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자동차 번호판이 눈에 띄었는지 길을 지나던 행인이 묻는다. 이 파란 번호판은 뭐냐고. 배출가스없는 친환경차에 장착되는 거라고 답하니 '아, 전기차~?'라며 관심을 보인다. 이건 '그냥 전기차 아니고 수소전기차에요'라고 말하니 '수소차가 뭔데요? 수소로 가는건가?'라며 호기심을 드러낸다.

그렇다. 전기차의 국내 등록대수가 이제 막 3만대를 넘어선 시기에 이름도 생소한 수소차가 판매를 시작했다. 일반 소비자들에겐 아직 '전기차'도 미래 먼 얘기처럼 들릴 수 있겠지만 이미 수 백여명의 소비자가 '수소전기차' 구매를 위해 줄을 서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이런 현상이 세계 보편적인 것은 아니다. 세계 대다수 소비자들은 아직 수소차를 경험해보지 못한 것이 일반적이고 수소차를 판매하는 브랜드 역시 세계 두어 곳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 누구보다 먼저 수소차를 가까이 만나볼 수 있는 것은 수소 양산차를 세계 최초로 선보인 업체가 바로 현대자동차이기 때문이다.

[시승]현대차 넥쏘, '누구냐 넌?'

현대차는 1990년대 말부터 수소차 개발에 뛰어들었다. 그 결과물인 투싼ix 수소연료전기차(FCEV)를 2010년 3월 제네바모터쇼에서 최초 공개했으며, 3년 만인 2013년 양산차를 내놨다. 하지만 투싼과 동일한 디자인에 1억5,000만원이라는 높은 가격, 부족한 충전 인프라 등이 발목을 잡아 2년간 300여대가 판매되는데 그쳤다. 이후 가격을 8,500만원까지 낮추기도 했지만 색다른 반향을 일으키지는 못했다.

이러한 단점을 개선해 최근 선보인 차세대 수소차가 바로 '넥쏘'다. 누가봐도 시대를 앞서가는 미래지향적인 디자인, 보조금을 포함한 3,000만원 후반대의 합리적인 가격 등 소비자들의 구매욕을 끌어당기는 요소들을 갖췄다. 이는 실제 판매로 이어져 최근 다섯달 만에 투싼ix FCEV의 2년치 기록을 뛰어넘는 물량이 판매됐다.

하지만 지금껏 접해보지 못한 수소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의구심은 여전하다. 일반 내연기관만큼 승차감은 편안한지, 편의·안전품목은 다양한지, 전기차만큼 효율이 높고 경제적인지, 충전에 문제는 없는지. 그래서 다양한 호기심을 풀기위해 4명의 기자가 각자의 시각으로 넥쏘를 해석했다. 물론 4인 또한 수소차는 완전 혹은 거의 처음 접하는 상태다. 과연 수소차는 양산차로서 돈을 주고 구매할 만할까. 국내 유일의 수소차 '넥쏘'를 타봤다.

[시승]현대차 넥쏘, '누구냐 넌?'

[시승]현대차 넥쏘, '누구냐 넌?'

▲구기성 기자 "투싼 후속으로 오해하면 서운해, 실내는 프리미엄급"
아무래도 현대차의 엠블럼이 달려있다보니 단순히 투싼급의 새 SUV로 오해하는 소비자들이 많다. 하지만 조금만 자세히 살펴보면 일반 내연기관차와는 곳곳의 디테일에서 차이가 난다. 입체감을 강조한 H 엠블럼의 광택이나 문을 잠그면 사라지는 도어핸들, 눈에 띄는 파란색 번호판 등이 그렇다.

외관은 SUV에 가깝지만 공력성능을 강화하고 FCEV의 첨단 이미지를 강조했다. 전면은 새 디자인 정체성인 '센슈어스 스포티니스'에 따라 아래로 좁아지는 대형 그릴을 적용했다. 모터로 구동하는 차이지만 여느 전기차와 같이 그릴을 막진 않았다. 연료전지 냉각을 위해서다. 헤드램프는 주간주행등을 위로 올리고 주요 등화류를 아래로 내린 컴포지트 방식을 채택했다. 최신 현대 SUV에서 볼 수 있는 요소다. 이와 함께 미등을 그릴 위로 가로로 길게 늘인 호라이즌 포지셔닝 램프를 넣었다.

