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온열질환자 현황 최장 2∼3일 이후에나 집계…주말에는 협조기관 쉬어 먹통
폭염은 '특별재난급'…지자체 피해 상황 대처는 '초보급'
연일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면서, 온열 질환으로 인한 사망자와 환자가 급증하고 가축과 양식어류 폐사도 속출하고 있다.

올해 폭염을 특별재난 수준으로 인식하고 관련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폭염 피해를 집계하는 각 지자체의 시스템은 다른 자연재난 대응 능력에 한참 못 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3일 한 광역지자체는 전일보다 폭염으로 인한 축산 피해가 약 20% 급증했다는 상황보고서를 내놨다.

통계를 꼼꼼히 보지 않는다면 하루 만에 피해가 급증한 것으로 오해할 수 있지만, 이 지자체가 밝힌 전일은 3일 전인 지난 20일 뜻하는 말이었다.

사흘 치 축산 폭염 피해 통계를 한꺼번에 모아 발표하다 보니 20%나 급증하는 결과가 나왔다.

'적절한 대책을 강구하기 위해서는 주말에도 매일 통계를 발표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해당 지자체 담당자는 다소 황당한 답변을 내놨다.

"폭염 피해는 각 지자체에서 파악할 수 없어 재해보험사가 집계한 통계를 전달받는데, 주말에는 보험사가 쉬는 탓에 받지 못합니다.

"
주말에는 축산 폭염 피해가 집계되지 않는 것을 개선하기 위해 일부 지자체는 최근 보험사 지역 지부에 "주말에도 폭염 피해 현황을 보내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하기도 했다.
폭염은 '특별재난급'…지자체 피해 상황 대처는 '초보급'
사정은 온열 질환 사망 또는 환자를 파악하는 시스템도 마찬가지다.

한 지자체는 질병관리본부를 통해 이틀 전에 발생한 온열 질환자 현황을 최신 발생 통계로 발표하고 있다.

각 응급의료기관 등이 전날 발생한 온열 질환자 현황을 질병관리본부의 질병보건통합관리 시스템에 입력하면 보건소와 광역지자체가 이를 단계적으로 확인을 거쳐 승인한다.

질병관리본부는 이를 토대로 전국 현황을 최종 집계한다.

결국, 질병관리본부의 공식 통계 발표까지는 최장 이틀의 시간이 소요돼 최신 온열 질환자의 현황이 지연 발표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상황이 답답한 지자체는 온열 질환자 현황을 시스템에 입력하지 않는 병원에 일일이 독촉전화를 돌리는 일도 발생하고, 퇴근한 지자체의 직원이 온열 질환자 현황을 실시간 파악하기 위해 매일 재택 근무하며 집계시스템을 계속 '새로 고침'하며 확인하는 일도 생긴다.

온열 질환자의 경우는 통계 누락도 발생하고 있다.

온열 질환과 합병증이 겹쳐 사망한 경우나, 응급의료기관이 아닌 요양병원 등에서 온열 요인으로 숨지면 현재 시스템으로는 집계할 수 없는 맹점도 나온다.

경찰의 변사사건 처리 결과나, 119 응급 이송 현황, 응급의료기관 외 다른 일반병원의 온열 질환자 현황 등을 보완해 온열 질환자 현황을 정리해야 정확한 피해 상황을 집계할 수 있지만 대부분 지자체가 손을 놓고 있다.

한 지자체의 보건부서 관계자는 26일 "국가나 지자체에서 생산, 발표하는 통계는 신속성도 중요하지만 정확해야 한다"며 "단계별로 확인과 승인 과정을 거치다 보니 전체적인 집계가 하루씩 늦춰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폭염은 '특별재난급'…지자체 피해 상황 대처는 '초보급'
신속하지 않은 폭염 피해 통계를 두고 시민들의 불만도 쏟아진다.

청주 서원구 수곡동에 거주하는 박모(48)씨는 "피해 통계가 정확하고 신속하게 집계돼야 지역 특성에 맞는 폭염 피해 예방책이 시행될텐데 매년 똑같은 대책만 발표된다"며 "탁상행정이 인명 피해를 키우는 꼴 아니냐"고 비판했다.

광주 시민 손모(37·여)씨는 "통보받은 자료를 지자체 업무시간에 맞춰 특정 시간대에 일괄 공개하다 보니 피해 상황 집계가 최장 2∼3일 지연 발표되는 일이 생기고 있다"며 "폭염을 특별 재난급으로 대응하려면 대응 시스템도 실시간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