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없어도 품질 좋으면 산다"… 존루이스百의 'PB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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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신유통혁명
(2) 유럽에 부는 '노 브랜드 열풍'
마트·백화점 장악하는 PB상품
이름값 뺐더니 가격 거품도 빠져
소재 고급화로 품질까지 재정비
"PB=싸구려" 고정관념 깨뜨리자
英 존루이스百 실적 '고공행진'
의류·생활용품부터 식료품까지
獨 마트들도 자체 상품 영역 넓혀
(2) 유럽에 부는 '노 브랜드 열풍'
마트·백화점 장악하는 PB상품
이름값 뺐더니 가격 거품도 빠져
소재 고급화로 품질까지 재정비
"PB=싸구려" 고정관념 깨뜨리자
英 존루이스百 실적 '고공행진'
의류·생활용품부터 식료품까지
獨 마트들도 자체 상품 영역 넓혀
지난달 말 찾은 영국 런던 옥스퍼드가(街) 존루이스백화점. 주요 진열대마다 존루이스 자체상표(PB: Private Brand)로 채워져 있었다. 1층 남성복 코너 한복판에 진열된 ‘존루이스’ 라벨이 박힌 재킷의 제조 정보를 확인했다. 100% 양모 소재, 130수 고급 원단을 썼다. 이탈리아에서 제작된 것이다. 가격은 130파운드(약 19만원). 비슷한 사양의 원단을 쓴 다른 브랜드 재킷의 3분의 1 수준이었다. 물가가 비싸기로 ‘악명’ 높은 런던 번화가에 있어서 더 그랬다.
2층 숙녀화 코너에서도 존루이스 라벨 상품이 명당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뱀 가죽 소재의 여성 샌들이 10만원. 구두, 샌들은 15만원 넘는 게 드물었다. 이에 비해 다른 브랜드 상품은 대부분 20만원을 훌쩍 넘었다.
한국에는 대형마트에 주로 있는 PB 제품이 고급 백화점에 있어 생소했지만 현지 소비자의 반응은 좋았다. 루비 깁슨 씨(49)는 “신발을 고를 때 편안함, 디자인, 소재, 가격 등을 고려하는데 존루이스 PB를 많이 사게 된다”며 “가격이 싼 데도 품질은 더 좋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이 백화점 지하부터 지상 6층까지 둘러본 결과 존루이스 PB 진열대에 손님이 가장 많았다.
PB가 상품대 점령한 백화점
PB 상품의 힘은 컸다. 존루이스는 세계 백화점 매출이 정체되거나 뒷걸음질치는 속에서도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회계연도(2017년 1월~2018년 1월) 존루이스 백화점 총매출은 48억4400만파운드(약 7조240억원)로 전년 대비 2.1%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17.8% 늘어난 2억4500만파운드(약 3550억원)에 달했다. 기존의 고급 이미지, 명품 브랜드만 고집했다면 달성하기 힘든 실적이었다.
존루이스와 달리 영국 내 백화점 상당수는 아직도 최고급 이미지를 지키고 있다. 셀프리지, 해러즈, 리버티 등이 그렇다. 하지만 단일 매장을 운영 중인 이들 백화점과 달리 존루이스는 영국 전역에 50개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존루이스는 PB나 다른 백화점에 없는 단독상품 매출 비중을 절반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해 PB 상품군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여성 패션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작년 ‘AND/OR’란 이름의 여성 데님 패션 PB를 새롭게 내놨다. 여성 패션에서만 PB로 연 5억파운드(약 7250억원) 이상의 매출을 거두겠다는 계획이다. 존루이스는 백화점이면서 패션기업으로 스스로를 다시 정의하고 있었다.
알디·리들, 유기농 재료로 PB 고급화
PB는 유럽의 슈퍼마켓과 대형마트 시장도 점령했다. 급성장하고 있는 독일계 할인점 알디, 리들이 대표적이다. 알디와 리들은 일반 브랜드 상품보다 40~50%가량 싼 PB를 주로 판매한다. 코카콜라 대신 알디콜라를 파는 식이다. 가격이 싸지만 상품 선택의 폭은 좁고 매장 운영도 다소 엉성하다. 상품 수는 기존 슈퍼마켓 및 마트 대비 10분의 1 수준인 1000여 개에 불과하다. 물건을 박스째 쌓아 놓고 안내하는 직원도 없다.