측면은 군더더기 없는 곡면으로 연출해 주변의 공기가 유연하게 흐르도록 했다. 도어 핸들을 감춘 디자인은 국내에서 처음 시도됐다. 문을 여닫을 때만 돌출되고 주행 시엔 넣어둠으로써 공기 저항과 도난 위험을 줄인다. C필러를 관통하는 에어 터널도 이채롭다. 이런 마감 처리는 차체 뒤로 빠져나가는 공기의 와류를 줄여 효율 향상을 돕는다. 여기에 일부분을 검게 칠해서 지붕이 떠보이게 보이는 플로팅 기법을 더해 디자인 흐름을 따랐다. 후면부는 헤드램프와 닮은 풀-LED 테일램프를 적용했으며 와이퍼를 스포일러에 숨겨 간결한 뒤태를 완성했다.

[시승]현대차 넥쏘, '누구냐 넌?'

[시승]현대차 넥쏘, '누구냐 넌?'

실내는 고급 대형차에서나 경험할 법한 무게감이 느껴진다. 실제 싼타페보다 길이는 100㎜ 짧은 4,670㎜이지만 휠베이스가 35㎜ 길다. 수평형 대시보드로 넓게 설계해 공간감을 높이고 센터페시아와 센터콘솔의 존재감을 부각했다. 센터콘솔은 변속기가 없는 전기차 구조 덕분에 2층으로 마련할 수 있었다. 1층은 스마트폰 무선충전을 비롯한 수납공간으로, 2층은 센터페시아로 구성했다. 센터페시아의 버튼들은 기존 현대차와 비슷한 HMI를 적용했다. 그러나 눕혀진 형태를 갖추면서 버튼이 훨씬 많아 보인다. 여기엔 변속 레버가 버튼으로 바뀐 점도 한 몫 한다.

대시보드와 시트의 남색은 현대차 친환경 라인업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색상으로 블루 드라이브를 강조한다. 또 대시보드와 센터페시아에 일체감을 준 은색 소재는 디지털, 전기화를 상징한다. 색상과 소재 등을 적절히 활용해 친환경적이면서 미래지향적인 감성을 이끌어 냈다는 생각이다. 계기판과 모니터를 합쳐놓은 듯 거대한 디스플레이창도 기술 지향적이다.

[시승]현대차 넥쏘, '누구냐 넌?'

[시승]현대차 넥쏘, '누구냐 넌?'

▲김성윤 기자 "단연 돋보이는 초반 가속, 하지만…"
수소차는 '수소연료전지 자동차'를 말한다. 자동차 탱크에 충전된 수소와 공기 중의 산소를 결합시킬 때 발생하는 이온을 전력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수소 전기차'라고도 하는데, 이때 부산물로 '물'이 발생하기 때문에 미래 친환경차로 각광받는다.

넥쏘는 이런 화학 반응을 통해 최고 113㎾(154마력), 최대 40.3㎏·m의 성능을 발휘한다. 신형 싼타페 2.0ℓ 디젤(최고 186마력, 최대 41.0㎏m)과 비슷한 힘이다. 그렇지만 출발 가속은 같은 급의 디젤과 비교할 수 없이 단연 월등하다. 전력이 공급되는 순간부터 최대토크가 발휘되기 때문에 초반에 속도를 높이는 것이 손쉽다.

가속페달을 밟으면 부드럽다는 단어로는 부족할 정도로 미끄러지듯 거동한다. 변속기에서 오는 충격이 없기 때문에 고속으로 이어질 때까지 어떠한 걸림돌도 없다. 넥쏘보다 덩치가 작은 전기차도 몇몇 경험해 봤지만 차종별 주행 질감의 차이를 느끼는 것이 쉽지 않다. 이를 차별화해 그 차종만의 주행감성으로 만드는 것은 앞으로 전기차에 주어진 과제일 것 같다.

[시승]현대차 넥쏘, '누구냐 넌?'

[시승]현대차 넥쏘, '누구냐 넌?'

