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벤처캐피털(VC) 업계의 ‘큰손’으로 꼽히는 김한준(한킴) 알토스벤처스 대표는 “한국에서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을 넘는 비상장 벤처기업)이 나오지 않는다고들 하지만 곧 많이 등장할 것”이라며 “비바리퍼블리카, 하이퍼커넥트, 직방 세 곳은 12개월 안에 유니콘에 들어갈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김한준 알토스벤처스 대표. 한경DB
김한준 알토스벤처스 대표. 한경DB
김 대표는 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출범 기념식에서 “흔히 ‘국내 시장은 작아서 안 된다’ ‘한국 기업은 세계 시장에 나가도 어렵다’는 편견이 많은데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같이 밝혔다.

알토스벤처스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기반을 둔 미국계 VC로, 국내 유망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에 선제적으로 투자해 뛰어난 성과를 거둔 곳으로 유명하다. ‘로켓배송’의 쿠팡, ‘배틀그라운드’의 블루홀 등이 대표적인 투자 성공 사례다. 김 대표는 “2006년 한국계 기업에 처음 투자하기 시작해 지금까지 47개 업체에 투자했다”며 “이들 기업에 고용된 직원이 총 1만명, 거래액은 10조원을 넘어섰다”고 했다.

비바리퍼블리카는 간편송금 ‘토스’, 하이퍼커넥트는 채팅 앱 ‘아자르’, 직방은 부동산 중개 앱으로 고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스타트업들이다. 알토스벤처스는 이들 세 곳에도 초기 투자금을 댔다.

알토스벤처스는 국내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꼭 만나보고 싶어하는 VC 중 하나로 꼽힌다. 김 대표는 스타트업 투자 원칙으로 “어떤 트렌드를 좇거나, 망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며 “기업이 가진 포텐셜(잠재력)을 끌어내 한국에서 세계 최고의 기업이 나올 수 있도록 돕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스타트업들이 투자를 유치할 때 고려해야 할 점을 다양하게 소개했다. 김 대표는 “투자를 받을 때 투자회사들이 시간을 얼마나 길게 가져가는지를 꼭 살펴보라고 조언한다”며 “시간이 길어질 수록 스타트업에 이롭고, 투자자의 압박도 덜 받는다”고 말했다. 또 “한 번 투자한 뒤 담당자가 바뀌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같은 담당자가 오랜 기간 같이 해야 ‘투자자 리스크’를 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 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출범 기념식을 열었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제공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 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출범 기념식을 열었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제공
김 대표는 또 “투자자는 스타트업이 잘 커나갈 때 더 큰 펀딩(자금 조달)을 도와줄 수 있어야 한다”며 “그래야 국내뿐 아니라 해외의 큰 경쟁사를 상대하더라도 제대로 경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서는 이익을 너무 중요시해 스타트업의 성장이 어렵다”고 꼬집었다.

한국에서 갖가지 규제로 스타트업이 크기 힘들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기업에게 아주 좋은 환경이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이런 여건에서도 스타트업들이 이만큼 실적을 냈다면 어마어마한 창업자들이 존재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는 “규제가 차근차근 없어지기 시작하면 앞으로 굉장한 회사들이 더 많이 나올 것”이라며 미래를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스타트업 관련 기사는 ‘엣지’를 참조하세요 news.hankyung.com/edge
▶엣지 페이스북 페이지 facebook.com/edgestory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