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태관 오스템임플란트 대표(55)는 국내 치과용 임플란트의 산증인이다. 국내에 임플란트 시장이 막 싹트기 시작하던 2000년대 초반 임플란트업계에 발을 들여놓은 엄 대표는 젊은 나이에 연구소장을 맡아 해외에는 명함도 못 내밀던 임플란트 기술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이 덕분에 오스템임플란트는 아시아 1위, 세계 5위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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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에는 대표이사를 맡아 연구개발뿐 아니라 경영 전반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신제품 개발과 해외시장 개척에 바쁜 그를 서울 태평로에 있는 동원참치 코리아나호텔점에서 만났다. 그는 싱싱한 회가 생각날 때 종종 찾는 곳이라고 했다. 전남 여수가 고향인 엄 대표는 생선회 마니아다. 깔끔한 전통 일본식 인테리어로 꾸민 조용한 실내에 마주 앉자 요리가 하나씩 나오기 시작했다. 이 식당에서는 참치와 생선회를 코스로 즐길 수 있다.

엄 대표는 평소 ‘행복 전도사’를 자처한다. 늘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우주의 좋은 기운이 자신을 돕는다는 믿음에서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말도 ‘행복해서 웃는 게 아니라 웃어서 행복하다’다. 식사 내내 그의 얼굴에서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그의 경영철학도 임직원의 행복이다.

가난했지만 행복했던 여수 소년

엄 대표는 1963년 여수에서 태어나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그곳에서 살았다. 8남매 중 막내인 그는 집안이 가난했지만 한 번도 불행하다고 느낀 적이 없다고 했다. 가족의 사랑 덕분이었다. 그는 “끼니를 제대로 챙기지 못할 만큼 가정형편이 어려웠지만 처지를 비관하지 않았다”며 “누나 등 가족의 사랑을 듬뿍 받다 보니 마음은 언제나 풍족했다”고 했다.

그는 여수공고에 입학해 기계 제도를 배웠다. 설계가 최초 도면을 그리는 것이라면 제도는 설계도를 손으로 일일이 그려 복사하는 일이다. 하지만 졸업 후 곧바로 취업해 돈을 벌려던 계획이 틀어졌다. 설계도를 자동 복사해주는 기계가 나오면서 제도사들의 설 자리가 사라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선배들도 대학에 가라고 조언했다. 삼수 끝에 연세대 기계공학과에 진학했다.

뜨끈한 전복죽이 먼저 나왔다. 가장 좋아하는 고향 음식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엄 대표는 ‘장어탕’이라고 했다. 그는 “장어를 크게 썰어 넣고 된장을 풀어 푹 끓인 음식인데 어릴 적 어머니께서 자주 해주셨다”고 했다. 그 맛을 잊지 못해 요즘도 여수에 들르면 장어탕집을 꼭 찾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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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취적인 삶 그리워 벤처로

1990년 대학을 졸업하고 대우자동차에 입사했다. 당시 대우차 급여는 국내 최고 수준이었다. 12년을 근무하는 동안 줄곧 변속기 개발 업무를 맡았다. 국내 최초의 무단변속기도 개발했다. 시험 주행을 하다가 차에 불이 나 목숨이 위태로울 뻔한 경험도 했다. 한번 시작한 일은 끝을 보고 마는 성격인 엄 대표는 자동차 핵심부품인 변속기 기술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숱하게 밤을 새웠다. 관련 특허만 30여 개를 따냈다.

하지만 엄 대표는 그 무렵 왠지 모를 갈증을 느꼈다. 그는 “대우차에 취직하기 전까지 가진 것은 없었지만 역동적이고 진취적인 삶을 살았다”며 “여기에 안주하다간 미래가 너무 뻔할 것 같다는 생각에 필사적으로 다른 길을 모색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최규옥 오스템임플란트 회장을 만난 것은 그즈음이었다. “보험 영업사원이던 친구가 최 회장의 고교 후배인데 최 회장이 좋은 인재를 소개해주면 보험에 들겠다고 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대우차 동료 몇 명을 친구에게 추천해줬어요. 그런데 최 회장이 다 퇴짜를 놨다는 겁니다. 그래서 친구에게 ‘도대체 어떤 사람을 찾는 것이냐’고 따져 묻다가 문득 호기심이 생기더군요. 그래서 면접을 봤는데 그게 인생의 전환점이 됐습니다. 자그마한 중소기업인데도 자신감에 충만한 최 회장에게 끌렸던 것이죠.”

