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통상전쟁이 시작된 가운데 양국의 군사적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미국 군함 2척이 대만해협을 통과하면서 중국 정부가 반발할 조짐이다. 미 군함의 대만해협 진입은 중국을 군사적으로도 압박하려는 의도로 풀이되고 있다.

8일 대만 국방부는 미국의 이지스 구축함 머스틴(DDG-89)과 벤폴드(DDG-65)가 전날 오전 대만해협에 진입해 북동쪽으로 항해했다고 발표했다. 대만 국방부는 “미국은 구축함이 대만해협을 통과하기 전에 통보해왔고 대만 군은 규정에 따라 주변 해역과 상공을 통제하고 동행 감시했다”고 설명했다. 머스틴함과 벤폴드함은 각각 배수량 9200t과 8900t의 이지스함으로, 북태평양 해역을 담당하는 7함대 모항인 일본 요코스카 기지에 배치돼 있다.

미 군함이 대만해협을 통과한 것은 공식적으로 11년 만이다. 미국은 2007년 11월 항공모함 키티호크의 대만해협 통과 작전을 벌인 적이 있다. 지난해 7월에도 대만해협에 진입한 중국 항공모함 랴오닝함 전단의 움직임을 추적한 적이 있지만 대만 국방부 측은 이를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미국이 대만에 대한 지지를 밝히는 동시에 중국을 군사적으로 압박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다. 미국은 최근 중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위해 대만을 상대로 빈번하게 무력 시위를 벌이자 이를 견제하기 위해 대만해협에 정기적으로 군함을 파견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로이터통신은 “미국이 중국의 무력 과시에 대응해 대만해협에 항공모함 투입까지 고려했지만 실행해 옮기진 않았다”고 보도했다.

홍콩 명보는 사설을 통해 “미국은 중국이 굴복하지 않으면 다른 수단으로 중국을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며 “미국이 앞으로 외교·군사 수단을 강화해 대만 및 동중국해·남중국해 문제 개입을 강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