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처음으로 인공지능(AI)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투자에 나섰다. 2011년 창업한 감정 분석 AI 전문업체 아크릴이 대상이다. LG전자는 10억원을 유상증자하는 방식으로 아크릴 지분 10%를 인수했다고 2일 발표했다. 최근 공을 들이고 있는 로봇 개발에 아크릴의 감정 분석 AI를 접목해 사용자에게 보다 가깝게 다가가는 로봇 서비스를 내놓겠다는 취지다.

아크릴의 감성 분석 엔진 ‘조나단’은 감정과 관련된 정보에 집중한다. 특정 뉴스가 뜨면 그와 관련된 사람들의 다양한 반응을 댓글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분석한다. ‘미세먼지’라고 하면 ‘걱정’, ‘남북 정상회담’이라고 하면 ‘기쁨’ 같은 감정과 연관된 단어를 연결시킬 수 있다. 아크릴은 3~4년 전부터 이 같은 AI 분석 대상을 텍스트에서 음성과 영상으로 넓혔다. 목소리 톤과 사람의 표정을 통해 감정을 판단하는 수준까지 발전시킬 계획이다.

이처럼 AI가 사람의 감정을 읽으면 사람과 비슷한 반응을 내놓을 수 있게 된다. 사용자가 “오늘 미세먼지 농도가 높다고 하네”라고 하면 로봇이 마스크를 놓아둔 위치를 알려주거나 직접 가져다주는 식이다. “오늘 누구를 만난다”고 말한 사용자의 기대를 읽어내 근사한 식당이나 카페를 먼저 추천해 주는 것도 가능하다. 화상 전문병원인 베스티안 병원이 지난 2월 아크릴과 제휴를 맺은 것도 말을 하기 힘든 화상환자들의 반응을 AI로 분석해 필요한 조치를 하기 위해서다. 박외진 아크릴 대표는 “지식 기반인 AI 기술을 감성 기반의 공감형 AI 기술로 바꾸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노경목/임현우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