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2만원대에 데이터 1GB, 음성통화 200분의 요금제를 SK텔레콤에 강제 의무 출시토록 하는 보편요금제에 대한 국회 통과 가능성에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일단 보편요금제에 대한 업계의 이견이 많기 때문에 국회 통과 가능성은 낮게 점쳐지고 있다. 이통사, 소비자, 알뜰폰 사업자 등 각각 업계에 미칠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보편요금제가 문재인 정부의 대표 공약인만큼, 야당 의원들의 반발 또한 만만치 않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16일 이통업계에 따르면 규제개혁위원회(규개위)는 보편요금제 도입을 골자로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규개위 심사를 통과한 보편요금제는 앞으로 입법까지 몇번의 절차만을 남겨둔 상태다.

우선 법제처의 심사를 거쳐야 한다. 법제처에서는 전기통신사업법 외의 법과 상충되는 것이 있는지를 심사한다. 이후 과기부 상임위를 통과하면 국회 표결 과정을 거친다.

절차가 무리 없이 진행될 경우 빠르면 6월, 늦게는 9월에 국회에 관련 법안이 제출될 전망이다. 과기부는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법안을 발의할 계획이라는 입장이다.

국회에서 표결에 부쳐진다 해도, 보편요금제의 입법화가 녹록지 않다고 판단되는 이유는 보편요금제에 대한 업계의 이견이 치열하게 맞붙고 있어서다.

업계 입장은 확연히 갈린다.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보편요금제 도입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으나, 이통사와 알뜰폰 업계는 보편요금제의 취지에 대해서는 공감하나 실효성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이다.

이달 11일 열린 규개위에서의 '마라톤' 심사가 이를 방증한다. 이미 지난달 27일 한차례 회의를 진행했던 당시 업계의 이견이 많아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심사를 연기했다.

이후 열린 2차 심사에서도 오후 2시에 시작된 심사는 오후 9시가 지나서야 끝났다. 즉, 보편요금제를 둘러싼 업계의 이견이 상당하다는 것을 보여준 셈이다.

지난달 27일 규개위 심사 회의록을 살펴보면 당시 규개위 심사에서 이통사 측 한 대리인은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있는 과점사업에 대해 국가가 직접 가격을 정해야 한다면 무수히 많은 분야에서 국가가 요금을 정해야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과기부에 따르면 보편요금제(2만원) 인한 이통사의 직접적인 매출 감소는 연간 약 7812억원으로 추산된다. SK증권 통신서비스 보고서에 따르면 이는 지난해 이통3사 합산 매출액과 영업이익에 각각 1.5%, 20.9% 수준인 것으로 파악된다.

보편요금제 도입에 대한 알뜰폰 업계의 우려도 만만치 않다. 보편요금제가 도입되면 알뜰폰 가입자 이탈 가능성이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서다. 보편요금제가 도입되면 망도매가가 조정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알뜰폰은 이동통신 재판매 서비스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의 통신망을 빌려 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저렴한 요금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박효진 세종텔레콤 상무는 지난 11일 규개위 심사 당시 "알뜰폰 가입자는 750만 명이나 누적 적자가 3500억 원에 달한다"며 "보편요금제에 해당하는 알뜰폰 요금제가 이미 3종이 나와 있다"고 강조했다.

최관순 SK증권 연구원은 "알뜰폰 가입자는 2018년 3월말 현재 767만명"이라며 "알뜰폰 사업자에 대한 망도매가 인하 등의 지원이 없으면 알뜰폰 가입자 이탈이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물론 이에 대한 반박 논리도 있다. 지난달 27일 열린 규개위 심사에서 보편요금제를 찬성하는 한국소비자연맹 관계자는 "알뜰폰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원치 않는 소비자가 있음에도 저가요금제는 다 알뜰폰에서 커버하도록 할 수는 없다"며 "보편요금제는 저가요금제 이용자의 선택권 확대 및 저가 요금 구간에서의 요금 인하에 상당부분 도움이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사정상 보편요금제 관련 법안의 국회 통과가 힘들 것이란 게 중론이다. 업계의 대립만큼 여야의 의견차도 극심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김준섭 KB증권 연구원은 "(보편요금제 법안이) 쟁점법안으로 분류될 경우 국회 계류 상태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방송 통신 관련 다수 법안은 과거에도 여야가 첨예하게 맞서며 계류 상태가 장기화된 이력이 있다"고 분석했다.

정지수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보편요금제의 규개위 통과 및 국회 이송은 무리 없이 진행될 예정"이라면서도 "국회 상임위는 구성 위원 중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야당 위원들의 동의를 구해야 하는 만큼 통과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고 전망했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