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영상 스트리밍(실시간 재생) 서비스 기업인 넷플릭스가 ‘미국 TV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에미상 후보작 지명에서 거대 유료 케이블 네트워크인 HBO의 아성을 무너뜨려 주목받고 있다.

공격적인 콘텐츠 투자로 엔터테인먼트산업 전반을 뒤흔들고 있는 넷플릭스는 ‘기묘한 이야기’ ‘더크라운’ 등 112개 작품을 올해 에미상 후보작으로 이름을 올렸다. 34개 작품이 후보였던 2015년에 비해 3배 이상 늘었다. 반면 지난 17년간 가장 많은 작품을 후보로 올려왔던 HBO는 108개 작품이 후보작으로 선정돼 넷플릭스에 못 미쳤다. 뉴욕타임스(NYT)는 “넷플릭스가 17년 HBO의 아성을 무너뜨리면서 에미상의 새 시대가 열렸다”고 평가했다.

넷플릭스는 올해 자체 콘텐츠 제작에 80억달러(약 9조원)를 쏟아붓고 있다. 기존 미디어인 HBO(25억달러) 투자액의 3배가 넘는다. 테드 사란도스 넷플릭스 최고콘텐츠책임자(CCO)는 “코미디 드라마 다큐멘터리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이 후보에 올랐다는 것이 특히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초 미국 내 가입자 수에서 케이블TV를 넘어섰을 만큼 거센 코드커팅(케이블TV 가입 해지) 바람을 불러왔다.

넷플릭스의 미국 내 가입자 수는 5670만 명,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 가입자 수는 1억2500만 명에 달한다. 미국 통신사 AT&T가 HBO의 모회사인 타임워너 인수에 나선 것도 콘텐츠 확보를 통해 인터넷 기반의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서다.

추가영 기자 gyc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