물론 소음은 거의 없다. 저속주행에서는 차 안팍이 고요할 정도이며, 고속에서는 너무 조용한 탓에 외부소음이 오히려 신경 쓰인다. 악셀을 밝을 때 마다 귀에 꽂히는 전기모터 소리만이 운전 중이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정숙한 실내와 부드러운 주행감각은 수소전기차 특유의 안락함을 형성한다.

스티어링 휠에는 패들시프터가 위치한다. 전기차인 만큼 변속이 아닌 회생제동의 강도를 조절하는 역할이다. 총 3단계로 조절이 가능한데 숫자를 높일수록 강한 회생제동이 걸리는 것을 체감할 수 있다. 고속 주행 시 보다는 시내 정체 구간, 신호 대기 구간 뿐 아니라 폭설로 미끄러운 도로에서 빛을 발할 기능으로 보다 효율적인 운전을 가능케하는 유용한 기능이다.

1회 주행거리는 609㎞에 달한다. 수소는 가스로 충전을 하기 때문에 ℓ가 아닌 ㎏ 단위를 사용해 복합효율은 96.2㎞/㎏이다. 따라서 수소 1㎏의 가격이 8,000원이라고 가정하면 1㎞ 주행시 비용은 83.2원이다. 이를 휘발유 엔진과 비교하자면 ℓ당 휘발유 가격이 1,600원이라고 가정했을 때 복합효율이 19.2㎞/ℓ에 달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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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효문 기자 "없는 것 빼고 다 있어, 부분 자율주행 수준"
넥쏘의 주행보조 장치들은 기능적으로 자율주행차 레벨2 수준을 작동할 수 있다 해도 무리가 없어 보인다. 스마트 크루즈컨트롤과 전방충돌방지 및 경고, 앞차 출발 알림, 차로 유지 및 이탈방지 보조, 고속도로 주행 보조, 하이빔 보조, 후측방 충돌방지 보조, 후방 교차 충돌방지 보조, 스마트 주차 보조 등 수많은 장치들이 주행 상황에 적절하게 대응하며 운전자의 개입을 최소화한다.

크루즈 컨트롤은 뻥 뚫린 고속도로에서 편안하게 달리기 위해 고안된 기능이다. 장거리 운전 시 차가 지정한 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편리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넥쏘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은 앞차와의 간격과 상대속도를 인식, 교통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속도를 높이고 낮춘다. 앞차가 멈추면 완전히 차를 세운다. 이러한 기능은 정체구간에서 무척 유용하다. 가다서다를 반복하는 꽉 막힌 도로는 운전자라면 피하고 싶은 상황이다. 크루즈 컨트롤을 활성화하면 페달에서 잠시 발을 떼고 있어도 교통흐름에 따라 차가 민첩하게 잘 따라가기 때문에 피로도가 확실히 덜하다. 갑자기 앞으로 끼어드는 차도 잘 인식한다.

스마트 크루즈 모드가 꺼지는 조건이 몇 가지 있다.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는 경우 '스티어링휠을 잡으세요'란 경고가 나간 뒤 10초 후 등이다. 도로사정과 주행조건이 괜찮다면 모드 활성화 후 스티어링휠에 손을 얹고만 있으면 생각보다 오랜 시간 동안 스스로 움직이는 차에 몸을 맞길 수 있다.

[시승]현대차 넥쏘, '누구냐 넌?'

[시승]현대차 넥쏘, '누구냐 넌?'

차선을 유지하는 솜씨도 꽤 능숙해졌다. 차선 안에서 좌우로 움찔움찔 움직이는 경우도 적고, 고속화도로 진입로 등 급격한 회전 구간에서도 자연스럽게 차선을 잘 따라서 돌아나간다. 차선을 인식하고 주행하는 기술이 많이 성숙해졌다는 생각이다. 이 기능과 스마트 크루즈만 잘 활용하더라도 고속도로 주행 시에는 거의 반자율주행의 느낌을 맛볼 수 있다.

