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대출 규제인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과 임대업이자상환비율(RTI), 소득대비대출비율(LTI) 등이 도입된 첫날인 26일 시중은행 대출창구는 예상외로 한산했다. 영업점을 직접 찾아 대출한도를 계산해 보거나, 왜 한도가 줄었느냐며 항의하는 소비자들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간간이 한도를 살펴보는 상담 전화만 올 뿐이었다. 그나마 RTI와 관련한 일부 부동산 중개업소의 문의가 대다수였다. 은행 창구 직원들은 신(新)총부채상환비율(DTI)이 시작된 지난 1월31일에도 분위기가 비슷했다고 전했다.

은행 관계자들은 새로운 대출 제도나 상품이 나오더라도 일선 창구가 붐비는 일은 사라졌다고 진단했다.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뭘까. 우선 인터넷뱅킹과 모바일뱅킹이 빠른 속도로 확산하면서 대면 영업이 크게 줄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국민, 신한, KEB하나, 우리 등 주요 은행은 영업점 상품과 한도 및 금리가 비슷한 비대면 신용대출 상품을 운용한다. 이 때문에 직장인이 신용대출을 받기 위해 창구를 찾는 사례가 크게 줄었다. 과거엔 신용대출을 받으려면 재직증명서와 소득세원천징수 영수증을 들고 영업점을 방문해야 했지만 지금은 신청만 하면 은행에서 국민건강보험공단이나 국민연금공단에서 정보를 긁어와 서류 없이 대출해준다.

은행들이 최저 DSR 100%를 기준으로 심사를 강화하는 등 한도를 높게 정해 대출 한도가 줄어드는 사례가 거의 없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DSR은 연간 소득 대비 대출 원리금상환액 비율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연봉 5000만원인 사람이 DSR 100%라는 뜻은 신용대출로만 보면 약 4억9000만원, 만기 20년 주택담보대출로 치면 8억5000만원 정도의 대출이 있는 셈”이라며 “이 정도 대출이 있으면 DSR 비율과 상관없이 대부분 대출이 거절된다”고 전했다.

부동산담보대출은 DSR 200%까지도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대출해주는 등 한도가 더 늘어난다. 서울 강남구의 한 은행 지점 관계자는 “지난 1월 도입한 신DTI 한도와 투기지역 등 담보인정비율(LTV) 한도 축소 등으로 인해 이미 대출 가능 금액이 대폭 줄었다”며 “DSR 때문에 추가로 한도가 줄어드는 사례는 한 건도 없었다”고 전했다.

■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

debt service ratio. 대출자의 연간 총 금융부채 원리금 상환액을 연간 소득으로 나눈 지표.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 마이너스통장, 카드론, 자동차 할부대출 등의 원리금을 모두 평가한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