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는 17일 서울 중구 인권위에서 '남녀 임금 격차 실태와 정책 토론회'를 열고 지난해 한국여성연구원에 의뢰해 실시한 근로자의 직급별·성별 임금 격차 분석 결과와 100인 이상 제조업 기업·전문과학기술업의 근속 1년 이상 정규직 남녀 노동자(402명), 인사 담당자(112명)를 대상으로 한 설문·실태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분석 결과, 100인 이상 기업의 전체적인 성별 간 시간당 임금 격차는 33.3%로 나타났다.
남성이 100만 원을 벌 때 여성은 66만7천 원을 버는 셈이다.
직급별 성별 간 임금 격차는 사원급이 24.4%로 가장 컸다.
주임·대리급이 6.1%, 과장급이 2.6%로, 직급이 올라가면서 한동안 성별 간 임금 격차가 줄었지만, 차장(5.8%)과 부장(9.7%) 등 간부로 승진하면서 다시 격차가 벌어졌다.
이에 대해 인권위는 "상위직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이 남성보다 작기 때문"이라며 "여성의 임원 비율을 나타내는 '유리 천장'이 아니더라도 직급이 높아질수록 여성 비중이 작아지는 현상을 반영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남녀 임금 격차는 직급 변화에 따라 알파벳 'U(유)'자 형태를 보였다.
사원에서 부장까지 직위가 높아질수록 시간당 임금 격차는 3천750원→1천320원→730원→1천480원→3천690원으로 간극이 좁아졌다가 다시 넓어졌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황성수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연구위원은 "남녀 간 임금 격차는 시간이 지나 경력이 쌓이거나 승진하더라도 해소되지 않았다"며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입사 시점인 사원급으로 환원했다"고 지적했다. 또 여성은 같은 경력을 갖췄더라도 남성보다 경력을 인정받는 비율이 현저히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실태·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 직장에 입사하기 전에 일한 경험의 비율은 여성 52.5%, 남성 50.5%로 비슷한 수준이었다.
현재 직장 입사 전·후 업무 동일성은 남녀 모두 4점 만점에 2.5점으로 같았다.
그러나 경력직 입사자 가운데 과거 경력을 인정받은 비율은 여성(45.7%)이 남성(65.7%)보다 20%포인트나 낮았다.
김난주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여성은 경력직 입사에서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예측을 할 수 있다"며 "따라서 성별을 드러내지 않는 블라인드 채용을 확산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