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의 관세폭탄에 中 맞불대응 속 물밑협상…갈등 봉합 가능성
중국, 미국에 '화전양면' 전술… 언론은 항전 함성 vs 정부는 로키
미국이 최대 600억 달러(약 64조 원) 상당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25%의 고울 관세를 부과키로 한데 대해 중국의 '화전양면(和戰兩面)' 대응이 눈길을 근다.

중국 관영 언론매체들은 연일 대미 항전 의지를 강조하고 있는 반면 중국 당국은 격앙된 모습 속에서도 대화와 협상을 강조하는 '로키'(low-key)로 고강도 대응을 자제하고 있어서다.

중국 당국은 고위 관료를 통해 당장에라도 미·중 무역전쟁을 벌여 진검승부를 내자며 공격적으로 나오는 관영 언론의 다독이면서 절제된 발언과 행동으로 미국과 타협을 시도하고 있다.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겨냥한 무역 관련 공격성 발언을 할 때마다 중국 언론은 벌떼처럼 일어나 비난을 쏟아냈지만, 그 때에도 중국 당국은 미중정상회담과 그에 이은 중미 고위급 경제 대화 등을 통해 수면 아래에서 양국 갈등을 잠재우는 데 힘을 써왔고, 그런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주 트럼프 미 대통령이 중국을 겨냥한 관세폭탄 행정명령 서명 이후 중국 관영 언론들은 연일 대미 십자포화를 퍼붓기에 여념이 없다.

25일 관영 환구시보(環球時報)와 글로벌타임스는 공동 사설에서 수백억 달러어치의 미국 상품도 중국의 보복을 받을 것이라며 강력히 경고하면서 중국은 미국과 무역전쟁 나설 준비가 돼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6일에는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지면의 많은 부분을 할애해 "트럼프 대통령이 휘두른 '무역 방망이'에 미국 국내는 펄쩍 뛰며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근심에 빠져 있다"며 "미국 민중도 보호주의 정책이 불러올 생산 원가 상승과 소비자 물가 상승을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중국 인터넷 매체들도 매시간 미국과 무역전쟁을 언급하는 보도를 올리면서 결사항전을 촉구하는 기사가 쏟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 당국은 미국의 관세폭탄 공세에 분명한 대응을 하면서도 수위를 조절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행정명령에 서명한 23일 당일 중국 상무부는 30억 달러(3조2천400억원)에 이르는 미국산 철강, 돈육 등에 보복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라면서 '낭떠러지에 이르러 말고삐를 잡아채야 한다'(懸崖勒馬)라는 표현까지 사용하며 대응했다.

이어 당일 오후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미중간 무역 갈등은 미국의 소비자와 기업, 금융 시장에 손해를 끼친다면서 "참깨를 주우려다가 수박을 잃지 않길 바란다"고 대미 공세 표현을 누그러뜨렸다.

한정(韓正) 중국 정치국 상무위원 겸 상무 부총리는 25일 미·중 무역 갈등을 겨냥해 무역전쟁은 더 큰 충돌과 부정적인 영향을 가져올 것이라며 자제를 촉구하고 나섰다.

중산(鐘山) 중국 상무부장도 헨리 폴슨 전 미국 재무장관과 만난 자리에서 중미 간 협력이 유일한 올바른 선택이라면서 한정 상무위원을 거들었다.

왕서우원(王受文) 중국 상무부 부부장 또한 세계무역기구(WTO) 틀 내에서 협상을 통해 해결하자며 자제를 당부하며 진화 작업에 나선 모습이다.

중국과 미국의 최고위 통상정책 당국자인 류허(劉鶴) 중국 부총리와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의 지난 24일 전화 통화 또한 예사롭지 않다.

이와 관련해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5일(현지시간) 미국과 중국이 무역전쟁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 물밑 협상에 들어갔다면서 므누신 재무장관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그리고 류허 부총리가 막후에서 채널을 움직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베이징 외교가에선 트럼프 미 행정부의 공세에 대해 대응 수단이 적지 않은 중국 당국이 관영언론 매체들을 통한 강경 대응으로 항전의지를 다지면서도, 이를 바탕으로 미국과 적절한 선에서 미중 무역갈등을 봉합하려는 의지를 보이는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베이징 소식통은 "중국은 대외적으로 큰 현안이 생길 때 화전양면 전술을 자주 사용해왔다"면서 "이는 대내적으로는 민심을 다스리고 대외적으로 협상력을 높이는 방법으로 이번 미중 무역전쟁 또한 예외가 아닌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중국, 미국에 '화전양면' 전술… 언론은 항전 함성 vs 정부는 로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