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영상 분석 소프트웨어
국내 처음 식약처 허가받아
인공지능이 '뼈 나이' 분석해
성조숙증·저성장 진단에 도움
루닛· JLK도 제품 허가 앞둬
◆의사 진단 도와 정확도·속도 높여
식약처는 의료용 AI 스타트업 뷰노가 개발한 의료영상 분석 소프트웨어 ‘뷰노메드 본에이지’를 2등급 의료기기로 허가했다고 16일 밝혔다. 의사가 아동의 성조숙증, 저성장을 진단할 때 도움을 주는 프로그램이다. 왼손 엑스레이 사진을 분석해 뼈 나이를 판독해 알려준다.
이전에는 의사가 직접 표준 엑스레이와 환자 엑스레이를 비교해 뼈 나이를 분석했다. 이를 AI가 대신하면서 판독 시간이 줄고 정확도도 높일 수 있게 됐다. 임상시험에서는 의사가 판단한 뼈 나이와 AI가 판단한 뼈 나이가 평균 0.9개월 정도 차이가 있었다. AI가 스스로 학습하면서 정확도를 높여가는 것도 장점이다. 뷰노 관계자는 “의사가 할 때보다 정확도는 8% 올라갔고 판독 시간은 최대 40% 줄었다”고 했다.
뷰노는 2016년부터 제품을 개발해 지난해 9월 임상시험 계획 승인을 받았다. 임상 승인 9개월 만에 식약처 허가 관문을 통과했다. 식약처가 지난해 11월 ‘빅데이터 및 인공지능 기술이 적용된 의료기기의 허가·심사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제도적 지원을 강화한 덕분이다.
◆영상진단 AI 개발 ‘활발’
제품 승인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자기공명영상(MRI)으로 뇌경색 유형을 분류하는 JLK인스펙션의 ‘JBS-01K’, 엑스레이 영상으로 폐질환 진단을 돕는 루닛의 ‘루닛 인사이트’ 등도 임상 허가를 받았다. 뷰노도 추가 제품을 개발한다. 흉부 엑스레이와 컴퓨터단층촬영(CT)을 기반으로 한 폐암 진단기기, 안저질환 진단 보조 소프트웨어, 생체신호로 심정지를 조기 예측하는 소프트웨어도 내년 허가 신청을 할 계획이다.
AI를 이용한 헬스케어 시장은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세계 시장 규모는 2014년 6억3400만달러(약 6800억원)에서 2021년 66억6200만달러(약 7조원)로 매년 40% 성장할 전망이다. AI를 기반으로 한 진단기기 개발이 많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CB인사이츠는 2015년 1월 이후 벤처캐피털로부터 투자받은 의료용 AI 스타트업의 30%가 AI를 활용한 영상 분석 및 진단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달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당뇨병성 망막증을 AI로 진단하는 기기(IDx-DR) 판매를 허가했다. AI가 의사 없이 독자적으로 진단하는 세계 최초 기기다. 업계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승인받은 AI 의료기기는 10개 정도”라며 “대다수가 의사의 질병 진단을 돕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보험수가 산정은 난제
첫 국산 AI 의료기기 허가가 나면서 AI 의료기기의 신의료기술평가 및 건강보험 수가 산정 논의도 수면 위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뷰노가 개발한 제품은 성조숙증, 저성장 등 비급여 시장을 겨냥한 제품이다. 별도의 건강보험 수가 협상 없이 곧바로 제품을 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건강보험 시장을 겨냥한 제품들이 허가를 받으면 수가 산정 문제가 시장 진입에 장애가 될 가능성이 있다. 업계에서는 의료용 소프트웨어를 제작해도 충분한 수익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더 좋은 제품을 개발할 유인이 없다고 지적했다. 김치원 서울와이즈요양병원 원장은 “의사가 AI 의료기기를 이용해 판독할 때 정확도가 높아지는 게 입증된다면 수가를 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임유 기자 free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