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터뷰] '해킹無' 유럽 첫 가상화폐거래소 대표 "보안은 필수, 편의는 옵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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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르 누아자 페이미엄 대표 인터뷰
고객자산 '망분리' 콜드월렛에 99% 보관
가상화폐 전용 거래소 '블록체인.io' 오픈
고객자산 '망분리' 콜드월렛에 99% 보관
가상화폐 전용 거래소 '블록체인.io' 오픈
“보안성과 편의성은 별개 사안이 아닙니다. 두 요소 가운데 어느 쪽을 중시할 것이냐의 문제죠. 가상화폐 거래소가 늘어나면서 고객 유치를 위해 편의 제공에 치중하는 추세인데요. 규모가 커지면 다시 보안 이슈가 관건이 됩니다.”
2011년 설립된 유럽 최초의 가상화폐(암호화폐) 거래소 페이미엄은 그간 한 번도 해킹 피해를 입지 않았다. 지난 1~2일 한국경제TV가 주최한 블록체인 컨퍼런스 ‘체이너스 2018’ 참석차 방한한 피에르 누아자(Pierre Noizat) 페이미엄 창립자 겸 대표(사진)에게 그 비결을 물었다. 지난달에만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두 곳이 해킹 공격을 당해 약 800억원 규모 피해를 입은 터였다.
우문현답이었다. 누아자 대표의 답변은 ‘보안은 필수, 편의는 옵션(선택)’으로 요약됐다. 페이미엄뿐 아니라 올 10월 선보일 암호화폐 전용 거래소 ‘블록체인 아이오’에서도 고객 신뢰가 우선이라는 설명이 뒤따랐다.
우선 기술적으로 해킹을 막는다. 망 분리된 콜드 스토리지에 암호화폐와 프라이빗 키 등 고객 자산의 99%를 보관한다. 국내 거래소들이 한국블록체인협회 자율규제안에 따라 70%를 콜드 월렛에 보관하는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높은 비율이다. 결제대금 예치(에스크로) 시스템도 도입했다. 예치 과정 등 거래소 개입 없이 당사자 간(P2P) 거래를 통해 해킹 노출 가능성을 줄인 것이다.
누아자 대표는 이것만으로 충분치 않다고 봤다. 그는 “고객 자산을 콜드 스토리지로 옮겨놓아도 회계 관련 데이터베이스(DB)가 해킹 당하면 잔액을 조정해 차액을 빼낼 수 있다. 여기에 대한 보안 대응책도 필요하다”면서 “고객뿐 아니라 스스로를 위해서도 해킹 방지 등 보안 강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보안 중시 방침에는 누아자 대표의 경력도 작용했다. 그는 미국 컬럼비아대 MBA에서 경영학석사학위를 땄지만 그 전에 프랑스 이공계 명문 에꼴폴리테크닉 이학석사학위를 받은 엔지니어 출신 최고경영자(CEO)다. 누아자 대표는 “은행 등 금융권 출신 인사라면 편의성을 우선시할 수 있겠지만 저는 보안성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가 설립 준비 중인 암호화폐 거래소 ‘블록체인 아이오’가 기존 중앙집중형에 탈중앙화 방식을 결합하는 시도에 나선 것도 그래서다. 느린 거래 속도에도 불구, 블록체인 본연의 개념에 부합하는 분산형 거래에 대한 고객 요구(needs)가 분명히 존재한다고 판단했다.
대량으로 화폐를 거래하는 투자자는 중앙집중 방식으로 빠르게 거래하고, 은행·거래소 같은 제3자 개입을 원하지 않는 투자자는 탈중앙화된 분산형 화폐 거래도 할 수 있게끔 직접 ‘선택’하는 식이다.
“탈중앙화 방식은 출금 속도가 느려 불편을 겪을 수 있어요. 하지만 중앙집중형 플랫폼의 근본적 위험(리스크)에 노출되기보다는 그게 낫다고 봅니다. 다만 의무화하는 건 아니에요. 빠른 속도나 익숙한 기존 방식을 선호할 수도 있으니까요. 거래시 고객이 두 방식 중 선택할 수 있도록 했죠. 각각의 장점을 결합한 ‘하이브리드(혼합) 방식’이 될 것이라 기대합니다.”
