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주’로 거듭난 삼성전자 주가가 5만원 아래로 떨어졌다. 시장의 기대를 모았던 액면분할 효과는 단 며칠 만에 사라졌다. 거래량은 예전 수준으로 돌아왔고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공매도만 크게 늘었다. 하락세가 이어질 것이란 비관론이 고개를 들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펀더멘털(기초체력)이 아니라 일시적인 수급 문제로 보고 있다. 올해도 반도체 슈퍼 호황이 이어질 것이란 분석에 글로벌 반도체주가 급등하고 있어 삼성전자도 곧 상승 대열에 합류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액면분할 효과 사라진 '국민株' 삼성전자
◆액면분할 효과 어디로

15일 삼성전자는 900원(1.80%) 하락한 4만9200원에 마감했다. 지난 4일 재상장 이후 7.17% 하락해 종가 기준으로는 처음 5만원대 밑으로 떨어졌다. 이 기간 외국인투자자가 2346억원, 기관투자가가 8565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하락세를 주도했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의 하락 원인을 수급에서 찾고 있다. 전경대 맥쿼리투신운용 주식운용실장은 “액면분할 후 가격 부담이 줄어 거래가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때마침 시장의 관심이 남북한 경협주와 바이오주 등으로 옮겨가면서 수급 공백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의 하루 거래 규모는 4일 3956만5391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지만 이날은 1700만964주에 그쳤다. 액면분할 효과를 고려하지 않으면 며칠 만에 올해 하루 평균 거래량과 비슷한 수준으로 회귀했다.

반대로 공매도는 늘고 있다. 11일 기준 삼성전자 전체 거래량 중 공매도가 차지한 비중은 25.5%로 급격히 높아졌다. 삼성전자의 공매도 비중이 20%를 넘은 건 작년 3월13일(26.40%) 이후 1년여 만이다. 액면분할 효과 기대가 사그라들면서 주가 하락을 예상한 외국인과 기관이 늘었다는 분석이다. 공매도가 일시적으로 급증하면 추종 매도가 잇따르며 주가가 하락하는 경향이 있다.

다음달 1일로 예정된 중국 본토 주식(A주) MSCI 신흥국지수 편입의 ‘유탄’을 맞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글로벌 펀드들이 투자 지표로 활용하는 MSCI 지수에서 중국 비중이 커지면 한국 주식 비중은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는 “경계심리에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펀드를 중심으로 매도 물량이 나오면서 시가총액 비중이 큰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먼저 영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반도체주는 급등

삼성전자의 펀더멘털에 문제가 생긴 건 아니라서 하락세가 오래 가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전문가들은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다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디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D램(DDR4 4Gb 512M×8 2133㎒ 기준) 평균 고정거래 가격은 지난달 말 3.94달러로 전달보다 3.4% 올랐다.

올 하반기 공급 초과로 가격이 하락 반전할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 달리 연말까지 계속 오르거나 최소한 현재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속속 나오고 있다. 작년 ‘반도체 비관론’을 내놨던 외국계 투자은행(IB)도 달라졌다. 모건스탠리는 “기업들의 클라우드 관련 투자가 예상외의 수준의 반도체산업 성장을 이끌 것”이라며 미국 반도체업체 마이크론테크놀로지의 목표주가를 65달러로 제시했다. 마이크론은 나스닥시장에서 4일 이후 13.68% 급등했다. 인텔 주가도 같은 기간 4.99% 올랐다. 연동하는 경향이 있는 삼성전자의 주가 반등 가능성을 높게 보는 이유다. 글로벌 1위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최근 SK하이닉스 주식 보유 규모를 3조원대로 늘린 것도 반도체 업황을 긍정적으로 보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미 달러가 강세로 돌아선 것도 호재로 꼽힌다. 수출 비중이 큰 반도체와 휴대폰 사업은 환율 영향을 크게 받는다. 증권사들도 삼성전자의 실적 추정치를 올려 잡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15조7794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12.2%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3분기 영업이익은 17조3159억원으로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경신할 것이란 전망이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