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인 중국이 26일부터 위안화 표시 원유 선물거래를 시작한다. 미국과 유럽에서의 원유 선물거래가 국제 유가의 지표가 되는 것을 바꿔 국제 원유시장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확대하겠다는 목적에서다. 위안화 국제화를 촉진하겠다는 의지도 담겨 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위안화 선물거래가 국제 원유시장에서 자리잡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26일부터 위안화 원유선물 거래… 미국 '달러화 패권'에 도전장
◆원유시장에서도 미국에 대항하는 中

중국 상하이 선물거래소 산하 상하이 국제에너지거래소(INE)는 이날부터 위안화 표시 원유 선물거래를 시작한다. 거래 대상은 두바이유, 오만 원유, 바스라 경유 등 중동산 원유와 중국 성리(勝利)산 원유를 포함해 모두 7종이다.

거래는 1000배럴 단위로 이뤄진다. 최소 거래 호가는 배럴당 0.1위안이고, 하루 가격 변동은 전날 종가 대비 상하 4%로 제한된다. 거래 시간은 현지시간 기준으로 오전 9시~11시30분, 오후 1시30분~3시다.

외국인 투자자도 거래에 참여할 수 있다. 중국 정부는 외국인 투자자를 더 많이 끌어들이기 위해 소득세 면제 혜택을 주기로 했다. 개인에겐 앞으로 3년간 소득세를 부과하지 않고, 기관투자가에는 선물거래에서 올린 수수료 수입에 소득세를 매기지 않는다. 기관투자가의 소득세 면제 적용 기간은 정해지지 않았다.

중국은 오래전부터 원유 선물시장 개설을 추진해 왔다. 상하이 선물거래소는 2015년 원유 선물거래를 전담할 자회사로 INE를 설립하고 그해 11월5일 거래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상하이증시 및 위안화 가치 폭락 등으로 중국 내 금융시장 리스크가 커지자 시기를 늦췄다. 중국 최대 증권사인 중신증권 관계자는 “최근 증시와 위안화 가치가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하고 있어 지금이 위안화 원유 선물거래에 나설 적절한 시기라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INE는 홈페이지를 통해 수십 차례 원유 선물거래를 테스트했다.

◆달러화 패권에 도전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인 중국은 원유시장의 가격 변동폭이 워낙 큰 탓에 달러로 결제하는 데 불만이 많았다. 원유시장에선 하룻밤 새 가격이 3% 이상 출렁이는 일이 다반사다. 주요 산유국이 몰려 있는 중동의 지정학적 불안이 불거지면 변동폭은 더 커지고는 했다. 중국은 이 같은 원유 가격 변동 리스크뿐 아니라 달러-위안화 간 환율 변동 리스크도 감내해야 했다.

중국은 위안화 원유 선물거래를 통해 적어도 아시아 지역에서만큼은 원유 벤치마크(기준) 가격을 제시하겠다는 계획이다. 나아가 미국 달러화 패권에 도전한다는 의도도 갖고 있다.

이달석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위안화 원유 선물거래의 첫 번째 목적은 국제 원유시장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강화하는 것”이라며 “궁극적으로는 원유 거래에 달러 대신 위안화가 사용되도록 해 위안화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중국의 원유 선물시장이 활성화되면 현물시장의 원유 거래에서도 위안화 사용이 확산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원유 선물시장 개설은 달러화에 대한 위안화의 도전이자 미국의 경제 패권을 겨냥한 중국의 도전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아직 갈 길 멀어

일각에선 중국이 원유 선물시장에 본격 뛰어들면서 하루 9600만 배럴이 거래되는 글로벌 원유시장도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적으로 원유 가격을 결정하는 기준은 영국 런던의 브렌트유 선물과 미국 뉴욕의 서부텍사스 원유(WTI) 선물 가격이다. 위안화 거래가 시작되면 런던, 뉴욕에서 가격이 급등하거나 급락할 때 시세 차익을 이용한 거래가 가능해진다.

하지만 위안화 표시 원유 선물거래가 국제 원유시장에서 정착되려면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시장이 중국을 신뢰하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 원자재 시장은 큰 변동성으로 악명이 높은 데다 당국의 시장 개입도 잦아 투명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중국은 자국 기업의 무분별한 해외 인수합병(M&A)을 차단하기 위해 2015년 말부터 자본 유출 통제를 강화해 왔다. 이런 정책이 원유시장에서도 시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시장은 우려한다. 개인투자자 비중이 높은 중국 선물시장의 특성 때문에 투기적인 거래가 성행해 실수요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많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은 최대 원유 수입국이긴 하지만 국제 원유시장에서의 영향력은 크지 않다”며 “위안화 선물거래가 자리잡으려면 최소 몇 년은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