참치 모둠회가 나오고 광어, 도미, 연어 생선회가 뒤따라 나왔다. 엄 대표는 “어린 시절 아버지를 따라 낚시를 많이 다녀 생선회의 신선도를 제법 잘 볼 줄 안다”며 “이 가게는 회가 싱싱해서 좋다”고 했다. 그는 참치 배꼽살을 권했다. 참치에서 양이 가장 적게 나온다는 배꼽살은 고소한 참기름에 찍어 김에 싸서 먹으면 쫄깃하면서도 힘줄이 오도독 씹히는 맛이 좋다. 접시를 불그스름하게 수놓던 회가 한 점씩 사라져 갔다.

실패에서 얻은 최강 기술

엄 대표가 합류한 2002년은 오스템임플란트가 부산 지역의 의료기기업체를 인수해 임플란트사업에 막 걸음마를 떼던 때였다. 매출 100억원, 직원 100명 남짓의 중소기업이었다. 그는 입사하자마자 부산에 있는 연구소 소장으로 발령 났다. 당시 연구소 운영은 엉망이었다. “연구소에 처음 부임해갔더니 기술책임자가 자신의 명의로 특허를 낸 뒤 회사에서 특허 사용료를 받고 있더군요. 사내 특허 정책부터 바꿨어요. ‘지금부터 등록하는 특허는 모두 회사 소유로 한다’고 선언했죠. 기술책임자 명의였던 특허도 돌려받았죠. 그렇게 연구소 체계를 조금씩 갖춰나갔어요.”

당시 국내 임플란트 시장은 노벨바이오케어, 스트라우만 등 외국 업체들이 시장을 주도했다. 오스템임플란트, 코엘, 동명 등 토종업체들은 규모도 작았고 기술력도 밀렸다. 품질을 끌어올려 외산제품을 따라잡는 게 급선무였다. 5년 만에 야심작을 내놨다. 누르는 힘을 분산시키는 기계공학의 응력 기술을 접목했다. 음식을 씹을 때 임플란트에 미치는 힘을 분산시켜 음식 씹기가 편안하도록 했다. 기술력에서 ‘명품’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싸늘했다. “임플란트를 꽂는 홈이 작고 복잡해지다 보니 의사가 시술하기는 더 까다로워졌죠. 환자에게는 좋아졌지만 치과 의사들에게 더 불편해진 것이죠.”

하지만 실패에서 얻은 교훈은 보약이 됐다. 치과 의사들이 손쉽게 시술할 수 있도록 제품 편의성을 향상하는 데 집중했다. 의사가 잇몸뼈에 치아 뿌리 역할을 하는 픽스처(잇몸에 식재하는 나사 형태의 장치)를 쉽게 심을 수 있도록 굵기와 각도를 다양화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사람마다 구강 구조가 다른데도 픽스처의 굵기와 각도가 똑같아 불편을 겪던 의사들이 찾기 시작했다. 세계 1위 업체인 스트라우만을 제치고 국내 시장 1위에 올라선 원동력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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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경영’ 정착시킬 것”

엄 대표는 대표이사 취임 직후 ‘관리자 윤리강령’을 선포했다. 부하직원과의 술자리는 월 2회 이상 하지 않는다, 술값과 밥값은 상급자가 낸다, 사무실에서 부하직원을 세워놓고 질타하지 않는다 등 16개 항목이다. “직장인이 제일 힘들어하는 게 사람, 특히 상사죠. 직원들이 눈치 보지 않고 즐겁게 일할 수 있도록 하려는 취지로 도입했습니다. 직장 내 갑질이 없어지면 자연스레 업무 능률도 높아질 테니까요.”