페이미엄 설립 당시 암호화폐는 사실상 비트코인이 유일했다. 페이미엄에서 비트코인 외에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암호화폐) 대신 유로화를 거래해온 이유다. 시간이 흐르면서 상황은 바뀌었다. 유로화 취급에 따른 은행과의 호환 등 기술적 문제, 금융권 규제를 비롯한 제약이 있어 암호화폐 전용 거래소를 별도 설립키로 했다.
“블록체인 아이오에서는 각종 토큰과 코인들을 거래할 것”이라고 소개한 그는 “통상 전체 인구의 15%는 인식해야 시장이 형성되는데 아직 1~2% 수준”이라며 “암호화폐 비트코인이 나온 지 1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초기 단계로 본다. 인터넷 기술도 대중적 인식까지 30년 정도 걸렸지 않느냐”고 부연했다. 누아자 대표는 결국 시장의 필요가 블록체인 산업 발전을 이끌 것으로 전망했다. 유럽 첫 암호화폐 거래소 설립이 그랬고, 곧 문을 여는 블록체인 아이오도 크립토 이코노미(암호화폐 경제)라는 시장의 요구에 응답한 것이라고 했다.
“향후 몇 년간 크립토 이코노미는 급성장할 거예요. 기업 자금 조달(프로젝트 파이낸싱)에 ICO(암호화폐 공개)가 중요 역할을 할 겁니다. 실리콘밸리의 몇몇 기업을 제외하면 힘들던 자금 유치가 손쉬워져요. 자산 토큰화도 중대 변화 요인이죠. 은행과 기관 투자자가 독점해온 기회가 일반 투자자에도 열리니까요. 기존 진입 장벽과 권력이 해체되는 계기로 작용할 겁니다.”
자신도 블록체인 아이오 오픈을 앞두고 ICO를 통해 최대 6000만유로(약 780억원)의 자금을 모집하는 누아자 대표는 ICO의 실패율이 높다는 지적에 대해 “투자자들은 ICO 프로젝트를 통해 내놓는 제품과 팀이 얼마나 탄탄한지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분리 대응을 통해 블록체인 기술 발전에 집중하는 한편 암호화폐는 규제하는 한국 정부의 행보에 대해서는 “법정 통화가 존재하는 만큼 당국의 암호화폐 규제 시도는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것”이라면서도 “기존 프로그램과 연계해 블록체인의 발전 가능성과 기회를 열어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귀띔했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사진=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
2011년 설립된 유럽 최초의 가상화폐(암호화폐) 거래소 페이미엄은 그간 한 번도 해킹 피해를 입지 않았다. 지난 1~2일 한국경제TV가 주최한 블록체인 컨퍼런스 ‘체이너스 2018’ 참석차 방한한 피에르 누아자(Pierre Noizat) 페이미엄 창립자 겸 대표(사진)에게 그 비결을 물었다. 지난달에만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두 곳이 해킹 공격을 당해 약 800억원 규모 피해를 입은 터였다.
우문현답이었다. 누아자 대표의 답변은 ‘보안은 필수, 편의는 옵션(선택)’으로 요약됐다. 페이미엄뿐 아니라 올 10월 선보일 암호화폐 전용 거래소 ‘블록체인 아이오’에서도 고객 신뢰가 우선이라는 설명이 뒤따랐다.
우선 기술적으로 해킹을 막는다. 망 분리된 콜드 스토리지에 암호화폐와 프라이빗 키 등 고객 자산의 99%를 보관한다. 국내 거래소들이 한국블록체인협회 자율규제안에 따라 70%를 콜드 월렛에 보관하는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높은 비율이다. 결제대금 예치(에스크로) 시스템도 도입했다. 예치 과정 등 거래소 개입 없이 당사자 간(P2P) 거래를 통해 해킹 노출 가능성을 줄인 것이다.
