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연구원 "美 중간선거 맞물려 WTO 탈퇴 우려 고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과의 무역전쟁에 이어 세계무역기구(WTO)까지 탈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9일 한국금융연구원 금융브리프에 실린 '트럼프 대통령과 WTO'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11월 중간선거에서 하원 과반의석 수성을 위해 WTO 탈퇴를 선언하며 보호무역주의 진영 결집을 꾀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WTO를 탈퇴하려면 6개월 전에 사전 통보해야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파리기후협약도 탈퇴를 돌발 선언한 전력이 있어 안심하기 어렵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초에도 네덜란드 총리와의 만남에서 WTO가 미국을 부당하게 대우한다며 "(WTO에) 무엇인가 하겠다"고 경고성 발언을 내놓은 적 있다.
WTO는 자유무역주의 중심의 글로벌 무역질서를 지향하는 국제기구로, 1995년 미국의 주도로 창립됐다.

만약 미국이 WTO에서 탈퇴한다면 세계 경제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미국 경제도 기존의 보호무역주의 강화와는 비할 수 없는 큰 충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미국이 WTO 회원국 자격을 잃으면 개별적으로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지 않는 한 타국이 미국산 제품에 고율 관세를 매기는 것을 피할 수 없게 된다.

또 미국은 지난 23년 동안 WTO에 분쟁 해소절차를 신청해 85.7%의 승소율을 거뒀는데, WTO를 탈퇴하면 불공정 무역관행에 대해 분쟁 해소절차를 통한 시정조치를 요구할 수도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부과나 외교적 압박으로 미국 중심의 통상정책을 관철하려고 하고 있지만, 미국의 영향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이 글로벌 생산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차 세계대전 직후 50%에 육박했지만, 현재는 25%를 밑돈다.

세계 경제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줄어든 셈이다.

금융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미국이 WTO 탈퇴 검토보다는 다자간 무역체제의 틀 안에서 무역 불균형을 해결하는 방향으로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