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고성능 브랜드 ‘N’ 입지를 넓히기 위해 발걸음을 서두르고 있다. 운전의 재미를 살린 신차 라인업 확대로 또 다른 도약의 시동을 걸었다.

다만 브랜드에 대한 인식 개선과 파워트레인(엔진·변속기 등 동력전달체계) 다양화 등 풀어야 할 숙제도 많다.

31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준중형 해치백 벨로스터의 고성능 모델 벨로스터 N(사진)을 다음달 정식 출시한다.

이 차는 현대차가 국내에 선보이는 첫 N 모델로 고성능 2.0 터보 엔진과 6단 수동변속기를 장착했다. 최대 출력이 275마력, 최대 토크는 36㎏·m에 달한다. 우렁찬 배기음과 출발할 때 동력성능을 끌어올리는 ‘론치 컨트롤’ 등도 장착했다. 일상 속 스포츠카의 주행감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벨로스터 N이 지니고 있는 의미는 명확하다. 그동안 현대차는 준중형 세단 아반떼와 중형 쏘나타 등 무난하고 대다수의 입맛에 맞는 ‘베스트셀링카’를 만들어 왔다.

그러나 이제는 기술 경쟁을 통해 독일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 어깨를 나란히 하겠다는 구상이다. 양적 확대에 주력했던 과거와 달리 브랜드 가치 제고와 내실 강화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알버트 비어만 현대차 시험·고성능차담당 사장은 최근 한 외신을 통해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코나의 N 모델 또한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밖에 성능은 낮지만 일반차와의 틈새 수요를 메울 수 있는 N 스포츠 패키지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자동차 시장 위축을 타개하기 위한 복안도 깔려 있다. 현대차그룹 글로벌경영연구소는 올해 국내 자동차 시장 규모를 2년 연속 줄어든 180만 대로 전망했다. 신차 효과 축소 등을 원인으로 꼽았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미국의 올해 자동차 판매량은 지난해보다 1.7% 줄어든 1698만 대에 그칠 것으로 추산했다.

현대차의 경영 실적도 좋지 않다. 현대차는 올 1분기(1~3월) 영업이익 6812억원을 올렸다. 지난해 동기(1조2507억원)에 비해 45.4% 감소했다. 국제회계기준(IFRS)이 적용된 2010년 이후 최악의 분기 실적이다. 이 기간 매출은 22조4335억원으로 4.0% 뒷걸음질 쳤다.

1분기 자동차 판매량은 104만9389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106만7355대)보다 1.7% 줄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N을 향한 현대차의 시도는 고성능차 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는 도약의 발판이 된다. 또 2015년 11월 내놓은 제네시스 등으로 대표되는 고급화 전략과 또 다른 축을 이뤄 성장을 견인할 수 있다.

고성능 라인업은 디자인을 강화하고 성능을 개선하는 드레스 업 부품 등도 수익원으로 발굴할 수 있다. 현대차는 오래전부터 월드랠리챔피언십(WRC)과 뉘르부르크링 24시 내구레이스 등에 참가하며 경험을 쌓아왔다.

다만 브랜드 출범 초기인 만큼 이미지 개선과 지속적인 연구개발 등 아직 넘어야 할 산은 높다.

현대차는 잦은 리콜에 따른 내구성 논란과 신차를 투입할 때마다 벌어지는 노사 갈등에 대한 우려가 많다. 실제 현대차는 노조 반대로 국내에 i30 N을 출시하지 못했다. ‘해외생산 차종에 대해 노조 동의 없이 국내에 반입할 수 없다’는 조항 때문이다.

이뿐 아니라 강력한 성능을 내는 파워트레인 개발과 차체 뼈대(섀시) 등 기술적 완성도까지 더 끌어올려야 한다.

현대차는 이제 고성능 브랜드 N의 시장 안착을 위한 의미 있는 첫 발걸음을 내디뎠다. 가시적인 성과보다 자동차의 기본기와 합리적 스포츠카란 본질에 철저히 초점을 맞춰야 한다. 또 반감이 큰 소비자의 목소리도 새겨듣고 소통해야 할 때다.

박상재 한경닷컴 기자 sangj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