누아자 대표는 이것만으로 충분치 않다고 봤다. 그는 “고객 자산을 콜드 스토리지로 옮겨놓아도 회계 관련 데이터베이스(DB)가 해킹 당하면 잔액을 조정해 차액을 빼낼 수 있다. 여기에 대한 보안 대응책도 필요하다”면서 “고객뿐 아니라 스스로를 위해서도 해킹 방지 등 보안 강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보안 중시 방침에는 누아자 대표의 경력도 작용했다. 그는 미국 컬럼비아대 MBA에서 경영학석사학위를 땄지만 그 전에 프랑스 이공계 명문 에꼴폴리테크닉 이학석사학위를 받은 엔지니어 출신 최고경영자(CEO)다. 누아자 대표는 “은행 등 금융권 출신 인사라면 편의성을 우선시할 수 있겠지만 저는 보안성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가 설립 준비 중인 암호화폐 거래소 ‘블록체인 아이오’가 기존 중앙집중형에 탈중앙화 방식을 결합하는 시도에 나선 것도 그래서다. 느린 거래 속도에도 불구, 블록체인 본연의 개념에 부합하는 분산형 거래에 대한 고객 요구(needs)가 분명히 존재한다고 판단했다.
대량으로 화폐를 거래하는 투자자는 중앙집중 방식으로 빠르게 거래하고, 은행·거래소 같은 제3자 개입을 원하지 않는 투자자는 탈중앙화된 분산형 화폐 거래도 할 수 있게끔 직접 ‘선택’하는 식이다.
“탈중앙화 방식은 출금 속도가 느려 불편을 겪을 수 있어요. 하지만 중앙집중형 플랫폼의 근본적 위험(리스크)에 노출되기보다는 그게 낫다고 봅니다. 다만 의무화하는 건 아니에요. 빠른 속도나 익숙한 기존 방식을 선호할 수도 있으니까요. 거래시 고객이 두 방식 중 선택할 수 있도록 했죠. 각각의 장점을 결합한 ‘하이브리드(혼합) 방식’이 될 것이라 기대합니다.”
페이미엄 설립 당시 암호화폐는 사실상 비트코인이 유일했다. 페이미엄에서 비트코인 외에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암호화폐) 대신 유로화를 거래해온 이유다. 시간이 흐르면서 상황은 바뀌었다. 유로화 취급에 따른 은행과의 호환 등 기술적 문제, 금융권 규제를 비롯한 제약이 있어 암호화폐 전용 거래소를 별도 설립키로 했다.
“블록체인 아이오에서는 각종 토큰과 코인들을 거래할 것”이라고 소개한 그는 “통상 전체 인구의 15%는 인식해야 시장이 형성되는데 아직 1~2% 수준”이라며 “암호화폐 비트코인이 나온 지 1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초기 단계로 본다. 인터넷 기술도 대중적 인식까지 30년 정도 걸렸지 않느냐”고 부연했다. 누아자 대표는 결국 시장의 필요가 블록체인 산업 발전을 이끌 것으로 전망했다. 유럽 첫 암호화폐 거래소 설립이 그랬고, 곧 문을 여는 블록체인 아이오도 크립토 이코노미(암호화폐 경제)라는 시장의 요구에 응답한 것이라고 했다.
“향후 몇 년간 크립토 이코노미는 급성장할 거예요. 기업 자금 조달(프로젝트 파이낸싱)에 ICO(암호화폐 공개)가 중요 역할을 할 겁니다. 실리콘밸리의 몇몇 기업을 제외하면 힘들던 자금 유치가 손쉬워져요. 자산 토큰화도 중대 변화 요인이죠. 은행과 기관 투자자가 독점해온 기회가 일반 투자자에도 열리니까요. 기존 진입 장벽과 권력이 해체되는 계기로 작용할 겁니다.”
자신도 블록체인 아이오 오픈을 앞두고 ICO를 통해 최대 6000만유로(약 780억원)의 자금을 모집하는 누아자 대표는 ICO의 실패율이 높다는 지적에 대해 “투자자들은 ICO 프로젝트를 통해 내놓는 제품과 팀이 얼마나 탄탄한지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분리 대응을 통해 블록체인 기술 발전에 집중하는 한편 암호화폐는 규제하는 한국 정부의 행보에 대해서는 “법정 통화가 존재하는 만큼 당국의 암호화폐 규제 시도는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것”이라면서도 “기존 프로그램과 연계해 블록체인의 발전 가능성과 기회를 열어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귀띔했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사진=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