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가 유휴부지를 활용해 리노베이션 사업을 하는 대덕특구. 대전시 제공
대전시가 유휴부지를 활용해 리노베이션 사업을 하는 대덕특구. 대전시 제공
대전 먹거리 기반인 대덕특구(대덕연구단지)의 면적(6744만5000㎡)은 경기 판교테크노밸리(60여 만㎡)보다 100배 이상 크다. 입주 기업도 대덕특구는 1600개로 판교테크노밸리보다 300개 더 많다. 하지만 기업 매출은 판교테크노밸리가 대덕특구보다 네 배 이상 높다. 지난해 판교테크노밸리 입주기업의 매출은 77조원에 달했지만 대덕특구 입주 기업이 올린 매출은 17조원에 불과했다. 한선희 대전시 과학경제국장은 “1970년대 조성된 대덕연구단지가 40여 년간 연구개발(R&D) 중심으로 육성됐다”며 “연구단지 성과물이 지역경제 성장에는 미진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시가 연구단지를 활용한 기업유치를 위해 대덕특구 리노베이션(기존 건축물을 헐지 않고 개·보수해 사용) 방안을 마련했다. 기업유치 조례도 대폭 수정해 기업하기 편한 도시 조성에 나섰다. 시는 이를 통해 올해부터 5년간 기업 800개를 유치할 계획이라고 9일 발표했다.

대덕특구 '기업하기 편한 곳'으로 변신
대덕특구 리노베이션은 대덕특구 유휴부지에 소규모·고밀도 복합혁신공간 5~7곳을 조성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연구단지를 독립된 공간에서 벗어나게 해 기업과 청년 과학자, 창업투자사 등이 어우러진 공간으로 만든다는 구상이다. 각각의 혁신공간에는 산업별 첨단지식산업센터, 신기술테스트베드 등을 조성해 창업과 기업 투자를 돕는다. 시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이달 초 정부에 건의했다. 한 국장은 “대덕특구 면적의 60% 이상이 녹지여서 생산성이 크게 떨어진다”며 “유휴 공간에서 과학자 및 청년들이 특구의 기초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창업에 활용하도록 돕겠다”고 강조했다.

시는 대덕특구 리노베이션과 함께 기업유치 지원을 위한 조례도 손질했다. 지난 15년간 시 기업지원 조례를 통해 대전으로 이전한 기업이 7개에 불과할 정도로 지원 문턱이 높아서다. 경남 창원의 방산 관련 A기업은 지난해 대전 이전을 고려했지만 투자액이 100억원을 초과하지 못해 이전을 미뤘다. 대전의 배터리 분야 C기업도 생산시설을 갖추려 했지만 연구소기업이어서 지원을 받지 못했다.

시는 투자금액 100억원이 넘는 기업에 지원하는 요건을 20억원으로 크게 낮췄다. 연구소기업이 5억원을 투자하면 보조금을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하는 규정도 신설했다. 지역 인재를 10명 넘게 채용하는 기업에는 1명당 고용보조금을 기존 6개월간 매월 60만원 지원하던 것을 1년간 매월 100만원까지 확대했다. 건물 임차료 50% 범위에서 지원하는 임대보조금 지원 비율도 연구소기업은 80% 범위로 확대하고 지원기간을 2년에서 5년으로 연장했다. 월세 100만원인 경우 80만원을 5년 동안 지원하는 셈이다.

토지매입비 지원 비율은 50%에서 30%로 낮추고, 수혜기업의 의무이행 기간은 3년에서 5년으로 늘렸다. 땅만 사고 건물을 짓지 않으면서 땅값 차익만 챙기거나 후원만 받고 지역을 떠나는 기업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다. 시 관계자는 “기업 유치를 위한 지원 문턱을 파격적으로 낮췄다”며 “과학과 기업이 어우러져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대전=임호범 기자 lh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