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재난본부 "비긴급 동물구조 출동 안해…보완책은 마련"

"고양이가 나무 위에 올라가 있어요.구해주세요.", "집에 강아지가 들어왔어요."

소방당국은 최근 개나 고양이가 다치거나 유기됐다는 등 위급하지 않거나 긴급하지 않은 동물구조 신고에 대응하지 않기로 하는 출동기준을 마련했다.

하지만 119상황실에는 이같은 동물구조 요청 전화가 여전히 걸려오고 있어 소방당국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119 구조활동 중 동물구조가 차지하는 비율이 20%를 넘는 상황이다.
119구조 22%가 동물구조…"단순 동물구조 신고 이제 그만"
지난 18일 오후 경기도 안성시에서 한 주민이 나무 위에 올라간 고양이가 자칫 떨어져 다칠 것 같다며 119에 신고했다.

소방당국은 긴급신고가 아니라고 판단, 국민콜 110으로 이관했다.

이날 오전 6시부터 24시간 동안 벌집 제거, 동물구조, 잠금장치 개방 등 '생활안전분야' 신고 접수 92건 중 66건이 동물구조 신고였다.

이 중 구조대가 출동한 위험 신고는 맹견이 돌아다닌다는 신고 등 13건(19.7%)에 불과했다.

대부분은 "고양이가 차량 보닛에 들어가 있다", "로드킬 당한 고라니 사체를 치워달라", "비둘기가 계단 위 틈에서 나가지 못한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신고자 입장에서는 동물이 처한 사정을 애처롭게 여겼을 수 있으나 사람이 피해를 볼 만한 긴급신고는 아니었다.

도 재난안전본부 상황실 한 근무자는 "긴급성이 없는 신고에 대해서는 출동이 불가하다고 설명하는데, 일부 신고자는 강하게 항의를 해서 애를 먹기도 한다"며 "인명이나 재산피해가 없을 만한 단순 동물구조 신고는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119구조 22%가 동물구조…"단순 동물구조 신고 이제 그만"
도 재난안전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구조 출동 건수 14만9천279건 중 22.3%(3만3천331건)가 동물구조였다.

개가 1만4천403건, 고양이가 8천877건으로 대부분을 차지한 가운데 뱀이나 멧돼지 등 위험한 동물구조는 1천343건과 846건에 불과했다.

이같은 상황이 계속되자 도 재난안전본부는 비긴급 신고에 출동을 거부한다는 내용의 '생활안전 출동기준'을 마련해 이달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위급하지 않은 동물구조 출동으로 정작 화재 등 위험 상황 대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실제 지난해 6월 구리시에서는 비둘기 사체를 처리하는 사이 아파트 화재가 발생, 출동 인력 부족으로 진화 작업에 어려움을 겪은 사례도 있었다고 재난안전본부는 설명했다.
119구조 22%가 동물구조…"단순 동물구조 신고 이제 그만"
전문가들은 동물구조 신고가 밀려드는 현실을 고려해 유관기관과 네트워크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영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비긴급 동물구조 신고에 대해 단순히 업무(전화)를 담당 기관에 넘기는 것에서 한 발 더 나가 지자체 및 동물구호센터 등과 협조해 대응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소방대원들은 화재·긴급구조·구급 등 본 업무에 충실하되 출동이 없을 때는 휴식이나 훈련을 해야 한다"며 "그런 측면에서 볼 때 경기 소방이 새로 마련한 출동기준은 전국 다른 소방기관으로 확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도 재난안전본부 관계자는 "인명·재산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멧돼지 출몰 등 위험 신고가 아닐 경우 출동하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유관기관과 보완 대책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