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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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운용업계에서도 ‘키움’ 바람이 일고 있다. 키움투자자산운용이 모회사인 키움증권 못지않은 ‘성장 스토리’를 쓰고 있다.

그 시작은 인수합병(M&A)이다. 2014년 우리금융지주 계열이던 우리자산운용을 인수한 뒤 성장 발판을 마련했다. 우리자산운용과 합병해 새로 출범하면서 성장 가도를 달리기 시작했다. 강점을 가진 채권 운용뿐 아니라 주식, 대체투자 분야에서도 경쟁력을 높이며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 자금을 끌어모았다. 합병 이후 운용자산은 70% 이상 불어나며 단숨에 전체 5위 종합 자산운용사로 발돋움했다.

키움투자자산운용의 성장은 진행형이다. 은퇴시장과 상장지수펀드(ETF) 등으로 영역을 적극적으로 넓히고 있다. 올해부턴 글로벌 시장을 노크하고 있다. 해외 대체투자를 늘리는 한편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신흥시장에 진출해 글로벌 투자 역량을 키우는 데 집중하고 있다.

40위권→8위→5위로 도약

2013년 10월. 우리자산운용 인수전에 키움증권이 ‘깜짝’ 도전장을 내밀었다. 키움증권은 온라인 증권 거래에서는 승승장구했지만 자산운용업계에선 존재감이 미약했다. 키움증권 계열 키움자산운용의 운용펀드 규모는 5000억원도 되지 않았다. 업계 순위는 40위권 언저리였다.

M&A로 단숨에 운용 계열을 키우겠다는 전략이었지만 시장에선 반신반의했다. 우리자산운용이 국내 10대 운용사로 채권 운용의 강자로 꼽혔지만 ‘파워인컴펀드’ 불완전 판매 논란에 휩싸여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키움증권은 이 같은 시장 우려를 뒤로하고 이듬해 우리자산운용을 품었다. 이어 2014년 말 키움자산운용과 우리자산운용을 합병해 키움투자자산운용을 출범시켰다.

합병 이후 키움 특유의 조직 문화를 접목하고 체질 개선 작업에 돌입했다. ‘채권의 명가’라는 강점을 살리면서 약점이었던 주식운용과 대체투자 부문을 강화했다. 동시에 리스크 관리와 컴플라이언스 조직도 확대했다. 균형 잡힌 종합 자산운용사로 성장하기 위한 조직 개편이었다.

키움의 M&A 전략은 적중했다. 키움투자자산운용은 합병을 계기로 도약을 시작했다. 그 성과는 수탁액이 증명해 준다. 2014년 12월 합병 당시 21조9000억원이었던 운용 규모는 지난 5월 말 기준 37조3000억원으로 70.5% 늘었다. 이 기간 전체 시장 증가율(46.9%)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계열 은행이나 보험사 등이 없는 독립계 자산운용사 가운데 성장률은 단연 1위다.

성장은 부문별로 고르게 나타났다.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주식과 재간접 수탁액은 합병 이후 각각 2조3571억원(133%), 1조6281억원(651%) 급증했다. 주식 장단기 운용 성과가 대폭 개선되면서 기관 자금을 대거 유치한 결과다.

대체투자 수요가 늘면서 부동산 부문 성장도 두드러졌다. 부동산 부문은 1조4658억원(177%) 늘었다. 전체 수탁액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채권 부문은 7조3478억원(87%) 성장했다.

키움투자자산운용의 업계 순위도 단숨에 수직 상승했다. 합병 직후 8위권(수탁액 기준)에서 현재 미래에셋·삼성·KB자산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에 이은 5위로 올라섰다. 독립계 운용사 가운데선 한국투신운용과 1~2위를 다툰다.

해외로 눈 돌린 ‘성장 전략’

올해 초 김성훈 대표가 취임한 뒤 대형 운용사들과 본격적인 경쟁에 나서고 있다. 경쟁사들이 선점하던 분야에 속속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지난 4월엔 업계 최저 수준인 수수료 0.01%대 ETF를 선보이기도 했다. 삼성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등이 선점한 ETF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가격 파괴 경쟁에 불을 붙였다.

퇴직연금 분야에서 각광받고 있는 타깃데이트펀드(TDF) 시장에도 뛰어들었다. TDF는 은퇴 시점을 설정하면 생애주기별 자산배분 프로그램에 맞춰 자동으로 주식과 채권 비중을 조정해 주는 펀드다. 키움투자자산운용은 글로벌 3대 운용사 중 하나인 스테이트스트리트글로벌어드바이저(SSGA)와 손잡았다. SSGA의 ETF 운용 강점을 살려 상대적으로 보수가 저렴한 TDF 상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승부수를 띄웠다. 김 대표는 취임 직후 주식운용본부 내에 있던 글로벌운용팀을 글로벌마켓본부로 승격시켰다. 글로벌 투자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지난해부터 주요 선진국에서 굵직한 부동산 딜을 잇따라 성사시키면서 자신감도 키웠다.

선진시장뿐 아니라 신흥시장 투자에도 나설 계획이다. 이를 위해 베트남 사무소를 열고 인도네시아 법인을 본격 가동하기로 했다. 베트남을 거점으로 현지 애널리스트를 뽑아 성장 잠재력이 큰 동남아시아에 대한 투자 역량을 집중적으로 키운다는 전략이다.

김 대표는 “회사 내실을 다지면서 전체 시장이 커지는 ETF나 TDF, 해외 펀드 부문을 집중적으로 키워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