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눈에 비친 인간의 미래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를 제치고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외국 작가 1위(2007~2016년 교보문고 판매량 기준)에 이름을 올린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사진)의 신작 장편소설 《고양이 1·2》(열린책들)가 번역 출간됐다. 베르베르의 인기를 증명이라도 하듯 서점에 책이 판매되기 전인 29일 기준 이 책은 예약 판매만으로 교보문고 인터넷 일간 베스트셀러 6위에 안착했다.

《고양이》는 인간이 아닌 고양이가 1인칭 화자로 등장해 고양이의 시각에서 인간의 문명을 바라보는 소설이다. 주인공인 암고양이 바스테트는 ‘영혼을 가진 모든 살아있는 생명체는 서로간 소통이 가능하다’고 믿는 특이한 고양이다. 소설 배경은 매일 곳곳에서 테러가 일어나고 있는 프랑스 파리. 테러와 전쟁을 일삼는 인류는 ‘여섯 번째 대멸종’을 앞두고 있다. 설상가상 페스트 창궐로 쥐들에게 점령당한 도시를 되찾기 위해 주인공 고양이 바스테트와 피타고라스가 고양이 군대를 결성하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고양이 눈에 비친 인간의 미래
이 책의 장점 중 하나는 1인칭 시점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주인공 바스테트의 매력이다. 인간을 ‘집사’로 취급하는 고양이 특유의 도도한 태도에 사랑스러움과 강인함까지 가지고 있어 단연 돋보이는 캐릭터다. 인류 역사와 철학적인 이야기를 에피소드와 버무려 무겁지 않게 풀어내는 베르베르의 글솜씨도 여전하다.

‘인간 다음으로 지구를 지배할 종은 무엇일까’ ‘새로운 체제, 새로운 미래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라는 작가의 문제의식 역시 흥미롭지만 베르베르가 제시하는 답은 독자에게 다소 아리송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는 인간이 전쟁과 테러 등 자기파괴적인 행동에서 벗어나고, 평화와 화합의 세계를 설계하기 위해서는 인류와 다른 종(種) 간 소통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주인공 바스테트와 피타고라스가 꿈꾸는 세계는 ‘모든 영혼이 동등하게 소통할 수 있는 세계’다. 베르베르만의 기묘한 상상력과 세계관을 십분 발휘한 결과다.

읽다 보면 책의 전개가 베르베르 전작들의 ‘짬뽕’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화자를 동물로 내세우는 것은 ‘인간 중심주의’를 해체하기 좋아하는 베르베르가 《개미》에서부터 취해 온 형식인 데다 문제의 실마리를 푸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꿈은 전작인 《잠》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