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분기 시장의 기대를 뛰어넘는 실적을 내고도 주가는 부진한 대형주가 눈에 띈다. 실적 이외 변수 때문에 약세를 보이고 있지만 실적 등 기초체력은 튼튼한 만큼 관심을 가질 만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15일 유가증권시장에서 LG전자는 900원(-0.92%) 떨어진 9만6600원에 마감했다. 이 회사는 지난달 26일 매출 15조1230억원, 영업이익 1조1078억원의 1분기 실적을 공개했다. 영업이익 기준 증권사 전망치 평균(8592억원)을 훌쩍 뛰어넘은 ‘어닝 서프라이즈’였다.

하지만 실적 발표 후 주가 흐름은 부진을 면치 못했다. 실적 발표 당시 10만원이 넘었던 주가는 하향 곡선을 그리기 시작해 지난 8일엔 9만5000원 선까지 밀렸다.

이 기간 호재가 없었던 것도 아니다. 오스트리아 자동차 조명업체인 ZKW 인수를 공식발표한 데 이어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이 지난 10일 LG전자 지분 5.04%를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했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ZKW 인수가 마무리되면서 주가 상승을 이끌 모멘텀이 사라졌고 2분기에는 1분기만큼 실적을 내진 못할 것이란 전망 등이 수급을 일시적으로 악화시켰다”며 “LG전자의 이익 체력이 탄탄해진 만큼 주가 전망이 밝다는 사실엔 변함이 없다”고 설명했다.

삼성물산은 지난달 25일 매출 7조4760억원, 영업이익 2090억원의 1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컨센서스(전망치 평균)를 크게 웃돌았다. 그러나 실적 발표일 13만5000원이던 주가는 15일 12만8500원까지 하락했다.

증권가는 실적 등 펀더멘털과 무관한 이슈가 삼성물산 주가에 악영향을 미쳤다고 봤다. 김수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둘러싼 분식회계 논란이 불거진 데다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외국인을 중심으로 매도세가 이어졌다”고 말했다.

엔씨소프트 역시 10일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569.7% 증가했다고 발표했지만 주가는 35만8000원에서 33만2500원까지 하락했다. 신작 ‘블레이드앤소울2’ 출시가 지연됐다는 소식에 투자 심리가 악화됐다는 분석이다. 다만 실적 대비 주가 하락이 과도하다는 의견이 나오면서 15일에는 5.52% 오른 35만3500원에 마감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