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현직 공무원의 한국 행정 '쓴소리'
일본의 고용보험 피보험자 자격취득신고서와 한국의 4대보험 신고서를 비교해보자. 일본의 서식은 신청인이 알고 있는 정보를 그대로 기재하면 된다. 우리 서식은 그 뒤에 별도로 붙은 온갖 기호를 다 공부해야 제대로 작성할 수 있다. 서식은 사업의 성패를 좌우할 만큼 중요한데, 이처럼 방치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서식을 실무자가 판단해 결정하는 사항으로 여기는 분위기가 정부에 만연해 있어서다. 서비스 공급자 우위의 관행이 유지되고 있는 셈이다. 서식 관리 시스템은 사용자 편의와 데이터의 유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행정의 미래》는 현직 공무원이 한국 행정의 문제점을 비판하고 바람직한 행정의 미래상을 살펴본 책이다. 현대 사회에서 과거와 달라진 행정의 위상을 진단한 뒤 효율적인 정책 방법을 고찰한다.

21세기는 일방적 규율을 내리는 행정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시대다. 정책 당국자는 시민이 자신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현실을 인식하고 전략적 선택이 어떤 시간 경로를 거쳐 변화를 만들어내는지 살펴봐야 한다.

저자는 우선 경제학과 정보과학적 관점에서 다양한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법을 살펴본다. 규제와 경제적 인센티브를 남발하면 시장이 왜곡되고 효율도 낮아지기 때문이다. 정부 정책에서도 정부가 넛지와 같은 ‘부드러운 개입’만 하고 시장 참여자들이 자율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촉진하는 법을 소개한다. 저자는 또 데이터를 활용해 행정을 평가하고 변화시켜나가는 길을 모색해본다. (박광일 지음, 펫츠북, 222쪽, 1만3000원)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