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원산, 원산→평양, 평양→판문점…600㎞ 내달려
[남북정상회담]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분주한 北김정은
롤러코스터처럼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한반도의 정세 변화 속에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고 있다.

평양에서 원산으로, 원산에서 다시 평양으로, 그리고 판문점으로 종횡무진으로 움직이고 있다.

평양에서 원산까지 189㎞, 다시 원산에서 평양까지 189㎞, 또 평양에서 판문점까지 215㎞, 무려 600㎞를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을 위해 내달린 셈이다.

일단 김정은 위원장의 동선을 보면 23일 즈음해 강원도 원산에 머무르다가 25일 오후 평양으로, 26일 평양에서 판문점으로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 매체에 공개된 김정은 위원장의 활동을 보면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 당일인 24일 원산에 머무른 것으로 보인다.

25일 발행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김정은 위원장이 완공된 강원도 '고암-답촌 철길' 현장을 시찰했다고 사진과 함께 보도했기 때문이다.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 등은 김정은 위원장의 현지시찰을 주로 다음날 공개하고 있다.

이에 따라 김정은 위원장이 원산에 머무르면서 폐쇄회로TV 등으로 핵실험장 폐기 행사를 지켜봤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의 국내 현지시찰은 지난 2월 중순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의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 참석 이후 한반도 정세가 급변하면서 거의 이뤄지지 않았고, 남한과 미국, 중국의 외빈 접견과 예술단 공연 관람, 노동당 회의 참석 등에 국한됐다는 점에서 이런 추정에 무게가 실린다.

핵실험장 폭파는 국제사회에 비핵화의 진정성을 보여주기 위해 선제적으로 취한 조치로 김정은 정권이 역점을 둔 행사였다.

그러나 김정은 위원장은 핵실험장 폐기 행사를 마친 날 밤늦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북미정상회담을 취소했다는 소식을 들어야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회담 취소 공개서한 발표 이후 불과 약 9시간 만인 25일 오전 7시 30분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이 '위임에 따른' 담화를 통해 회담하자고 미국에 전례 없이 유화적 태도를 보인 것도 결국 김 위원장이 원산에서 내린 결정이다.

앞서 24일 오전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을 비난하며 북미정상회담 재검토를 다시 언급한 담화도 김 위원장이 원산에서 전날 비준했을 가능성이 있다.

미국과 힘겨루기를 위해 내놓은 입장을 하루 만에 정반대 입장으로 뒤집은 셈이어서 김 위원장의 고뇌가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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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김정은 위원장은 25일 오후 남측의 정상회담 제의가 오자 이를 검토하고 수용입장을 정하면서 항공편으로 서둘러 평양으로 향했다.

북한은 이날 오후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취재차 방북한 한국 등 5개국 취재진의 원산 시찰 계획을 취소하고, 기자들을 약 2시간 40분가량 호텔에 대기토록 하는 등 호텔 주변 경비를 대폭 강화했다.

취재단의 일원인 CNN 윌 리플리 기자는 이날 낮 자신의 트위터에 "우리가 있는 호텔은 정규 비행 스케줄이 없는 공항 옆에 있다"며 "하지만 우리는 약 30분 전 비행기 소리를 들었다"고 밝혔다.

그로부터 약 2시간 후 올린 트윗에서는 "한 시간 전 비행기가 이륙했고, 5분 후 우리는 밖으로 나갈 수 있게 됐다.

모든 게 정상으로 돌아왔다"고 전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이날 문재인 대통령과 2차 남북정상회담을 갖기로 갑자기 결정되면서 호텔 옆에 있는 갈마공항에서 전용기에 올라 긴급히 평양으로 이동한 것으로 추정된다.

2차 남북정상회담에서 약식 의장대 행사가 열렸다는 점에서 최소한 하루 정도의 시간을 가졌을 것이라는 얘기로 정상회담 합의가 25일 김 위원장의 결심으로 이뤄졌음을 시사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을 취소한 지 하루 만에 다시 회담을 재개하기로 밝힌 가운데 남북 정상이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을 위해 마주한 셈이다.

이처럼 동분서주하는 김정은 위원장의 행보가 어떤 결실을 가져올지 주목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