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조단 "성향 분류 블랙리스트 없다" 결론에도… 김명수·일부 판사 '반성 대신 공세'
대법원 특별조사단이 ‘블랙리스트는 없고 형사처벌은 어렵다’는 조사 결과를 내놨지만 일부 판사들이 불복과 함께 검찰고발까지 거론하고 있다. 국제인권법연구회 판사들이 중심이 된 이런 움직임에 김명수 대법원장(사진)도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김 대법원장은 28일 기자들과 만나 “필요한 부분은 검찰 수사의뢰도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검찰 수사가 필요하다는 의중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법원 내 강경파인 국제인권법연구회 판사 일부는 이런 김 대법원장 ‘속내’에 보조를 맞추는 모습이다. 몇몇 ‘인권법’ 판사들은 지난 주말 서울가정법원에 모여 ‘비공개 토론’도 열었다. 이들은 조사단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고 형사 고발 등의 대책을 계획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판사블랙리스트 사태를 주도한 법관대표회의 소속 일부 판사들은 ‘직접 자료를 살펴보겠다’고 나섰다. 법관대표회의 소속 차주희 수원지법 판사는 법원 내부 게시판에 “410개 파일의 원문 자료 제공을 요청한다”는 글을 남겼다. 그는 특별조사단이 총 410개 파일을 검토했지만 그중 90개만 인용했고, 별지 첨부는 단 2개에 불과하다며 법관대표회의가 410개 파일 모두를 원문으로 제공받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조사단 측은 “적절한 방법으로 자료를 제공하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자료 전달 행위가 영장주의 위반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현직 부장판사는 “410개 파일에는 조사 대상이 아닌 내용도 상당한데 모든 걸 다 넘겨달라는 건 영장주의 위반 소지가 있다”며 “검사들도 그런 식으로 압수수색은 안한다”고 지적했다.

법조계 안팎의 시선은 공격 대상으로 지목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대한 검찰조사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지 여부에 쏠린다. 조사단 관계자는 “권한 내에서 조사를 해야 했기 때문에 양 전 대법원장은 조사하지 못했다”며 “검찰이 요청하면 자료를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이런 움직임을 우려하는 시각이 많다. 한 현직 법관은 “세 차례에 걸친 조사결과 ‘성향을 분류한 블랙리스트는 없다’는 점이 밝혀졌는데도 일부 판사들이 마치 정치인처럼 행동하고 있다”며 “사태를 불러온 데 대한 반성부터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