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재정 분권 강화를 위해 국세 대(對) 지방세 비율을 현행 8 대 2에서 7 대 3으로 조정하면 일부 지방자치단체의 재원이 오히려 감소하는 ‘지방세 증대의 역설’이 나타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지방세 늘리면 '부자 지자체'만 더 좋아진다"
11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나라살림연구소’(소장 정창수 경희대 교수) 연구용역을 통해 받은 지방세제 개편안 보고서에 따르면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7 대 3으로 조정하면 전국 18개 기초 지자체의 재원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기준 국세와 지방세는 각각 233조3000억원과 75조5000억원으로 약 8 대 2 비율인데, 정부는 국정계획에서 이 비율을 7 대 3을 거쳐 6 대 4까지 조정하겠다고 했다.

연구진은 우선 지방세 증세만을 통해 지방세 비율을 높이는 것은 조세 저항에 부딪혀 쉽지 않을 것으로 봤다. 따라서 국세를 줄이고, 이를 지방세로 넘기는 방식을 가정했다. 지방소득세(소득·법인세의 10%)와 지방소비세(부가가치세의 11%)의 지방 이전 비율을 높이는 방식이다.

지방세 이전 비율을 높이면 지방세 수입은 늘겠지만 국세가 줄어 중앙정부가 내국세의 19.24%를 지자체에 지급하는 지방교부세 수입이 감소하는 것이 문제다. 특히 지방교부세 의존도가 큰 일부 지자체는 늘어나는 지방세수보다 줄어드는 지방교부세수가 커 오히려 재원이 수십억원 줄어드는 역효과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남에선 곡성 구례 고흥 보성 장흥 해남 함평 완도 진도 신안 등 10개 지자체의 재정이 오히려 악화될 것으로 추정됐다. 전북(진안 장수 임실)과 강원(철원 양구 인제)은 각각 3개 지자체, 경북(의성 영양)은 2개 지자체 재원이 감소할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지금도 지방세수가 풍족한 서울은 재원이 4조7000억원가량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지자체 간 ‘부익부 빈익빈’이 더 심해질 것이라는 얘기다. 연구진은 이를 보완하기 위해 목적세인 교통에너지환경세를 개별소비세로 전환해 내국세를 늘리고, 이를 지방교부세 재원으로 쓸 것을 제안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