지분을 가져간다. 기업 가치를 5억원 정도로 평가하는 셈이다. 조금이라도 성과를 내기 시작한 스타트업은 ‘박한 밸류에이션’이라고 느껴 참여를 포기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위워크는 스타트업 지분에 직접 투자하지 않고 국내외 유력 투자자들을 연결해 준다. 투자수익을 좇는 게 아니라 위워크라는 ‘플랫폼’의 영향력을 높이기 위해 시작한 사업이라는 것이다.

황 총괄은 “지분 관계가 엮이지 않으니 오히려 객관적 관점에서 모든 입주사를 꼼꼼히 챙길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위워크 본사 측은 한국의 벤처 생태계가 3~4년 새 눈에 띄게 발전한 점을 들어 국내 위워크 랩스 사업에 공격적으로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스타트업 해외 진출 집중 지원

지난 6월 시작한 위워크 랩스에는 한 달여 만에 50여 개의 스타트업이 입주했다. 역삼역점Ⅱ는 소비재, 을지로점은 교육, 여의도역점은 금융, 선릉역점은 헬스케어 등 지점별로 업종을 특화해 매니저가 상주하며 입주사들을 돕고 있다. 중국 국적인 쿵 매니저는 중국 진출을 원하는 국내 스타트업을, 유일한 여성인 이 매니저는 여성 창업자들을 밀착 관리한다.

가장 많은 조언이 오가는 문제는 역시 투자 유치다. 남 매니저는 “초기 스타트업들은 투자에 목말라 있지만 VC 관계자를 만날 기회를 얻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위워크 랩스는 유명 투자자들을 15~20명씩 대규모로 불러 입주사들에 데모데이(사업 발표회) 기회를 주는 등 매력적인 서비스를 확대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법무법인과 연계해 시간당 40만원 안팎인 법률 상담을 10만원에 제공하기도 한다.

위워크 랩스가 집중 공략할 스타트업은 해외 진출을 앞둔 곳들이다. 황 총괄은 “내수시장만 목표로 한다면 국내의 다른 액셀러레이터가 더 잘 맞을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위워크는 22개국 74개 도시에 지점을 두고 있다”며 “어느 나라에서든 품질이 같은 스타벅스 커피처럼 해외에 나가서도 한국과 똑같은 수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게 우리 강점”이라고 소개했다.

◆“창업의 가장 큰 고충은 외로움”

업계 안팎에서는 위워크의 ‘유료 멘토링’ 성공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스타트업에 몰리는 투자와 인재는 늘고 있지만 체계적인 경영 교육은 마땅치 않다는 점에서다. 스타트업에 접근해 지분만 챙기는 ‘사기꾼 멘토’가 여전히 활개 치는 것도 현실이다.

황 총괄은 중국에서 교육업체 뉴패서웨이에듀케이션을 세워 CVC캐피탈에, 문 매니저는 자산관리업체 뉴지스탁을 설립해 데일리금융그룹에 매각하는 등 엑시트(투자금 회수) 경험이 있다. 모두 업계의 유명인사들이지만 “스타트업을 하며 가장 힘들었던 것은 외로움”이라고 했다.

“초기 스타트업은 모든 게 막막하고 여성 창업자는 특히 더 심해요. 스타트업의 친구 같은 존재가 되고 싶습니다.”(이 매니저)

“‘왜 고생을 사서 하니’ 같은 주변 시선은 차라리 괜찮았어요. 하지만 모르는 게 생길 때마다 혼자 해결해야 하는 게 가장 힘들었어요. 다른 분들은 그런 어려움을 덜 겪도록 최선을 다해 도울 겁니다.”(문 매니저)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