다만 어떠한 경우에도 이런 기능들을 100%신뢰해선 곤란하다. 운전자를 보조하는 수준으로 이해하는 게 옳다. 사람이 운전하기 곤란한 상황에선 차도 마찬가지로 어려워한다. 폭우로 차선 인식이 어려운 경우, 정비가 필요할 정도로 차선이 흐려진 경우, 공사 등으로 인해 도로 면 상태가 좋지 않은 경우 등에선 인공지능보다 사람의 판단이 더 안정적이다.

부분 자율주행이 아니더라도 넥쏘의 다양한 안전장치들은 적극적으로 운전자를 지원한다. 후측방 모니터가 대표적이다. 방향지시등을 켜면 아웃사이더 미러 하단에 장착된 카메라를 통해 좌·우·후측방 영상을 클러스터 화면에 표시한다. 비 오는 날 이면주차가 심하게 되어있는 좁은 골목길처럼 다소 위험할 수 있는 환경에서 주위 상황을 살피는 데 무척 유용했다. 사방의 카메라를 조합한 어라운드뷰도 큰 도움이 된다. 차에서 직접 내리지 않더라도 전후방·좌우 장애물을 모니터를 통해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사고나 충돌 위험을 보다 확실히 줄여준다.

[시승]현대차 넥쏘, '누구냐 넌?'

▲오아름 기자, "4,000만원 있으면 넥쏘 살래?"
넥쏘의 세제혜택 후 가격은 모던 6,890만원, 프리미엄 7,220만원이다. 여기에 정부 보조금(2,250만원)과 지자체 보조금(1,000만~1,250만원)을 받으면 가격은 3,390만~3,970만원대까지 낮아진다. 상반기 정부 보조금 대상은 200여대 남짓에 불과했지만 수소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연말에는 추가로 500여대 가량 정부 보조금 대상이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사실 이러한 관심은 현대차 내부에서도 예상치 못한 수준이다. 처음 양산 전기차를 판매할 경우만 해도 법인 구매가 상당수를 차지했지만 넥쏘의 경우 일반 개인 소비자의 비중이 월등히 앞서기 때문이다. 특히 하이테크 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은 젊은 남성층의 구매율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넥쏘만이 지닌 수소라는 신기술과 각종 자율주행 시스템이 새로운 것에 목마른 얼리어답터들의 구매욕을 자극했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반짝 인기는 새로운 것에 대한 기대와 관심이 떨어지면 급격히 하락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판매가 꾸준히 이뤄지기 위해선 그외 자동차가 기본적으로 지녀야 하는 성능과 용도 등 상품성이 뒷받침돼야 한다. 넥쏘는 실용적인 차체 크기와 개성있는 내외관 디자인, 빈틈없는 편의 안전품목으로 이를 완성했다. 수소차가 아니어도 충분히 제값을 하도록 구성한 셈이다.

[시승]현대차 넥쏘, '누구냐 넌?'

그래서 누군가 "4,000만원이 있으면 넥쏘 살래?"라고 묻는다면 "그렇다"고 답할 것 같다. 물론 그 근거는 앞서 언급한 상품성과 더불어 서울에 단 하나뿐인 수소 충전소가 생활반경 내에 있기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서울에는 양재와 상암 두 곳에 마련돼 있지만 일반인이 이용 가능한 곳은 상암뿐이다. 그리고 상암 수소 충전소는 아직까지 무료로 충전이 가능해 연료비가 따로 들지 않는다. 이외 국내 수소 충전소는 광주와 울산, 창원 등을 중심으로 12곳이 구축돼 있으며 대부분 유료로 운영된다. 수소의 ㎏당 가격은 5,500~8,200원 정도이다.

다만 충전소와 생활반경의 거리가 멀다면 다시 한 번 구매를 고려하는 것이 좋겠다. 1회 충전시 주행거리가 600㎞를 넘긴 하지만 충전을 위해 매번 시간을 맞추는 일은 번거로울 수 있어서다. 수소 충전기의 경우 고압가스로 구분돼 자격을 갖춘 사람만 충전할 수 있고 일반 운전자가 직접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전문가가 있는 충전소의 개폐 시간에 맞춰 가야만 충전을 할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또 국토부의 연내 수소 충전소의 추가 계획은 고속도로를 중심으로 8곳에 불과하고 오는 2022년까지 총 310기를 구축할 예정이다.

오토타임즈 취재팀 autotimes@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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