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 칼럼] '부동산 과세 정상화' 성공조건
정부가 ‘부동산 보유세 개편안’을 내놨다. 입장에 따라 논란이 뜨겁다. 반대 측은 ‘세금 폭탄’, ‘징벌 과세’라며 반발한다. 조세 저항과 부동산시장 침체 우려도 제기한다. 찬성 측은 ‘부자 괴롭히기’가 아니라고 말한다. ‘부의 양극화 해소’, ‘조세 형평성 강화’, ‘부동산시장 안정’ 등에 반드시 필요하다는 논리다. 더욱이 이번 개편안은 너무 미약한 게 문제라고 지적한다. 양측 주장은 오랫동안 반복돼온 탓에 새로울 게 없다. 분명한 것은 현행 부동산 과세 체계가 후진적이고, 형평·안정성 측면에서도 부실하다는 것이다.

'핀셋 개편'이 효과적

이 때문에 정부의 대통령 직속 재정개혁특별위원회가 지난 22일 개편안을 내놨다. 크게 네 가지 안이다. 1안은 현행 80%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10%씩 올려 100%까지 단계적으로 높이는 것이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은 부동산 세금 부과의 기준이 되는 과세표준을 결정할 때 주택 공시가격에 곱하는 비율을 말한다. 2안은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유지한 채, 6억원 초과 주택의 경우 최대 0.5%포인트, 토지는 최대 1%포인트씩 종합부동산 세율을 올리는 방안이다. 3안은 두 가지 동시 인상이다. 네 번째는 1주택자의 공정시장가액비율만 90%를 적용하는 것이다. 인상 효과가 가장 강력하다는 3안을 적용하면 세 부담이 최대 37.7%까지 늘어난다. 30억원짜리 다주택 보유자 기준으로 59만~174만원을 더 내게 된다. 재정개혁특위는 이달 안에 최종안을 확정해 정부에 권고할 예정이다.

이번 개편안에 대해 전문가들은 ‘강도가 약하다’는 반응이다. 업계와 거래시장에서도 ‘찻잔 속 미풍’, ‘종이호랑이’ 등의 얘기가 나온다. 증권사들도 ‘종합부동산세 개편안 시장 충격 제로’란 평가를 내놨다. 세금 폭탄을 주장하던 반대 측 아우성도 잠잠해지는 분위기다.

현행 부동산 과세 체계는 전체적인 손질이 필요하다. 보유세 인상 개편이 방향은 맞다. 하지만 보유세만 손을 대면, 개편 효과가 떨어진다. 큰 틀의 원칙에서 접근해야 한다. 보유세는 높이고 거래세는 낮추는 방향이 기본이다. 선진국들도 이런 체계로 구성됐다. 조세 형평성과 부의 양극화 해소 등에도 도움이 된다. 토지·건물 등 한정된 부동산 자원의 합리적 이용을 위해서 보유세는 선진국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

규제 완화 병행돼야

국내 보유세 비율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0.8%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1%)보다 낮다. 취득·양도세 등 거래세 비율은 2%로 OECD 국가 평균(0.4%)보다 높다. 이 때문에 정교한 ‘핀셋 개편’이 필요하다. 장기 플랜을 공지하고, 점진적으로 실행해가야 한다.

부동산 세금 정상화를 안착시키려면, 필요조건적 과제가 있다. 부동산·건축·건설산업 활성화와 선진화가 이뤄지게 해야 한다. 집이 부족하던 시절에 만든 ‘거미줄 규제’를 과감히 풀어야 한다. 업계를 ‘최소 규제’만으로 움직이게 해야 한다. 공정경쟁 구도도 만들어줘야 한다. 시장이 활성화돼야 세금도 잘 걷힌다. 업계와 투자자의 발목을 묶어 놓고 ‘공정 세금’과 ‘세제 정상화’를 얘기하는 것은 난센스다.

시장 활성화로 세금이 늘어나면 취약계층을 위한 ‘공공주택 인프라’ 확대에 집중하면 된다. 부동산시장 안정은 서민주거 안정이 기준이다. 민간 부동산시장은 활발히 움직이게 해야 한다. 그래야 일자리도 창출되고, 주거상품 품질도 높아진다. 한국의 신규 주택은 ‘가성비’가 낮다. 부동산 세제 정상화와 부동산산업 선진화가 병행돼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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