영국은 1990년대 이들 할인점이 들어왔다. 하지만 10년 이상 소비자의 외면을 받았다. ‘PB는 저소득층이 구입하는 상품’이란 이미지가 강했기 때문이다. 요즘은 아니다. 유럽이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경제 성장이 둔화된 2011년 이후 알디, 리들은 급성장했다. 주머니가 얇아진 소비자는 온라인보다 저렴한 할인점에 열광했다. 유기농 밀가루를 재료로 쓴 빵, 소금과 설탕을 줄인 쿠키 등 최근 소비 트렌드에 맞게 품질을 높였다. 런던 근교 알디 매장에서 만난 레아 스튜어트 씨는 “알디 상품 품질이 떨어진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다”며 “건강에 좋은 상품이 많아 주로 식료품을 많이 구입한다”고 말했다. 테레사 켈리 씨도 “아이들 간식을 주로 산다. 상품을 신뢰한다”고 했다.
조계권 KOTRA 런던무역관 차장은 “영국이 유럽연합(EU)을 탈퇴해 정치적 불안이 계속되고 있고 파운드화 가치가 떨어져 영국인의 가처분 소득까지 감소했다”며 “당분간 영국에서 PB 상품의 인기는 계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런던=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2층 숙녀화 코너에서도 존루이스 라벨 상품이 명당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뱀 가죽 소재의 여성 샌들이 10만원. 구두, 샌들은 15만원 넘는 게 드물었다. 이에 비해 다른 브랜드 상품은 대부분 20만원을 훌쩍 넘었다.
한국에는 대형마트에 주로 있는 PB 제품이 고급 백화점에 있어 생소했지만 현지 소비자의 반응은 좋았다. 루비 깁슨 씨(49)는 “신발을 고를 때 편안함, 디자인, 소재, 가격 등을 고려하는데 존루이스 PB를 많이 사게 된다”며 “가격이 싼 데도 품질은 더 좋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이 백화점 지하부터 지상 6층까지 둘러본 결과 존루이스 PB 진열대에 손님이 가장 많았다.
PB가 상품대 점령한 백화점
PB 상품의 힘은 컸다. 존루이스는 세계 백화점 매출이 정체되거나 뒷걸음질치는 속에서도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회계연도(2017년 1월~2018년 1월) 존루이스 백화점 총매출은 48억4400만파운드(약 7조240억원)로 전년 대비 2.1%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17.8% 늘어난 2억4500만파운드(약 3550억원)에 달했다. 기존의 고급 이미지, 명품 브랜드만 고집했다면 달성하기 힘든 실적이었다.
존루이스와 달리 영국 내 백화점 상당수는 아직도 최고급 이미지를 지키고 있다. 셀프리지, 해러즈, 리버티 등이 그렇다. 하지만 단일 매장을 운영 중인 이들 백화점과 달리 존루이스는 영국 전역에 50개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존루이스는 PB나 다른 백화점에 없는 단독상품 매출 비중을 절반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해 PB 상품군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여성 패션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작년 ‘AND/OR’란 이름의 여성 데님 패션 PB를 새롭게 내놨다. 여성 패션에서만 PB로 연 5억파운드(약 7250억원) 이상의 매출을 거두겠다는 계획이다. 존루이스는 백화점이면서 패션기업으로 스스로를 다시 정의하고 있었다.
알디·리들, 유기농 재료로 PB 고급화
PB는 유럽의 슈퍼마켓과 대형마트 시장도 점령했다. 급성장하고 있는 독일계 할인점 알디, 리들이 대표적이다. 알디와 리들은 일반 브랜드 상품보다 40~50%가량 싼 PB를 주로 판매한다. 코카콜라 대신 알디콜라를 파는 식이다. 가격이 싸지만 상품 선택의 폭은 좁고 매장 운영도 다소 엉성하다. 상품 수는 기존 슈퍼마켓 및 마트 대비 10분의 1 수준인 1000여 개에 불과하다. 물건을 박스째 쌓아 놓고 안내하는 직원도 없다.
영국은 1990년대 이들 할인점이 들어왔다. 하지만 10년 이상 소비자의 외면을 받았다. ‘PB는 저소득층이 구입하는 상품’이란 이미지가 강했기 때문이다. 요즘은 아니다. 유럽이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경제 성장이 둔화된 2011년 이후 알디, 리들은 급성장했다. 주머니가 얇아진 소비자는 온라인보다 저렴한 할인점에 열광했다. 유기농 밀가루를 재료로 쓴 빵, 소금과 설탕을 줄인 쿠키 등 최근 소비 트렌드에 맞게 품질을 높였다. 런던 근교 알디 매장에서 만난 레아 스튜어트 씨는 “알디 상품 품질이 떨어진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다”며 “건강에 좋은 상품이 많아 주로 식료품을 많이 구입한다”고 말했다. 테레사 켈리 씨도 “아이들 간식을 주로 산다. 상품을 신뢰한다”고 했다.
조계권 KOTRA 런던무역관 차장은 “영국이 유럽연합(EU)을 탈퇴해 정치적 불안이 계속되고 있고 파운드화 가치가 떨어져 영국인의 가처분 소득까지 감소했다”며 “당분간 영국에서 PB 상품의 인기는 계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런던=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