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만에 재집권 마하티르 총리

말레이시아 ‘국민차 프로젝트’ 재추진 논란

15년 만에 재집권한 마하티르 모하마드 말레이시아 총리(93)가 1980년대 총리 재임 때 말레이시아 국민차로 추진한 ‘프로톤 프로젝트’ 부활을 선언해 화제다. 하지만 과거 프로톤의 실패를 기억하는 국민 여론은 부정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더스타 등 말레이시아 현지언론에 따르면 마하티르 총리는 지난 16일 블로그에 “프로톤의 매각으로 말레이시아의 자동차 시장이 외국에 포획되고 말았다”며 “국민차가 없으면 자동차 산업도, 관련 직장도 모두 사라지게 된다”는 글을 올렸다. 이어 “그럼에도 국민들은 중국산을 비롯한 수입산 자동차를 사는 것을 선호한다”며 “이대로라면 말레이시아는 소비자, 농부, 어부의 국가로 전락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마하티르 총리는 지난달 일본에서 열린 콘퍼런스에서 “말레이시아 정부가 태국이나 한국, 일본 기업과 협력해 프로톤을 대체할 새로운 국민차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새 국민차 프로젝트에 대한 말레이시아 여론은 부정적이다. 1983년 당시 마하티르 총리 주도로 설립된 프로톤의 실패를 되풀이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프로톤은 동남아에선 유일하게 자동차 자체 개발 능력을 갖춘 업체였다. 1990년대 한때 말레이시아 자동차 시장의 74%를 차지하기도 했지만 시장 개방 등의 영향으로 점유율이 10%대로 내려앉았고, 지난해 결국 중국 지리자동차에 매각됐다.

마하티르 총리는 “프로톤의 실패로 충분하며 누구도 두 번째 국민차를 보길 원치 않는다는 말을 들었다”며 말레이시아 국민의 차가운 반응에 실망을 토로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