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된 꿈 꾸지 말고 다니던 회사나 열심히 다녀.”

회사를 그만두고 유튜브에서 1인 방송을 한다고 하면 지인들은 아마 이런 반응을 보일 것이다. 평범한 직장인 나동현 대리에게도 마찬가지였다. 2010년 나 대리는 회사를 그만두고 유튜브에 도전하겠다고 했다. 그러자 주변에선 혀를 끌끌 차며 말렸다. 하지만 그는 믿었다. ‘인터넷 방송은 앞으로 크게 성장할 것이다. 내 적성에 잘 맞고 잘할 자신이 있다면 꼭 해야 한다.’

현재 유튜브에서 게임 방송을 하며 매년 17억원씩 벌고 있는 ‘대도서관’(활동명) 얘기다. 그는 더 이상 ‘나동현 대리’가 아니다. ‘1인 크리에이터의 선구자’로 평가받는다. 채널 구독자 수는 170만 명이 넘는다. 누적 조회수는 1억 뷰, 누적 시청 시간은 1억5000만 시간에 달한다. 많은 사람이 그의 성공 비결을 궁금해 한다. 청소년들은 그를 동경하며 미래의 꿈으로 1인 크리에이터를 꼽는다. 직장인 가운데서도 대도서관처럼 용기를 내 도전하고 싶어하는 이들이 많다.

대도서관이 직접 집필한 《유튜브의 신》은 1인 크리에이터로 출발해 ‘1인 브랜드’ 그 자체가 된 과정과 비결을 담고 있다. 콘텐츠 기획부터 제작에 필요한 실전 지침도 공개했다.

그는 1세대 1인 크리에이터로서 새로운 길을 열어왔다. 유명 게임보다는 비교적 덜 알려진 게임 위주로 게임 방송을 진행하면서 게임을 발굴하고 소개하는 역할을 했다. 욕설과 비방이 난무하는 인터넷 방송 시장에서 ‘청정 방송’을 외치며 성공했다.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콘텐츠가 아니어도 사랑받을 수 있음을 몸소 증명한 것이다.

그의 예상대로 유튜브를 중심으로 한 인터넷 방송 시장은 무궁한 가능성을 갖고 있었다. 진입 장벽이 없고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온전히 자신의 취미가 직업이 될 수 있다는 점도 매혹적이다. 그렇다고 모두가 대도서관처럼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최소 2년은 직장 생활과 병행하며 도전하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그렇다면 어떤 콘텐츠로 시작해야 할까. ‘대중적이고 일반적인 취향’은 가급적 피하고 자신만이 잘 아는 분야를 선택하는 게 좋다. 그는 “TV가 아니라 모바일로 세상을 보는 현대인에게 ‘대중적이고 일반적인 취향’은 ‘취향 없음’과 같은 뜻”이라며 “지금 우리는 문화적으로 중심부와 주변부가 구별되지 않는 시대에 살고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처음부터 반응이 없다고 해서 쉽게 포기해서도 안된다. 의욕적으로 시작했다가 1년도 되지 않아 그만두는 사람들이 많다. 대도서관은 “눈 딱 감고 1년간 꾸준히 만들어보자. 그래도 반응이 없으면? 1년 더 만들어보자”고 말한다. 일단 이름이 알려지고 충성도 높은 구독자가 생기면 초반의 인기 없던 콘텐츠도 결국에는 다 소비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수많은 개인은 자신의 취향과 취미를 호주머니 속에 넣어두고만 있었다. 그저 나 혼자만을 위한 것이지, 다른 효용은 없을 거라고 여겼다. 여전히 1인 크리에이터를 ‘B급 문화’로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그러나 대도서관은 ‘개인의 발견’이란 측면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제 1인 미디어라는 커다란 흐름이 수많은 개인의 호주머니에 갇혀 있던 취미를 세상 밖으로 소환하고 있다. 지금 당장 호주머니 속에 손을 넣어보자. 새로운 세상에서 온 초대장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