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상 군 통수권 대행 상황으로 보기 힘들어…제도적 보완은 필요"
[팩트체크] 통일각 정상회담때 군 통수권 공백?…헌법학자들 "아니다"
지난 26일 판문점 통일각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2시간가량 북측지역에 머무르면서 국군 통수권에 공백이 생겼다는 주장이 일각에서 제기돼 논란이 일었다.

국회 국방위원장인 자유한국당 김학용 의원은 페이스북 글에서 "두 시간 남짓한 시간이었다고는 하지만 대한민국의 군 통수권이 이양되지 못해 무방비 상태로 방치됐다"고 했고, 같은 당 김성태 원내대표 역시 28일 원내대책회의에서 "2시간 동안 적성국 대통령을 만났는데 군 통수권이 제대로 이양됐는지 국민은 불안해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헌법 전문가들은 26일의 상황을 헌법상 군 통수권에 공백이 생겨 대행해야 하는 경우로 보기는 힘들다고 지적한다.

군 통수권은 대통령의 여러 권한 중 하나로, 헌법 71조에 따라 대통령이 궐위되거나 사고로 인해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경우 국무총리, 법률이 정한 국무위원의 순서로 대행하게 된다.

여기서 '궐위'는 사망이나 탄핵 인용 결정, 사임 등으로 대통령이 더는 그 직무에 복귀할 수 없는 경우, 즉 대통령직이 공석이 된 경우를 의미한다.

'사고'는 질병 등으로 (향후 복귀가 가능하지만) 일시적으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경우다.

조유진 처음헌법연구소장은 "대통령이 북한이나 해외를 방문한 경우는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경우가 아니다"며 "대통령이 해외에서도 전자결재를 통해 국내 직무를 수행할 수 있으며 실제로 그렇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헌법학자인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역시 "통신과 전자결재 수단이 발달한 현대에는 대통령이 해외 순방 중에도 국내 직무를 수행하기 때문에 두 시간가량 북한에 머문 것을 헌법 71조의 대통령이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경우로 보기 힘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 관계자도 "대통령이 영토 밖에 있을 때도 군 통수권은 대통령이 행사하는 것"이라며 "그래서 대통령이 해외 순방을 갈 때나, 심지어 2007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방북했을 때에도 권한대행을 세우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헌법 71조의 '대통령이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하더라도 권한 대행자가 자동으로 군 통수권을 대행하게 되는 것이지 별도의 이양 절차가 규정돼 있는 것은 아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제도적 불비'라는 지적도 제기돼 왔다.

임 교수는 "헌법 규정의 모호성 때문에 어떤 상황이 궐위나 사고에 해당해 권한대행이 개시돼야 하는지, 누가 권한대행이 되어야 하는지 등을 판정할 기관이 필요하며 이 권한을 헌법재판소에 부여하자는 주장이 헌법학자들 사이에서 제기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