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과 멋을 중시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명품 식기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덴마크 브랜드 로얄코펜하겐은 테이블웨어의 명품으로 손꼽힌다. 243년 전 덴마크 왕실에서 사용할 목적으로 공장을 지은 것이 로얄코펜하겐의 시작이었다. 새하얀 그릇 위에 선명한 로열블루 색상의 핸드페인팅은 이 브랜드 고유 디자인으로 지금도 장인들이 손수 그려 제작하고 있다.

덴마크 왕실 도자기의 품격

덴마크 왕실 도자기 브랜드 로얄코펜하겐은 ‘일상에 럭셔리를 담다’를 콘셉트로 한다. 1775년 덴마크의 율리아네 마리 황태후가 후원해 ‘덴마크 왕립 자기 공장’을 세운 것이 이 브랜드의 시초다. 그래서 로얄코펜하겐 로고에는 왕관과 세 줄의 물결무늬가 들어 있다. 덴마크 왕실이 공식 인정한 브랜드라는 뜻이다. 로얄코펜하겐을 대표하는 제품인 ‘블루 플레인’은 1775년 첫선을 보인 뒤 지금까지도 인기를 끄는 스테디셀러다. 1888년 선보인 ‘블루 하프 레이스’와 ‘블루 풀 레이스’ ‘화이트 하프 레이스’, 2000년 ‘메가’, 2011년 ‘블루 엘레먼츠’ 등 다양한 디자인을 출시했다.
로얄코펜하겐 제품 대부분은 아놀드 크로그 디자이너가 제작했다. 건축가였던 그는 1885년부터 1916년까지 덴마크 왕립 자기 공장의 아트디렉터로 활동했다. 블루 플레인 라인을 재구성하고 블루 하프 레이스, 블루 풀 레이스 등을 디자인했다. 2000년 나온 메가 라인은 전통적인 블루 플레인 문양의 일부를 확대한 디자인으로 젊은 층 사이에서 인기가 많다. 기존에 블루 플레인, 블루 하프 레이스 등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포인트를 주기 위해 메가 라인을 추가로 구입하는 경우가 많다. 블루 엘레먼츠는 톱니바퀴, 플루티드(세로로 새긴 홈), 레이스 장식 등을 어우러지게 조화한 디자인이다. 현대적인 느낌과 젊은 감성을 표현해 신혼부부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장인의 섬세한 붓질로 완성

로얄코펜하겐은 지금까지도 손으로 붓칠을 하는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장인 한 명이 핸드페인팅 전 과정을 책임지며 접시 한 장을 기준으로 총 1197번의 붓질을 해야 완성된다. 작업이 끝나면 제품의 뒷면에 장인들이 사인을 그려넣는 것도 장인정신에 대한 자부심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가장 오래 일한 사람은 경력 40년이 넘었다. 섬세하게 선을 그리기 위해 소의 귀털과 순록의 배털 중 고르고 고른 털로 붓을 제작한다. 일반 붓과 달리 아주 부드럽고 탄력 있으면서 오래 사용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특히 금으로 페인팅하는 ‘플로라 다니카’를 만들 수 있는 장인은 덴마크 본사에 15명만 근무 중이다. 2명이 골드 페인터, 13명이 플라워 페인터다.
로얄코펜하겐의 가치는 어머니가 사용하던 접시를 딸에게 물려줄 수 있을 정도로 품질이 좋다는 데 있다. 외국에선 가족이 둘러앉아 식사하는 문화가 발달돼 있어 테이블웨어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딸이 시집갈 때 물려주는 접시로 가장 인기 있는 브랜드다. 붓칠뿐 아니라 도자기를 구워내는 과정도 장인들이 지켜보면서 확인한다. 우수한 품질이 아니면 내놓지 않는다.
믹스&매치 가능한 식기

딸에게 물려줄 수 있는 또 하나의 이유는 믹스&매치가 가능해서다. 어머니가 사용하던 블루 플레인, 블루 풀 레이스 등 클래식한 디자인의 식기는 딸이 선호하는 메가, 블루 엘레먼츠 등 현대적 디자인의 식기와 잘 어울린다. 접시 크기별로 다른 디자인을 일부러 구입하는 사람도 많다.

로얄코펜하겐은 시기에 따라 크리스마스 한정판 같은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매년 다른 한정판을 모으는 마니아도 있다. 또 1908년부터는 ‘이어 플레이트’를 선보이고 있다. 그해 연도를 새긴 한정판으로, 해가 지날수록 오래된 제품의 가치가 올라간다.

국내에선 2013년 한식기를 출시해 인기를 끌고 있다. 로얄코펜하겐이 특정 국가의 음식을 담는 식기를 따로 개발한 건 한국이 처음이다. 국그릇, 밥그릇, 반찬그릇 등 한식에 어울리는 식기를 개발해 일곱 가지 라인으로 판매하고 있다. 특히 예물 수요로 인기가 높다.

친환경 포장상자를 사용하는 것도 특징이다. 실용성과 친환경을 중시해서다. 일회용 완충포장재(에어캡) 대신 제품을 고정할 수 있는 포장상자를 제작했다. 접시 찻잔 머그 등 제품 크기와 디자인에 따라 각기 다른 상자에 담아준다.

한국로얄코펜하겐은 2012년부터 업계 최초로 파손 보증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로얄코펜하겐 매장에서 구입한 제품이 어떤 이유로든 파손될 경우 2년 안에 보증서와 제품을 가져오면 같은 제품으로 1회 무상 교환해준다. 다른 나라에서 구입한 제품도 해당된다. 국내에선 전국 16개 주요 백화점과 3개 프리미엄 아울렛에서 매장을 운영 중이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