그가 임직원에게 평소 강조하는 말은 ‘임직원들이 행복한 회사’다. 엄 대표는 “직장인은 인생의 80%가량을 회사 생활로 보낸다”며 “가장 먼저 행복한 회사 생활을 방해하는 요소를 없애겠다고 직원들에게 약속했다”고 했다. 업무 혁신도 직원들 스스로 찾도록 유도하고 있다. 제품을 포장해서 발송하는 물류 업무가 대표적이다. “어제 1000개를 포장했다면 오늘은 1500개를 해보자는 목표를 스스로 설정하고 노력하다 보면 업무 효율이 높아질 수밖에 없고 회사 업무도 지겹다고 느껴지지 않게 될 겁니다. 회사는 그런 근무 환경을 조성하고 충분한 보상도 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해가 지지 않는 오스템’

엄 대표의 건배사는 “오스템은 해가 지지 않는다”다. 70여 개국에 이르는 수출 국가를 더 늘려 대영제국 같은 ‘오스템 제국’을 일구겠다는 다짐이기도 하다. 그는 세계 치과의사 교육에서 해법을 찾고 있다. 임플란트 시술법을 가르쳐 고객으로 삼기 위한 전략이다. “2년에 걸쳐 표준 교안을 만들었는데 오는 7월부터 활용할 예정입니다. 현재 300여 명인 강사를 700명으로 더 늘릴 겁니다.”

디지털도 성장 전략의 한 축이다. 환자의 구강 영상을 컴퓨터에 옮기고 프로그램으로 가상 수술을 한 다음 3차원(3D) 프린터로 환자에게 적합한 지그(임플란트 시술에 사용되는 보조기구)를 출력해 임플란트를 심는 제품도 개발하고 있다. 그는 “수술을 10번 해본 의사도 100번 해본 것처럼 할 수 있다”며 “치과용 임플란트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꿔놓을 것”이라고 했다.

두어 시간이 지났고 술잔이 꽤 돌았지만 엄 대표는 말짱해보였다. 주량을 묻자 “딱 소주 세 잔”이라고 했다. 그는 “회식 때 직원들이 술을 권하면 더 간곡히 술을 권하며 자연스럽게 모면한다”며 나름의 비법을 소개했다.

치과용 임플란트 시장 40% 점유한 1위 기업

오스템임플란트는 국내 치과용 임플란트 시장의 40% 이상을 점유한 1위 기업이다. 2위 덴티움과는 점유율 격차가 20% 이상일 정도로 독보적이다. 치과의사였던 최규옥 회장이 1997년 설립한 오스템임플란트는 치과용 소프트웨어업체로 출발했다. 2000년 치과용 임플란트 제조업에 뛰어들어 외국산이 주도하던 국내 시장 판도를 바꿔놨다.

요즘 오스템임플란트의 화두는 ‘글로벌화’다. 중국 미국 등 해외시장 공략으로 제2 도약을 꿈꾸고 있다. 지난해 3978억원이던 매출을 2023년 1조4000억원으로 키워 글로벌 1위가 되겠다는 목표도 세워놨다. 전문경영인인 엄태관 대표에게 맡겨진 숙제다. 엄 대표는 “치과 의료기기 분야에서 구글, 애플 같은 기업이 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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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태관 대표의 단골집 동원참치 코리아나호텔점
품질 테스트만 13가지…1등급 참치만 엄선


서울 태평로 코리아나호텔에 있는 동원참치 코리아나호텔점은 다른 참치집보다 우수한 품질의 참치를 자랑한다.

[한경과 맛있는 만남] 엄태관 "직원들과 회식은 월 2회만 하라… '갑질 문화' 없앴더니 능률 올라"
13개 항목의 품질 테스트를 거친 1등급 참치만을 취급한다. “다른 곳과 맛이 다르다”는 평가를 받는 배경이다. 일식집 사카에를 동원참치가 지난해 7월 인수해 참치 전문점으로 운영하고 있다.

깔끔하고 정갈한 전통 일본식 인테리어로 방이 꾸며져 있어 온전히 회에 집중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저녁 시간에는 회를 무한 리필해준다. 다른 고급식당과 달리 종업원이 팁을 일절 받지 않는다. 술값도 상대적으로 싼 편이다. 뒷요리로 나오는 주꾸미볶음, 메로구이, 깐풍새우, 모둠튀김 등도 입맛을 돋운다. VIP코스 12만원, 스페셜코스 8만5000원, 특선코스 5만8000원, 일품코스 3만8000원이다. (02)2171-7832

임유 기자 free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